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풍력발전기 3기 가동…기초 하부구조물 설치작업 한창

▲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해상변전소 기초 하부구조물

[이투뉴스] 전북 부안군 변산리 격포항. 부안과 고창해역 사이 위도 근처 약 33만㎥(10만평)규모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로 떠나는 여정은 고요한 항구에서 시작됐다. 해안에서 10km 떨어진 실증단지 공사현장은 거친 포말을 일으키는 고속선박으로 30분 남짓 걸렸다. 지역어민 얘기로는 일반 어선으로 1시간 30분께 걸리는 다소 먼 바다였다.

날씨는 맑고 물결은 잠잠했다. 올해 유독 잦은 비로 항구 도착까지 뇌리에 머물렀던 출항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걷어낼 수 있었다. 2010년 11월 지식경제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 발표 후 처음으로 가시화된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본지 기자에게도 감회가 남달랐다.

60㎿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은 그간 지역주민 반대로 수년간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2월 산업부의 전원개발사업 승인으로 겨우 공사가 진척됐다. 이제야 실증, 시범, 확산으로 이어지는 3단계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첫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실증사업의 공사비용은 약 5000억원이다. EPC업체는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다. 현대건설이 풍력터빈·타워 조립 및 기초 하부구조물 설치를, 두산중공업이 풍력터빈 납품 및 기초 하부구조물 설계를 맡았다. 실증단지에는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TC2(3㎿)와 TC3(3㎿)를 20기 설치한다. 한국해상풍력에 따르면 TC3는 TC2보다 출력이 40%가량 더 나온다.

격포항에서 출발한 고속선박은 적재용량 800톤급 플로팅 크레인에 정박했다. 고정훈 현대건설 현장소장이 방문객을 맞았다. 30년 이상 각종 건설현장을 누벼온 고 소장도 바다에서 전 공사 과정이 진행되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국민들에게도 낯선 내용이자 현장이라 볼 수 있다. 공사 현장은 일반 선박들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5500톤급 잭업바지선. 가장 큰 잭업바지선은 목포에 있는 8000톤급이다

■ 지역어민 우려 불식이 최우선 과제
망망대해 위에는 다양한 선박이 떠다녔다. 적재능력 800톤과 1000톤의 플로팅 크레인이 각기 한 척씩, 260톤의 회전 크레인선이 한 척,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5500톤급 잭업 바지선 한 척, 수산업 연구플랫폼, 소형 작업선 등 많은 선박들이 분주히 이동 중이었다. 하루 전만에도 1.4m 높이의 파도로 모든 작업이 중단됐고, 작업인력이 피신한 지역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한국해상풍력에 따르면 대규모 공사이나 실제 실증단지 규모는 부안 전체 해역의 0.2%수준이다. 말 그대로 한줌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역어민들이 느끼는 우려는 넓은 아직 고창과 부안 앞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그래도 최근 주민들이 피해대책위원회에 보상위임장을 제출하는 등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관계기사: 서남해 해상풍력, 지역민원 해결 진일보>

정익중 한국해상풍력 본부장은 “어민들의 불편이나 불만을 최소화하는 일이 우선 과제”라며 “특별지원금 등을 통해 어민들이 스스로 기반을 닦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목포해양대와 연구용역을 통해 실증단지 내에서 유자망 사업이나 굴이나 미역 등 양식업의 가능여부를 타진하고 있었다.

한산수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주민들의 의견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아직 많은 주민들이 사업을 지켜보는 상황인 만큼 말이나 행동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선 풍력터빈과 타워 조립을 위한 기초 하부구조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멀리 바다 위로 탑처럼 불쑥 솟아있는 풍력발전기와 해상변전소의 기초 하부구조물이 눈에 쏙 들어왔다. 구조물은 서로 800m가량 이격돼있었다. 고 소장에 따르면 계획상 올해 10월까지 3기의 풍력터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미 2기의 기초 하부구조물과 1기의 해상변전소 하부구조물이 눈앞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해수면과 맞닿은 부분은 해초나 따개비 등이 잔뜩 붙어있었다.  

해저 바닥에 안착하는 방식이나 구조물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저 바닥에 구조물을 고정시키는 자켓 방식, 포스코는 강재 10%가량을 아낄 수 있는 구조물을 활용한 자켓 방식. 전력연구원은 펄의 흡착력을 이용한 석션버켓 방식을 적용한다.

자켓 방식은 크레인으로 자켓 레그, 파일, 핀 파일을 순서대로 삽입·항타해 구조물을 고정하는 방법이다. 실증단지에서는 역순환공법(RCD)굴착기로 기반암에서 20m, 해저 바닥에서 60~70m를 뚫어서 자켓을 설치한다. 공사 기간은 수심에 따라 통상 2~4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석션버켓 방식은 주변 펄을 흡착해 단기간에 고정이 가능하다. 그만큼 공사비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켓 방식(52억원) 대비 10억원 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력케이블은 해저 바닥에서 2m깊이의 지중 선로방식으로 깔고 있다. 어선 이동이나 자기장영향 등 지역주민의 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해저케이블은 고창 변전소까지 10.3km를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고창변전소는 현재 도시계획상 765kV초고압 실증 등 연구용으로 사용목적이 한정됐다. 일부 주민반대가 주된 원인이다. 이 때문에 한국해상풍력은 지자체에 고창변전소의 상업용 겸용 지정을 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해상풍력단지 유지에는 다수 인력이 필요하다. 정익중 한해풍 본부장은 “해양건설종사자가 지금보다 최소 50~100배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증단지가 건설되면 터빈 1.1㎿당 정규직 1명꼴로 거의 50여명의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근 도서나 여천 또는 군산 항만에서 장비를 싣고 선박으로 출동하는 지원인력까지 2차, 3차 사업에 걸쳐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60㎿규모 실증사업을 완료하면 아기가 첫 걸음마를 뗄 정도는 될 것”이라며 “이후 2차 사업인 400㎿규모 시범사업을 끝마치면 현재 대비 건설·운영비를 50~60%가량 인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산업부와 조율 중인 금융조달 문제를 잘 마무리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 풍력발전터빈과 타워를 설치하기 위한 기초 하부구조물(사진 왼쪽은 타워 설치 시 강재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물)
▲ 800톤급 크레인선(사진 오른쪽)과 260톤 회전 크레인선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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