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내세웠을 때 이미 예견했던 것처럼 목표달성을 위한 무리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통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금력 등이 풍부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도록 함으로써 목표달성을 담보한다는 전략이다. 우리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겠다는 정책과 함께 한전의 발전사업 허가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결과를 낸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대규모 단지조성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발전사업 참여로 인한 분산전원 확대라는 에너지 정책 목표와 동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한전의 발전사업 수행도 김대중 정부가 실시했던 전력산업 개편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다. 전력산업 개편은 발전과 송배전 및 판매를 분할,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력산업 개편은 발전과 송배전은 분리시켰으나 판매 분할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 와중에 한전으로 하여금 다시 발전사업에 나서게 한다는 것은 전력산업 개편을 원천적으로 무위로 돌리는 셈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계의 공룡이나 다름없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면 중소 발전사업자들의 입지는 사실상 상실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산학연의 공통된 목소리다. 즉 한전은 전국의 전력계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계통접속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재생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계통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지위를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경우 이외의 다른 사업자들은 정보에서 심각한 비대칭을 겪어야 함은 물론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가 지름길일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생태계를 크게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장이 불가피하지만 단기적인 목표에 매달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헤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은 전 정부 시절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찬성하는 반면 야당이 민주당이 반대하고 산업부도 마뜩찮아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명운을 걸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찬성입장으로 돌아서고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공수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에너지전환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정부 여당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잘못된 정책은 두고두고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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