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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자원개발로 4차 산업혁명과 남북화해 시대 열자
이준석 석유공사 E&P사업본부 기술개발처장
[470호] 2017년 09월 26일 (화) 08:00:34 이준석 석유공사 기술개발처장 junseog.yi@knoc.co.kr

[이투뉴스] 화장품, 세제, 비료, 의류, 술, 아스피린, 베이킹소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모두 석유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 석유는 자동차 연료나 전기발전분야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분야 모든 곳에 스며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석유 확보는 국가 안보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패망,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등 세계사에서 석유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반도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세계 8번째 석유 소비국, 5번째 수입국이다. 석유 및 광물자원의 99%를 수입하고 있고, 국가 수입액 중 30% 정도가 에너지 수입에 해당한다. 대외에너지 의존도가 극심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에 와서야 에너지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자원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명박 정권 때는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3사 공기업들의 거액투자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경기 침체, 자원 가격 폭락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적자 행진을 시작하게 됐다.

에너지 3사 공기업도 이 난관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을 고려하게 됐고, 지난해 5월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광물공사는 기존의 진흥 기능을 유지하고 사업은 매각하는 방향으로, 석유공사는 타 공기업과 통합하는 방향으로' 등의 시나리오가 등장했지만, 일단은 자원개발 투자를 현 수준에서 유지 또는 축소하고 민간 석유개발을 지원하는 것으로 논란은 종결됐다.

◆자원공기업만의 특수성 인정해야…국내 사업기반 있을 수 없어
현재 석유공사는 부채가 18조, 이에 대한 이자도 연간 4천억원이 넘어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다. 석유공사가 지속적인 석유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면 지속성장은 고사하고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사의 경험과 실력이 부족했고, 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과 에너지 안보는 철저히 분리해 평가돼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몇 번의 실패로 그만둬야 하는 단기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존립을 위한 에너지 장기 전략이 만들어지고, 유지돼야 한다. 

또 에너지 공기업은 타 공기업과 달리 국내에 사업기반이 없다. 자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단 얘기다.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고, 지원 방법 또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국영석유사들과 메이저 석유사들의 사업형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의 거의 모든 석유사들은 상·하류 사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영석유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CNPC, 로스네프트, 가스프롬, 메이저 석유사로는 엑슨모빌, BP,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사업구조 덕분에 유가 급락과 같은 위기 속에서도 대응할 수 있었다. 정유업 등 하류부문이 상류부문의 손해를 만회해 저유가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하류부문)도 지난해 정제마진이 높아 도합 8조원 영업이익이라는 호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다른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은 2010년 범정부 협의기구인 '국가에너지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올해에 국영석유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석유화공(Sinopec) 등에 전년대비 40% 증액된 약 26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5년 자원관련 손실이 12조원에 달했음에도 불구, 올해 해외자원 예산으로 역대 최대치인 762억엔을 편성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이 국가존립을 위해 안정적인 석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유가 및 광물가격이 하락한 시점에 대규모 자산 매입 및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와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 새로운 패러다임 맞이하는 자원개발
현재 외국은 에너지 자원개발, 특히 석유개발 분야가 4차 산업혁명과 만나 뜨겁다. 디지털 오일필드(DOF, Digital Oil Field) 때문이다. ICT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중앙 통제센터와 현장을 시·공간 제약 없이 연결하는 유전관리 체계를 말한다. 현재는 생산현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무인으로 탐사 및 시추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며 석유가 있는 지역도 정확히 찾아낼 것이다.

2009년 말 BP사는 전 세계 운영광구 중 35개 이상에 디지털 오일필드를 구축했다. 이는 700개 유정과 1000개 장비를 디지털 센서화한 것으로 BP사 유정의 약 80%에 해당한다. 이외에 쉘, 아람코, 쿠웨이트 국영석유사 KPC 등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디지털 오일필드 시장의 가치는 2015년 기준 약 250억달러이며, 2022년까지 매년 4.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업체는 센서분야, 통신기반분야, 자료처리 분석 및 모델링 분야 등에 대한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자원 개발을 하는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현장을 이용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석유공사는 수년 전부터 캐나다 현장에서 디지털 오일필드 구축 연구를 민간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포스코도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연구들이 국내 ICT 기업들과 만난다면 앞으로 국내기업들에게 거대한 신사업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북한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어 자원개발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정부에서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사업을 북한문제를 해결할 비책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산업은 러시아산 가스가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업을 뜻한다. 세계 2위인 LNG 수입국 한국과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두 국가 입장에서 반길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3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국책사업이 될 전망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현재 석유개발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석유공사와 자금력이 있는 가스공사가 공조,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은 파이프라인 사용료와 건설에 필요한 인력 등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러시아는 자국 가스의 장기적 판매를 위해서 북한에 남북 평화 압박을 가할 것이고,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다.

◆ 공기업 대형화가 관건
이처럼 에너지 개발이 새 시대에 새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업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장기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에너지 자원이 공공재로 관리돼야 하며 공기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돼야 한다. 이는 바게닝 파워(교섭력)를 갖고 있는 대형 에너지 공기업들이 직접 에너지 개발 분야에 투자를 하고, 여기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현재 유가 및 광물가격은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나 급등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석유 및 광물은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구매가 매우 힘들다.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 우선순위는 석유 및 광물을 같이 생산하고 사업을 하는 파트너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은 후 국내에 석유공사가 만들어진 이유와도 같다. 에너지 개발을 국가 주도적으로 해야만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에너지 개발 업체 및 유관기관들이 같이 육성돼야 하며, 특히 에너지 공기업 대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사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우선적인 목표이므로 장기적인 에너지 확보 노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이 성장하면 자원개발은 타 산업과의 연관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철강·플랜트·조선·엔지니어링·금융 등 관련 사업의 성장도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新시대, 新패러다임을 앞두고 정부의 新혜안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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