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책 뒤집은 조치에 원성, 파리기후협정 입장변화 주목

[이투뉴스] 미국 플로리다 주를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어마(Irma)부터 휴스톤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 뉴욕 연안을 지나간 허리케인 호세(Jose),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향해 다가온 마리아(Maria)등 한 달 사이 허리케인 4개가 미국을 덮쳤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2년만에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하비는 사망자 5명을 내고 최소 2000여명이 긴급 구조를 요청하게 했다. 하비와 어마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은 약 300조원으로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아 피해액인 59조원보다 5배 많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피해가 크다. 

미국이 더욱 강력해진 북대서양 허리케인을 경험하면서 ‘기후변화’로 원인을 돌리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심한 기상 이변 사태를 기후변화에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과학적 합의는 어느 정도 도달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그 영향,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봐야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완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지구 물리 유체 역학 연구소(GFDL)는 기후변화로 인한 허리케인 발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고 일축했다. 

MIT의 케리 임마누엘 대기과학과 교수는 “특정한 기상 이변을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최근 <PB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 라몬트 도허티 지구 관찰연구소의 레들리 호튼 기후 과학자는 “드물게 발생하는 이러한 자연현상이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논하기 전에 얼마나 흔하게 발생했는지 거의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상 통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500년 또는 1000년의 기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된 기록은 현재 없다. 

조지아 대학의 마샬 셰퍼드 지질학과 대기과학 교수는 “하나의 특정 허리케인의 인과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며 “이건 마치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한 야구 선수가 어떤 홈럼을 치는데 영향을 줬는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테로이드 사용이 야구 경기 도중 더 많은 홈런을 내는데 더 높은 가능성을 줄 수 있지만, 스테로이드 사용 때문에 어떤 선수가 특정한 홈런을 쳤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과학자들은 올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의 경우 그 빈도보다 강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CNN>은 "지구 온도 변화가 허리케인 하비나 어마를 유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 등 기후변화가 허리케인을 더 파괴적으로 만들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뜻해진 해수가 더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나아가 카테고리 3이나 4 정도의 고밀도 허리케인의 빈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통계에 따르면, 1901년과 2015년 사이 해수면 온도는 10년당 약 0.07도씩 상승했다. 따뜻해진 바다는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고옥탄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해표면을 중심으로 해수 온도가 오르고 대기 중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형성되는데 이는 허리케인의 기본 환경을 마련해준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의 경우, 표면 가까이 측정된 풍속은 시간당 약 200마일 정도다. 100년 뒤엔 최강력 허리케인의 풍속은 시간당 220 마일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호튼 과학자는 예측했다. 

허리케인의 강도가 유지되더라도, 향후 더 잦은 폭우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이 더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갖게되면서다. 

임마누엘 교수는 “기후가 더 따뜻해지면서 민물 홍수가 더 문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심지 홍수가 빈번하다. 앞서 미국에서는 1950년 호우때문에 많은 폭풍우 방지 수도 관리와 환경 기반 구조가 마련됐다. 앞으로 더 강도 높고 잦은 폭풍우가 예상되면서 환경 시설이나 커뮤니티 조성에 있어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호튼 교수는 향후 허리케인 기후 모델이 나타날 경우 폭염과 강우, 잦은 해안가 홍수 등 더 극심한 형태의 기상 악화를 보게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물리 유체 역학 연구소 측은 “카테고리 4~5 폭풍 영향력은 2100년쯤 30% 더 커져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치는 NASA가 발표한 해수면 상승 전망치를 반명하지 않은 수치다. 

한편, 하비가 휴스턴을 강타했을때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에 의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오바마 정책을 철폐하고 뒤집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원성을 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거푸 일어난 허리케인 사건이 기후변화에 대한 그의 기존 생각을 바꾸게 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 플로리다 서부 해안 허리케인 어마의 피해 지역을 방문 한 뒤 기자들에게 “예전에 우리는 이보다 더 큰 허리케인도 경험했다”고 말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1930년대나 40년대를 뒤돌아보면 이 보다 더 큰 허리케인을 경험했다”고 말해 앞서 “이렇게 큰 규모의 허리케인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라고 트위터에 올린 글과는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고 <CNN>뉴스는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허리케인을 더 강력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스콧 프로이트 EPA 청장은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도와야할 시기에 허리케인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그러나 프로이트 청장은 19일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류 활동이 '어떤 점에서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데 일조했다"고 말해 종전 태도로부터 한걸음 변화를 보였다. 

역대급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한 후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자 파리 기후 협정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리 기후 협정을 미국 측에 유리하게 수정할 경우 협정 탈퇴를 번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언급들이 렉스 틸러슨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로부터 나오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입장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입장 발표가 주목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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