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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給電이라 읽고, 急電이라 쓴다
[465호] 2017년 08월 11일 (금) 00:01:17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의 확고부동한 탈원전 의지에 원자력계 전반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그래서 정부 당국의 일거수일투족이 사사건건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듯 하다. 그들의 대변인을 자임한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최근 수일간 앞다퉈 쏟아낸 이른바 ‘수요자원 급전지시’ 릴레이 오보 얘기다.

취재기자가 우리말로 순화가 덜 된 ‘급전(給電)’ 등의 전문용어를 오독해서, 또는 탈원전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야당 측의 검증 안된 의혹제기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과정의 실수라면 차라리 낫다. “잘 몰라서 그랬다”고 시인하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 주는 게 우리사회의 관용이다. 하지만 알고도 그랬다면, 아니라는데 계속 우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정 이해당사자를 위해 독자인 국민을 기만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서다. (물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그럼에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듯 하다) 

일단 전자라 치고 팩트부터 체크해 보자. 먼저 전력공급이 충분하다면서 전력거래소가 최근 수요자원(DR) 시장에 수차례나 ‘급전(急電)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는 기본적인 전력거래 형태나 DR시장 운용 매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다. DR은 공장 등의 전기사용자가 사업 외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미리 자발적으로 시장에 참여해 감축한 실적에 따라 보상을 챙기는 사업이다.

방식은 달랐지만 이명박 정부 때도 운용됐고, 2년전 박근혜 정부 때부턴 법개정을 통해 발전자원과 동등한 수준의 대접을 받게 된 신산업이다. 전력수요가 치솟을 때나 발전기 고장 때 사용해야 가장 비용효과적이므로 당연히 피크수요나 수급상황 변동 시 활용한다. 그런데 일부신문은 마치 전력상황이 빠듯해져, 원전건설이 불필요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DR을 썼다고 왜곡했다.

‘급전(急電) 지시’란 용어집에도 없는 말을 수사로 만들어 쓴 것도 낯 뜨겁다. '아낀 전기'를 공급한다는 의미의 ‘급전(給電) 지시’가 맞고, 정확히는 ‘감축지시’다. 또 강제적 소비조절인냥 보도했으나 DR시장참여는 해당기업의 자율이며, 최근 1~2년간 사업 외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신규진입이 봇물을 이룬 게 팩트다. 예비력 과잉으로 DR이용률이 너무 낮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즈음 시민단체가 낸 논평을 오보 매체들의 교재로 제공한다. 탈원전의 부당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면 기초공부 좀 더 하는 게 좋겠다. "우리나라 수요자원은 2017년 6월 기준 4.3GW로 원전 4기분량이 넘는다. 1시간내 감축 전력이니 발전설비는 109.5GW가 아니라 사실상 114GW가 있는 셈과 같다. 그동안 수요자원에 기본정산금을 지급하면서도 급전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은 발전설비가 너무 많아서다." (8월 7일자 환경운동연합 '산업부 피크수요 관리는 당연' 논평 中)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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