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or 증분비]MIN’서 최저조항 빼야 CHP 정상작동 가능
전력당국 등도 공감대…에너지전환 논의에만 매몰 대안 외면


"열제약발전 정산時 연료비 원가보상이 핵심 열쇠"

[이투뉴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물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분산전원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실현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기저전원이 대거 진입하면서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분산전원을 할 이유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털어놨다.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내건 정부 계획의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2011년 발생한 9.15 순환정전은 전력당국에게 악몽이었다. 순간적으로 전력예비율은 0% 가까이 떨어져 온 나라의 전기가 끊기기(블랙아웃) 일보직전에 순환단전이라는 고육책으로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후 부족한 전력설비를 보강하기 위해 우후죽순 격으로 발전소 허가를 내줬다. 진입 예정인 발전소가 여럿 있었지만 거의 2013년까지 의향서을 제시한 상당수가 발전허가를 얻어냈다.

여기에 밀양 송전탑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원거리에 있는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전기를 생산, 이를 소비지로 실어 나르는 송전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제때 송전선로 확충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소위 말하는 북송조류(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전력흐름)나 혼잡비용 등 전력계통의 안정성 문제가 본격 제기된 것도 이 때다. 결국 정부는 향후 전원구조를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 그때까지였다. 2014년 이후 전력수요 성장세가 꺾이고 다양한 기저전원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전력예비율이 과도하게 치솟아 연료비가 높은 LNG발전의 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전력수요가 적은 주말이나 밤에는 석탄발전소가 SMP(전력시장가격)를 결정하는 경우도 급속하게 증가했다.

분산전원 활성화가 말잔치로 전락한 것도 결국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요가 남아서 돌지 못하는 발전소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분산전원 활성화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전력시장 환경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얼마 안가서 집중형 전력시스템과 불안한 전력계통에 대한 문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고, 다시 분산전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질 것이란 얘기다.

◆ 최적의 분산전원으로 ‘열병합발전’ 꼽혀

▲ lng발전 및 석탄발전 smp 결정 비교

현재 전력당국이 말하는 분산형 전원은 신재생에너지와 자가발전, 열병합발전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개념적으로 분산전원은 송전설비가 필요치 않은 전원을 말한다. 설비용량은 40MW이하의 소규모 분산전원과 500MW이하의 수요지 발전설비로 구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500MW이하를 분산전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가장 대표적인 분산전원으로 꼽힌다. 특히 가정용 태양광과 공장과 건물 등지의 지붕 태양광, 수요지 인근에 짓는 연료전지 등은 별도의 배전설비조차 필요하지 않은 훌륭한 분산전원이다. 하지만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는 신재생원은 부지 부족 등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형 육상 및 해상 풍력과 함께 농촌지역에 들어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태양광발전시설 등이 다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 신재생 발전의 경우 분산전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산업체에서 직접 발전소를 지어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자가발전 역시 최근 들어 신규 발전시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명맥이 끊겨가고 있다. 산업용 전력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많은 비용을 들여 발전소를 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자가발전마저 생산되는 전기를 팔고, 필요한 전기를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최근 ESS 설치를 통해 심야에 저렴한 전력을 충전, 전기요금이 비싼 낮에 방전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대규모 자가발전 증설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열병합발전이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열병합발전소는 수요지 인근에 설치될 수밖에 없어 송전선로가 필요 없는데다 송선손실 회피 및 혼잡비용 저감 등 분산전원 편익이 크다. 여기에 지역난방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해 에너지이용효율 증가, 오염물질 배출저감 등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간헐성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백업용 전원으로서도 적합, 열병합발전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이 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이에 대한 보상은 인색하다 못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CBP(변동비반영)체제가 경제급전 원칙에만 매달려 열병합발전이 주는 환경 및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에너지 분야에 대한 신·증설 억제와 불리한 요금체계 등 오히려 편향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에너지효율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열병합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열병합발전의 경우 100MW 미만의 소형 열병합발전은 가스공사 직공급을 받지 못해 대형 발전시설에 비해 20% 이상 비싼 도시가스를 연료로 쓰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종 관세와 수입부과금, 안전관리부담금 등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가스부문 세금이 더 많은 국내 에너지세제 역시 에너지소비구조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라는 평가다.

▲ 발전원별 세금 및 부과금 현황
 
 

 

◆실효적인 열병합발전 활성화 방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홀대받던 분산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 중심의 전원구조를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분산전원 활성화만 막연하게 외친 것이 아니라 “인허가, 연료구매, 요금설정 등 전 과정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이전 정부에서보다 진정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최적수단으로 평가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단순하게 보급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확대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다. 종전처럼 선언적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보급목표와 연도별 추진계획 등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물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린 만큼 분산전원 보급목표를 뭉뚱그려 제시하지 말고 원별 세부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용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전선로 건설회피를 비롯해 송전손실 및 계통 편익, 환경(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 편익 등이 보상시스템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기사업법에 경제성 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급전을 하도록 원칙이 바뀐 만큼 하루 빨리 전력시장운영규칙 등 하위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전용 가스요금 비교

아울러 분산편익은 크지만 보상수준이 가장 열악한 열병합발전의 경우 제약요인(땅값 등 높은 투자비 불구 상대적으로 낮은 효율)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열제약발전을 정산할 때 적용하는 ‘[SMP or 증분비]MIN’에서 최저조항을 삭제해 최소한의 연료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때 전력당국 등에서도 이에 공감해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최근 에너지전환 이슈로 인해 후순위로 밀렸다는 전언이다.

해외 선진국에서 집단에너지를 분산전원 및 온실가스 저감시설로 인정, 사실상 신재생에너지와 동일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비슷한 형태의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EU의 경우 고효율 CHP에 대해 생산원가 보상, 투자비 지원,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RPS(재생에너지 공급인증제도)나 APS(대체에너지 공급인증제도) 자원에 포함해 지원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최근 진행된 분산전원 활성화 국회토론회에서 “열병합발전은 고효율·저탄소·저미세먼지를 실현할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사회로 가기 위한 가교 및 백업전원 역할까지 가능한 대표적인 분산전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전기 중심의 수급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최종에너지의 32%를 차지하는 열에너지에 대해선 방치 수준”이라며 “제대로 된 열병합발전의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을 위해 ‘Min(SMP, 증분비)+무부하비용 50%’인 정산방식을 ‘Max(SMP, 증분비)+무부하비용 50%’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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