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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계획 기능 달라져, 변동성 대책도 고민해야”
8차 전력계획 수요전망 전문가 토론회서 한 목소리
전망값 오차보다 불확실성 흡수 시장제도 중요
[463호] 2017년 07월 21일 (금) 16:39:13 이종도 기자 leejd05@e2news.com

[이투뉴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전원계획의 근본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심층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수요전망값의 적정성 논쟁보다는 미래 불확실성을 흡수할 유연한 제도나 전력시장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호정 고려대 그린스쿨 교수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고도로 복잡하고 다층화된 경제구조와 4차 산업혁명 이행기에는 수급계획의 역할이 재설정 돼야 하며, 시장 자체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력수요의 과다·과소 논의보다 탄탄한 전력공급과 전력시장 정책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박 교수는 “수요관리 효과를 높이려면 전력시장에 시장원칙이 충실히 반영되는 방향으로 시장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며 “공급과 가격리스크 관리기능을 동시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도 8차 전력수급은 기존 계획들과 달리 기술적 의미보다 정치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정의했다. 기존처럼 각 전원이 비중을 뺐거나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그레이트 마이그레이션(Great migration. 대이동)’ 관점에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에너지대전환을 이해한다면 그 안에서 다양한 기술과 발전원들이 동행하는 협력을 해야하며, 변화된 환경에 대한 적응과 생존의 결과라고 받아들일 때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논쟁이 순화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원전이나 석탄, 신재생간에 전쟁 수준의 논쟁이 있는데, 생태계를 다시 갈라 나눠주는 개념이 아니라 대이동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수요전망값에 대한 과도한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 교수는 “출발선상에서 10~15% 오차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기존처럼 영역을 나눠가질 때의 논쟁”이라며 “이제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더불어 가는 것,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미래 불확실에 대비한 유연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복 이투뉴스 기자는 “적정예비력 유지는 3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사회자본의 운용효율과 직결된 문제로 과도할 경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면서 “다만 항상 최적예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노후석탄의 경우 즉시 해체처분보다 휴지(休止)보전 후 불확실대응 예비력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신재생 출력 변동성 대응을 위한 선제적 시장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기자는 “신재생 부하추종 자원계획을 미리 수립하되 이들 자원이 보조서비스 전력시장(AS)에서 제대로 보상받는 체계를 사전 구축하고, 관련기관이 신재생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관제역량을 미리 강화하고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 정부가 수급계획부터 가격, 시장운영까지 일제 관여하려다보니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수급계획 주체를 전력거래소와 한전, 발전사로 넘기고 정부는 큰 틀에서 조정하는 정도로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수요관리 수단으로서 한전의 전력가격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 위원은 “1980년대 공급과잉 상황에서 수요관리 수단으로 설계된 과도한 계시별요금제가 산업구조 왜곡과 낭비적 전력화를 초래했다”며 “전력수요의 상당량은 정상적 경제성장의 결과가 아닌 특정 다소비업종의 기형적 성장과 유류 전력의 전환수요다. 계시별 요금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관련해서는 “발전량 20%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보급과 시장개선도 필요하지만 공급가변성 확대에 따라 응동성이 우수한 전원의 충분한 확보도 필요하다”며 “가스복합, 양수발전, 배터리 등이 대인될 수 있으나 양수는 개발문제, 배터리는 용량이 문제이므로 가스복합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전력요금 체계의 정상화 관점에서 반드시 경부하 요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직 산업용의 전력수요가 과다한데, 그 원인이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경부하 요금에 있다는 것이다.

윤 처장은 “작년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판매단가는 107.11원인데, 경부하 최저가격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52.8원이다. 이는 한전이 원자력발전을 구매한 가격인 62.6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라면서 “경부하 시간대에 원전, 석탄, 가스발전까지 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요금조정으로 불필요한 전력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1차 에너지원보다 2차에너지원의 전기요금을 높게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다면, 시장은 알아서 체질을 개섢 나갈 것”이라며 “7차 계획에서 수요가 부풀려졌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수요를 관리 안하고도 실제 수요가 줄었다. 적극적인 수요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8차 전력수요가 인위적으로 재조정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박 교수는 “2001~2010년 전력수요 연평균 성장률이 5.7%, 2011~2016년 평균은 3%이며, 8차 수급계획 예측치는 2017~2020년 사이가 2%로 성장률 관점에서 보면 그리 벗어나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수치자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향후 전력수요는 산업용 비중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경부하 요금이 정상화 되면 계통에 오는 전력수요는 생각보다 많이 감소할 것”이라며 “8차 계획은 너무 공급측 자원으로 매몰되기 보다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향후 수요관리를 어떻게 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관리는 한전, 전력거래소, 에너지공단 등 유관기관의 거버너스 구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요금가격 정책이 중요하다”면서 “가격신호가 전해졌을 때 소비자가 스스로 수요를 절감하는 그런 형태의 수요패턴이 필요하고, 그럼에도 공급력 부족을 막을 방안도 동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좌장) 역시 수요전망값이 이전 계획 대비 축소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으므로 수요전망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번 기회에 수요관리를 향후 어떻게 할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조 교수는 “공급 측면에선 가스발전이 유연성이 있고 공사기간도 짧다. 다양한 옵션을 토대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요가 줄면 전원믹스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어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치가 맞냐 안맞냐보다는 미래 불확실이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나 매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과도하게 정부 주도로 계획을 가져간다든지 경직된 요금제로는 변동성을 커버하기 어렵다. 전력 시장제도의 개혁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도 기자 leejd05@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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