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2개 크기 14만㎡에 공연·전시장·문화마당 들어서
비축탱크 6기는 그대로 재활용해 독특한 공간 특성 살려

▲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석유비축기지. 다음달 1일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투뉴스]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해 다음달 1일 개원을 앞두고 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서측의 매봉산 자락에 자리한 1급 보안시설로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축제와 공연, 전시가 열리고 시민시장이 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다음달 1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비축기지는 전체 면적 14만22㎡로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다. 부지 가운데에 공연, 장터, 피크닉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열린공간(3만5212㎡)이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6개의 탱크(T1~T6, 10만4810㎡)가 둘러싸고 있다. 이번 공사에는 약 2년이 소요됐고, 전체 사업비는 470억여원이 투자됐다.

▲ 공사중인 비축탱크 내부.
▲ 비축탱크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 가능하다.

◆ '재활용‧친환경'
문화비축기지는 기존 탱크들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했다.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T1),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T2), 탱크 상부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T4)까지, 문화비축기지만의 독특한 공간 특성을 활용했다는 평이다.

▲ 비축탱크를 그대로 활용해 공사하고 있는 모습.

문화비축기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과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건축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녹색건축인증(한국산업기술인증원) 우수등급과 에너지효율등급(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최우수등급으로 예비인증을 받았으며, 준공 이후 본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 비축탱크2. 기존 탱크의 철재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상부는 야외무대(1,226㎡), 지하는 공연장(608㎡)으로 꾸몄다. 400명 수용 가능하다.

◆ 1차 석유파동으로 건설, 한일월드컵으로 폐쇄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석유파동(Oil Shock)에 국내 경기가 위기를 맞자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시는 국고보조금으로 1976년 건설을 시작해 1978년 완공했는데, 당시 5개의 유류저장탱크에 6908만리터 저장이 가능했다.

서울사람에게도 이곳이 낯선 이유는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위해 인근에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면서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위험시설로 분류, 2000년 11월 폐쇄됐다. 이후 일부 부지만이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됐을 뿐, 사실상 10년 넘게 버려지고 방치된 곳이다. 

▲ 한일월드컵으로 폐쇄되면서 이곳은 10여년 동안 방치됐다.

하지만 2012년 고건 전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현장답사를 시작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논의됐다. 2013년 시민 아이디어공모를 통해 기본구상 및 마스터플랜을 수립, 2014년 설계자문위원회를 발족했고 2015년 12월 변신을 위한 공사가 시행됐다.

◆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
문화비축기지는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로 약 7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문화비축기지를 감싸고 있는 매봉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1.3km)에서는 상수리나무, 소나무‧잣나무숲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으며 매봉산 정상 전망대(93.9m)에서는 문화비축기지는 물론 월드컵경기장과 한강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비축기지가 난지 쓰레기매립장을 이용해 연이어 조성된 평화의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과 최근 대부분 마무리된 상암DMC 조성사업과 함께 서북권역 녹색도시 서울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재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철저히 통제되던 산업화시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며 "문화비축기지가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명소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문화비축기지는 쓰임을 다한 산업화시대 유산을 역사와 문화를 보존해 새로운 랜드마크로 탄생했다"며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비축탱크의 고유한 느낌이 반영돼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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