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렬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연례 기자회견에서 가스 Opec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이란과 러시아가 Opec 형태의 가스 조직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발언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가스 Opec” 또는 “Opec 형태의 가스 조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원, 미국 스탠포드와 라이스 대학 등의 다수 전문가들은 가스 Opec이 가스 카르텔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가스 카르텔이 설립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석유의 Opec처럼 가스 공급량을 통제하여 높은 가격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이 예상되는 가스 Opec의 전략이 국제 가스시장에 뿌리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가스 Opec 아이디어는 한낮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의 지나간 30년 역사를 놓고 볼 때, Opec이 석유공급량을 조절하여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시기는 사우디가 높은 석유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세계수요에 맞추어 자국의 공급량을 조정해 왔다. 가스 카르텔이 성립하려면 사우디와 유사한 가스수출국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대는 두 가지 면에서 불가능하다. 우선 가스는 대부분이 장기계약으로 거래되고 있어 석유처럼 단기간에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러시아, 이란, 카타르 등 주요 가스수출국 중 어느 국가도 사우디가 겪었던 수입손실을 감당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스 Opec은 정책공조 내지 정책협의 조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책공조는 느슨한 형태의 가스 카르텔적 성격이기 때문에 그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 예를 들면, 가스수출국이 수입국과의 계약 시 공동으로 가격유지 조항을 설정한다고 했을 때 가스시황이 구매자 시장인 경우 가스 수출국은 눈속임을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종합해 볼 때 가스 Opec이 설립된다고 하면 그것은 수출국간 정책협의장이 될 공산이 크다.


가스 Opec을 말할 때 푸틴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가스 Opec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이란을 주요한 에너지협력 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유럽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하여 자국의 에너지정책 의지를 강도 높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시장이 자유화 되어감에 따라 유럽시장에서 자국의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유지 내지 확대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는 유럽에 대하여 에너지공급을 보장해 주는 대신에 유럽으로부터 에너지수요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유럽의 에너지산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유럽연합의 입장은 다소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가스 Opec 아이디어는 러시아가 유럽연합과의 에너지대화에서 최근의 에너지가격 강세 시장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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