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5사 유연탄 수입량·아역청탄率 증가
고효율 발전소 짓고 환경설비 개선해도 '헛수고'

▲ 석탄화력발전소 유연탄 하역 부두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석탄화력 발전사들이 일반 유연탄 대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고 발전소 설계기준에도 못 미치는 저열량탄을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연료로서 품질과 환경성은 떨어지지만, 연료도입 단가를 주로 보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값싼 저질탄(低質炭)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3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현재 석탄화력은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해 30% 안팎의 원자력보다 비중이 높은 ‘제1 기저전원’이다. 2010년 전후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자 정부가 원전과 함께 대규모 석탄발전소 증설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에 의해 착공된 GW급 대규모 발전소들이 속속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있어서다.

발전량에 비례해 석탄사용량도 증가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작년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한국은 인도,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석탄수입국이다. 한해 1억3510만톤을 들여와 발전용으로 1억40만톤을 썼다.(제강용 등 제외) 발전용 기준으론 중국, 인도, 미국, 남아공, 일본에 이어 세계 6위 소비국이며, 2013년 사용량 9850만톤 대비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다.

신기후체제에서 단위에너지당 온실가스(CO2) 발생량이 많은 석탄 비중이 점증하는 것도 그렇지만, 발전용 유연탄의 탄질(炭質)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한해 2000만톤 가량을 수입하는 발전공기업 N사(社)의 저급탄 혼합비율 추이에 따르면, 2008년 이 발전사의 역청탄(bituminous Coal) 비율은 91%에 달했으나 이듬해 78%, 2010년 59% 순으로 감소하다 2015년 57%까지 떨어졌다. 반면 아역청탄(Sub-bituminous Coal) 비중은 2008년 9%, 이듬해 22%, 2010년 41% 순으로 증가했고, 2012년엔 50%까지 상승했다.

러시아,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역청탄은 kg당 발열량이 6400~8000kcal 사이의 고열량탄이며,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되는 아역청탄은 발열량이 4600~6400kcal 미만인 저열량탄이다. 발열량이 낮고 수분이 많은 아역청탄 비중이 높아지면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면서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해야 하고 발전효율이 낮아지는데다 CO₂배출량도 증가한다.

통상 발전효율이 1% 상승하면 CO₂배출량은 2~3%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 건설되는 석탄발전소들이 USC(초초임계압) 설비로 석탄사용량을 줄이고 발전효율은 높이는 배경이다.

출연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2008년 전후 호주 대홍수로 석탄 공급라인이 막혀 가격이 급등했는데, 그때부터 발전사들이 안 좋은 탄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중국과 인도의 석탄 의존도가 높아지면 우리처럼 고열령탄을 쓰던 나라들은 저급탄에 눈을 놀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A발전사 관계자는 “N사만큼은 아니지만 발전5사 연료품질(발열량)은 거기서 거기”라면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좋은 탄을 쓰는 게 클링커(발전소 내부에 달라붙어 효율을 떨어뜨리는 찌꺼기)도 덜 생겨 설비에도 좋고 오염물질 배출도 준다. 하지만 발전원가의 80%에 달하는 연료비를 낮추려면 저급탄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연료구매자들의 고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도 경제속도대로 달려야 최고 연비가 나오듯, 발전소도 설계규격대로 연료를 써야 효율도 극대화되고 황산화물(SOx) 같은 배출가스도 적게 나온다”며 “공기업을 경영평가란 애꿎은 잣대로 경쟁을 시키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오는 거다. 연료를 싸게 쓰는 것과 환경과 설비에 주는 부담사이의 편익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연탄 자원확보부터 발전소 환경설비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친환경·고효율 개념을 적용하되,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보는 경영평가부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전소 효율을 높이고 환경설비를 개선해도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전충환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아무리 고효율 보일러를 신설해도 지금처럼 저급탄 위주로 연료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및 환경부하 감소효과가 줄어든다. 세금을 들여 효율을 높였다면 거기에 맞는 연료를 써야 한다”며 “한전이나 발전사의 수익성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탄질이 우수한 해외 고열량 탄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탄광 및 연료개발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행 경평은 단기적 시각이다. 당장이 아니라 긴 관점에서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석탄보일러는 연료가 핵심이다. 노내(爐內)에서 나오는 SOx나 NOx(질소산화물)를 사후처리로 제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100여개의 자체 탄광을 개발해 54%를 자급하는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일본은 2008년 전후 석탄가격의 2.5배나 급등했을 때도 발전소 규격대로 고열량탄을 썼다. 매뉴얼을 중시해서기도 하지만 전기료가 연료비에 연동돼 조정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경평 제도를 비롯해 전력시장에서 환경성을 고려해 보상체계를 정비하고 연료 사전 건조 등으로 발전소 전체 효율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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