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이제 곧 다가올 2018년이 되면 한국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가 2기(期)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 정부는 2015년에 시작되어 2017년에 마감하는 배출권거래제도 1기에 대한 성과와 미흡한 점을 점검하고, 보다 세련된 한국형 배출권거래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농단의 여파와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신정부의 배출권거래제도 준비 상황은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배출권거래제도 1기가 경험축적 및 거래제 안착을 위한 기간이었다면 2기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기 할당계획이 늦어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할당계획이 이미 발표됐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발표되지 않아 규제 대상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할당계획이란 계획기간 중 할당대상 부문 및 업종, 배출허용총량, 업체별 할당 기준, 배출권 예비분 및 유연성 메커니즘 등 제도의 종합 운영을 위한 기준이 된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할당계획에 맞춰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감축 대안 탐색, 그리고 배출권 거래 규모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발표가 늦춰지면 질수록 그만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이는 배출권거래량 감소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할당계획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배출권거래제도 2기는 1기와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바뀌고 배출허용총량도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 대상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검토에 검토를 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배출권거래제도 2기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유상할당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배출권거래제도 1기에는 모든 대상기업에 대해서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해 주었다. 그러나 2기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 대상기업의 3%에 대해서 경매로 배분된다. 그만큼 해당 기업에게는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규제 대상 기업에게 유상할당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무역집약도와 같이 수출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유상할당으로 생산비 증가가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상할당이 적용된다. 현재는 어느 부문 및 어느 업종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기업군(群)을 대상으로 할지 최종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2기 배출권거래제도에서 또 다른 차이점은 배출허용량 설정 시에 과거배출량 기준이 아닌 벤치마크(Benchmark) 방식의 허용량 설정이라는 점이다. 이는 같은 부문 및 업종에 있는 기업 중 온실가스 저감 실적이 가장 높은 기업을 기준(벤치마킹)으로 그 외 다른 기업의 배출허용량을 반비례하게 할당해 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 방식은 증설이나 공장폐쇄 등 배출량의 예기치 않은 변동으로 인한 미래 배출량 변동이 발생할 경우, 기존 과거배출량 기준 방식이 갖는 유연하지 않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업종별로 할당된 총량을 업종 내 기업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식에서 있었던 불만도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비효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 유리한 방식인 만큼 기업들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신규 설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벤치마킹 방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업종 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 현황이 파악돼야 하고, 관련 데이터의 축적도 필수 불가결이다. 따라서 전 대상기업을 상대로 시행하기엔 현 수준에서 한계가 있어, 적용 가능한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이처럼 배출권거래제도 2기에 들어가면서 제도적인 큰 변화와 별도로 할당계획이 늦어지는 또 다른 외적인 원인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과의 정합성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이 계획은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큰 윤곽에서 나타낼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으로, 원전 축소, 노후 석탄화력 폐쇄, LNG와 열병합 발전 확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존 전력계획과 비교하여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국가 에너지계획의 큰 틀이 바뀌면,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도 크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할당계획은 제8차 전력계획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사후에 수정이 불가피해 발표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1기에서 2기로의 큰 틀에서의 변화와 제8차 전력계획과의 정합성 등의 이유로 정부로서는 쉽게 배출권거래제도 2기 할당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구정부의 국정농단과 신정부 탄생과정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된 국정공백은 관련 정부기관의 철저한 계획과 신속한 준비에 차질을 낳았으리라 본다. 

그러나 혹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적 감축 기제인 배출권거래제도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낮기 때문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도와 같은 강한 규제는 대상이 되는 기업의 순응도와 제도의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에게 충분한 규제 대응 기회를 제공하고 예측을 통해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할당계획을 신속히 발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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