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공학한림원 주최 에너지포럼 기조연설서 소신발언 눈길
에너지전환 당위성 강조 "새 패러다임 변화서 뒤처지지 말아야"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발표자)이 15일 공학한림원 주최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에너지야말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고 융합할 수 있는 분야인데, 그렇게 되려면 기존 한전의 전력시스템이 굉장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학한림원 주최 제57차 에너지포럼 기조연설에서 “기존 시스템이 에너지‧IT로 가려면 발전-송전-배전부분의 고객선택과 양방향 송‧배전이 되어야 하고 법령정비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의 단방향 전력 융통 시스템이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되어야 에너지분야 기술혁신과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며, 미래산업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는 논지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엘론머스크가 단순히 전기차를 판매하는 구상만 하는 건 아니다.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의 100분의 1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더 높다. 일을 많이 안 해도 고부가가치를 내는 쪽으로 우리도 가야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외부 공식석상에서 소신발언을 아껴온 백 장관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두 달째 ‘소리 없는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와도 구별되는 행보다.

이날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주제로 강단에 선 그는 에너지정책을 선회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사견 없이 준비된 자료를 설명하는데 공을 들인 반면 미래 신산업 육성 부분에서는 적극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백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 첫머리에서 해외 주요국 전력믹스 변화 추이를 제시하며 원전과 석탄화력 비중을 줄이는 방향의 새 정부 에너지전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그 비중을 77%에서 2022년 55%로 낮추고,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롤모델인 독일은 같은 해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15년 기준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의 62%가 재생에너지에 몰렸음을 주지했다.

백 장관은 “OECD국가들도 신규설비 투자액의 86.4%가 재생에너지였고 원자력은 1.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탈석탄과 탈원전은 단순한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부문의 문제다. 더욱 준비해야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어 “6~7차 전력수급계획이 경제성 위주다보니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규 원전 6기는 백지화 하고, (대선)공약에서 원래 백지화였던 신고리 5,6호기는 매몰비용이 많아 공론화 중이다. 원전은 60년 이상 여유를 갖고 서서히 감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너무 성급한 에너지전환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한 발언이다. 다만 백 장관은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에 비해 (고준위)폐기물이 8.8배 정도 더 나오는데, 월성(1호기)은 사용후핵연료 수용성도 굉장히 좋지 않아 조기폐쇄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보급정책과 산업화 정책을 구분해 육성전략을 수립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보급은 수용성 제고에, 산업화는 글로벌 수준 경쟁력 확보에 각각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백 장관은 “독일이 성공적 재생에너지 모델이 될 수 있던 것은 국민의 46%가 재생에너지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보급정책은 수용성이 크게 낮고 상위법보다 하위법이 큰 문제”라며 “지역주민 수용성 제고와 궁극적으로 주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 산업화와 관련해서는 “육상풍력은 한계가 있고 해상으로 가야 하는데, 3~5MW분야는 우리가 수준급인데 5~7MW이상은 세계적 기술보다 뒤처져 있다"면서 "결국 정부 지원 없이 시장 매커니즘으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므로 보급과 수출, 산업생태계 측면을 두루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 문승일 서울대 교수, 차국헌 서울대 공대학장(진행), 안남성 한양대 교수, 차문환 한화솔라파워 대표  

한편 백 장관의 발표 직후 이어진 토론에서 각계 패널은 에너지전환정책 이행력 담보를 위한 당국의 심기일전을 주문했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전력사용량(수요)은 포화되고 있는데 피크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이제는 저장정책으로 가야한다. 신재생 증가에 따른 안정적 전력망 운영을 위해 100GWh규모 ESS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하면 발전소 늘리지 않고도 V2G(전기차연계그리드)로 가능하다. 말로만이 아니라 지금 정책에 이걸 담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신재생 3020 목표가 OECD비교해 한참 뒤처진 수치라면서 "태양광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그리드패러티를 돌파했지만 아직 우리는 170~180원대다. 규모의 경제가 안되고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전 계통과 국공유지를 많이 풀어주면 수년내 한국도 원전·석탄가격 능가하는 태양광가격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맥락에서 안남성 한양대 교수도 "정책이 바뀌니 전기료가 폭등한다는 등 논란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특징은 보급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상호강화매커니즘"이라며 "이제 정부가 할 일은 국가적으로 공인되고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목표에 걸맞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일이다. 혁명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는 "경제학 모형을 이용해 추정해보면 2030년이 되도 신재생 20%는 달성이 어렵고, 최대한 조건을 완화시켰을 때 14%가량 간다고 나온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기업내 밸류체인간 협력이 단절돼 기술혁신이나 생산비용을 낮추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신재생 산업간 융복합기술개발 시스템을 만들고, 기술적 고착구조를 돌파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남호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3020 목표는 과하지 않지만 도전적 비중"이라고 운을 뗀 뒤 "태양광 부지로 가장 좋은 지역은 벼농사 지역이다. 정부가 50만톤을 추가 수매하는데 그 규모가 5만6000헥타르(ha)지만 태양광 20GW는 4만헥타르 정도 필요하다. 땅이 부족하다는 분석은 인허가나 주민반대 얘기다. 실제 20% 확충에 큰 문제는 없다. 계획입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정책관은 '석탄화력의 청정성이 대폭 개선됐는데 부정적 인식이 과도하다'는 플로워 의견에 대해 "에너지산업이 보수적이긴 하지만 외부적 충격이 있어야 변한다. 석탄화력을 무리하게 LNG발전으로 바꾸는 일은 없겠지만, 국제적으로 뒤처지는 석탄을 계속 끌고 가기엔 한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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