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지난주 중부지방에 많이 내린 비로 인하여 팔당댐에서는 초당 3500톤의 빗물을 버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댐에서 수문을 열 때 물보라가 치는 장관을 보여주기도 하고, 잠수교의 수위가 올라가면 교통 통제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물을 왜 버려야 하는지, 얼마나 버리고 있는지,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바로 전 주에는 가뭄에 엄청나게 애를 태워 기다리던 금쪽같은 물인데 말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물관리 정책과 습관에서 엄청난 집단적 건망증을 말해준다. 

초당 방류량(3500톤/초)에 하루 8만6400초(60초×60분×24시간)를 곱하면 하루에 3억톤의 빗물을 버리는 셈이다. 수돗물 값으로 환산하면 매일 3천억원이다. 이러한 방류를 열흘쯤 한다면 9억톤의 물, 3조원 어치를 내다 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다 버리고 나서는 내년 봄에는 또 가뭄 타령을 할 것이다. 왜 아까운 빗물을 팔당댐에서 버리고 있는가? 팔당댐 수위를 높이면 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상류유역이 침수되거나 댐이 터질 것 같아서다. 

바로 전날 비가 와서 물로 가득 채워진 댐에, 또 다시 많은 비가 오면 댐의 관리자는 진퇴양난이다. 수문을 열면 하류가, 수문을 안 열면 상류가 침수되기 때문이다. 만약 수문을 열어 빗물을 버렸다가 그 다음 비가 안 오면 낭패가 된다. 이때는 하늘만 쳐다보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도시의 빗물펌프장의 운전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껏 그런 일이 안 일어난 것은 다행히 하늘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반시민이나 초등학생들도 이러한 정책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그토록 애타게 내려달라고 빌던 하늘의 선물인 빗물을 내려 주었더니, 그 아까운 빗물을 버려야만 하는가? 

그것은 하천 주변에 만든 댐의 물주머니가 작기 때문이다. 만약 하천주위에 큰 주머니를 만들 수 없다면, 유역 전체에 걸쳐 작은 주머니를 값싸게 많이 만들면 되지 않는가? 또는 빗물이 한꺼번에 내려와서 그렇다면, 천천히 나오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전체 국토에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빗물을 모으도록 하면 된다. 즉, 논과 같이 턱을 두어 넓은 지역에 떨어지는 빗물이 잠시 고여 있도록 하고, 작은 둠벙이나 자연 친화적 저류지를 만들고, 지붕면이 넓은 관공서나 학교, 비닐하우스 등에서 빗물을 받도록 하고, 하천에서 물이 천천히 나가도록 만들면 팔당 댐의 몇 배 이상의 부피를 담을 주머니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지역주민들의 실력과 자본으로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8억톤의 물이 부족하다는 전망을 한다. 한강유역의 팔당에서 최근 3일 동안 버린 빗물의 양이 9억톤이라는 것을 보면 그 정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모든 강에서 버리는 빗물만 하루만 잡으면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환경부의 물재이용 촉진법에는 공공기관에서 빗물을 모으도록 법에 만들어져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잘 운전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물문제를 해결하려면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홍수뿐 아니라 가뭄도 함께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가 올 때 빨리 버리는 생각과 정책에서부터,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 모아서 천천히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물을 선(線)으로 이루어진 하천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의 전체 면(面)에서 모아서 고르게 관리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따라서 하도록 유도하려면 정부부처에서부터 법을 지키면서 모범사례를 만들면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뭄-홍수가 반복되는 집단적 건망증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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