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석유 원료, 사람과 자동차에 치명적 '毒'

산업자원부는 올해 ‘석유수요 전망’을 통해 휘발유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0.1%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송부문의 에너지소비량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전망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판매량 감소는 대대적인 단속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사석유 때문인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정품 휘발유는 리터당 1395원. 그러나 도로변이나 주택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명 세녹스 등의 유사석유는 리터당 900원에 불과하다.

 

매달 만만치 않은 기름값에 시달리는 자가 운전자 입장에선 리터당 500원 가까이 저렴한 유사석유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유사석유를 사용하는 소비자까지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편 ‘유사석유=탈세’란 공식을 내세워 대대적인 사용근절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당장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실소비자를 설득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감이 있다. 제아무리 정부가 유사석유 사용을 불법으로 못 박더라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노상에 판매되고 있는 유사휘발유의 실제 성분분석 결과를 통해 세수차원만이 아니라 아끼는 자동차의 수명과 운전자의 건강을 위해 ‘가짜 기름을 쓰면 안 되는 진짜 이유 3가지’를 찾아봤다.

 

(1) 엔진손상
석유품질관리원은 유사휘발유 신고포상제 1~3차 시행기간이던 2004년 9월부터 2005년 9월까지 노상에서 판매하는 580건의 유사휘발유에 대한 성분을 자체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사휘발유의 97.4%는 메탄올과 톨루엔, 용제를 섞은 형태로 나타났다.

 

이중 303건은 특히 톨루엔과 메탄올을 60:40 비율로 교묘히 섞은 ‘가짜휘발유’로 나타났으며 원료 구입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를 50:50으로 섞거나(34건), 70:30(30건)으로 혼합하는 등 조악한 제품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제품은 차량의 환경을 고려해 만든 정품휘발유와 달리 우선 고가의 차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름값을 아끼려고 가짜 기름을 넣는 것은 당장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독초를 섭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최근 일본 자동차연구소는 승용차 102대, 이륜 자동차(오토바이 등) 30대를 대상으로 전형적 가짜휘발유인 메탄올 혼합 석유를 주유한 뒤 주행시험에 나섰다. 그 결과 시험대상 차량 중 절반에 가까운 63대의 차량에서 운전성이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 시험 차량은 가속시에 완전연소가 되지 않아 차량이 느려지고 불안정한 시동상태가 지속됐으며 부하가 없는 정지상태에서도 아이들 안정성(고른 시동상태)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자동차정비업체의 한 정비사는 “연소가 불안하다는 것은 그만큼 엔진에도 동시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뜻한다”며 “점화 불량 상태가 지속되다가 엔진부조화 현상이 일어나 심하면 엔진 전체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름값 몇 푼을 아껴보려다 엔진교환이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경고다.

 
(2) 부품 내구성 약화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유사휘발유의 두 번째 위협은 자동차 주요부품의 내구성 약화다. 톨루엔이나 메탄올은 내장 부품을 부식시키는 성질이 강해 주요부품의 수명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 자동차 연구소의 시험결과에서도 유사휘발유를 사용한 차량의 부품이 대부분 불합격 처리되는 결과가 나왔다.

 

정비업체의 이 관계자는 “연료 공급 계통은 주로 금속 파이프나 고무재질로 이뤄져 있다”면서 “유사휘발유는 이들 부품을 경화시켜 균열이 가게 하거나 빠르게 부식시켜 원래 수명대로 자동차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3) 운전사 건강 위협
무엇보다 유사석유의 쓰면 안 되는 이유는 자동차보다 운전자의 건강 때문이란 주장도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유사석유의 원료가 되고 있는 톨루엔이나 메탄올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독물질로 무척추동물이나 해조류, 생물에 축적돼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람이 흡입할 경우 호흡기나 눈,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해 신경이상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메탄올에 중독되면 노출 후 6~12시간 후부터 구토와 복통, 시각장애가 나타나며 심하면 혼수상태가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톨루엔 역시 의학계에서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호흡기를 통해 톨루엔 200~300ppm에 노출될 경우 8시간이 지나면 간과 콩팥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착란 증세가 나타나는 등 대표적 유독 물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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