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탈핵을 선언한 뒤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대량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줄이려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책들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재현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또한 숫자를 중심으로 한 성과만을 내세우는 관료주의식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어떤 수단과 정책을 써서라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게 목표라면 굳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 신재생에너지 육성책이라는 이름아래 들어있었던 부정적 요소와 흠결을 이번에는 적시해 고치고 그동안 어려운 환경아래서도 고군분투해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보다 더 원점부터 기존 정책을 검토하고 현장에서 잘못된 점들을 찾아내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라면 많은 부지가 필요하고 태양광이나 바람의 질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이고 과장된 자료를 내왔던 당국의 반성이 필요하다. 일례로 태양광 1GW(1000MW)를 설치하는데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필요하다는 등 실제와 동떨어진 탁상행정식 기초 통계 자체부터 확 뜯어 고쳐야 한다. 태양광 설치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1MW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면적은 2500~4000평으로, 1GW 건설에는 250만~400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2.5~4배 수준밖에 안 된다.

다음으로는 섣부른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으로 그동안 신재생 투자에 수수방관해왔던 대기업들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대형 발전공기업의 임무도 필요하겠지만 그들만의 굿판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사실상 우리나라 재벌그룹 중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 기업은 한화그룹 정도. 그런데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대기업을 독촉한다면 그동안 아무 공도 들이지 않았던 대기업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발전공기업의 일정 역할은 필요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에도 갑 역할을 해온 발전공기업의 기능이 더욱 확대된다면 앞으로도 영세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끝으로 민원해결을 사업자에게만 맡기는 정책은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원 해결을 사업자에게 거의 맡겨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방에서는 민원을 업으로 삼는 모리배들도 많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민원이 해결돼야 허가를 해준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스스로 민원을 해결해줘야만 진정한 의미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를 세우려하면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게 천편일률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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