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이 기자입니다.(퇴직하셨으나 편의상 전 직함을 쓰겠습니다.) 실제 만난뵌 적은 없지만 오래전 몇차례 전화통화와 카카오톡, 그리고 최근 보내주신 <김어준의 파파이스>출연 동영상, <오마이뉴스> 기고글 등도 모두 잘 보았습니다. 모두 제가 관심을 갖고 지켜 본 분야인데다 전력계통이란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더욱이 공공기관의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라 개인적으론 반복된 이야기였음에도 매번 관심을 가졌더랬습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잘 아시다시피 줄곧 제기하신 'EMS 부실운영', 또는 'EMS 수동운전' 의혹 등은 나름 역사가 유구합니다. 14년전인 2003년 해당기관 고위직 재임 시 부하직원에 지시해 작성된 EMS관련 문건이 감사원 감사의 단초가 됐고, 그 일로 조직과 앙금을 안은 채 퇴직하셨더군요. 이후 2012년 국회 입법지원기관 소속이 된 애제자가 2011년 9.15 정전이 EMS와 관련됐다는 보고서로 심지에 다시 불을 붙였고, 이듬해 19대 국회에선 모 의원실을 통해 꽤 여러차례 이 사안이 다뤄진 것을 기억합니다. 심지어 국정감사 때 전력거래소 EMS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국회, 감사원, 심지어 이후 해외 외부기관까지 검증에 나선 결과는 어떻게 나왔던가요. 우선 14년전 첫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당시 EMS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또 2014년 3월부터 3개월간 실시된 감사원 특정감사(EMS 운영 및 한국형 계통운영시스템(K-EMS) 개발·구축실태) 결과보고서를 확인해보니 '5분마다 생성한 급전값에 따라 급전지시를 하지 않고 수동 급전지시한다'는 지적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참관하신 2015년 해외 전문기관(옛 KEMA)의 신뢰성 검증에선 '어떤 결함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따로 들어보려 했습니다. 가급적 전력계통 분야에서 올곧게 쓴소리 하시는 학자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참 안타깝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간 주장하신 부분들이 사실도 아니거니와 이런 논쟁이 반복되고 일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건 우리 전력산업의 수준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특히 9.15 정전의 빌미를 EMS가 제공했다거나 여전히 EMS가 수동조작 되고 있다는 지적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일전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주장하신 내용들과도 배치됩니다.

오늘 서신은 그에 대한 재반박을 듣고자 함이 아닙니다. 지난 십수년간 특정인에 의해 지속된 이 지난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저 역시 해묵은 앙금에는 심정적 공감을, 그러나 다른편으론 적잖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저또한 한국의 EMS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선진국도 아직 EMS를 AI(인공지능)처럼 활용하는 곳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EMS와 같은 공적자산을 대상으로 한 문제제기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불필요한 오해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십사 한다는 것입니다.(어쩌면 우린 목적이 불분명해진 이 논쟁에 이미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교수님 특유의 집념과 열정이 이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이 기자 올림"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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