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원유 수입국, 6위 정제능력, 8위 소비국

▲ 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 ⓒsk이노베이션

[이투뉴스] 전 세계에 한국산 석유제품이 늘고 있다. 

반도체-일반기계-선박-석유화학제품-자동차-철강-석유제품-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무선통신기기.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품목 상위 10개 품목이다. 

상반기에만 428억8200만달러 어치를 수출한 1위 반도체, 장기불황을 벗어나 최근 수주 1위를 재탈환한 선박, 그 밖에 철강제품,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이 품목들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국내 대표 수출품이다. 그런데 다소 의외의 품목이 눈에 들어온다.

석유 관련 제품이 바로 그 것이다. 올 상반기 석유화학제품은 220억8100만달러를 수출해 4위, 석유제품은 164억9600만달러를 수출해 7위를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7.6%, 36.3% 증가한 수치다. 석유제품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부품을 제치고 지난해 9위에서 7위로 껑충 뛰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가 석유화학제품과 석유제품을 만들어 되팔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한국산 석유제품이 전 세계 67개국에 수출됐다. 지역별 수출 비중은 중국 19%, 싱가포르 15%, 호주 11%, 일본 9%, 미국 8% 등이며, 제품별로는 경유 36%, 항공유 23%, 휘발유 16%, 나프타 10% 등이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석유산업 수출이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 세계 5위 원유 수입국

▲ 10년간 국내 원유 도입량. (출처 통계청)

우리나라는 에너지 95%를 수입하고 있는 절대적인 자원 빈국이다. 특히 원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동해 가스전에서 초경질원유인 컨덴세이트를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극소량에 불과해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국내 원유 수입량도 꾸준하게 늘었다. 2015년 10억배럴 수입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동기 보다 5.1% 증가한 10억7812만배럴을 수입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42억달러. 지난해 원유수입에 중국이 1162억달러, 미국 1081억달러, 인도 609억달러, 일본 508억달러를 지출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이란 경제제재 해제, 두바이 원유 가격의 상대적 약세 등의 이유로 중동산 원유수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산 원유수입은 2015년보다 164.0% 증가한 1억1194만배럴을 기록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80%가 넘는 원유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원유는 중동에서 82.3%를 수입했으며, 아시아 10.4%, 아프리카 2.6%, 미주 2.5%, 유럽 2.3%가 그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29.9%, 쿠웨이트 13.9%, 이라크 12.3%, 카타르 12.0%, 아랍에미리트 9.7%, 러시아 5.0% 순이다.

때문에 정유사들은 중동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를 미들랜드에서 100만배럴 가량 들여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GS칼텍스가 정유사 최초로 미국에서 200만배럴을, 올 4월 현대오일뱅크가 200만배럴을 수입한 바 있다. 에스오일은 모회사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이기 때문에 미국산 수입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석유 정제능력은 세계 6위
우리나라는 인구수 대비 큰 규모의 정유산업을 가지고 있다. 'BP 세계에너지 통계 2017년'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석유 정제능력은 하루 323만4000배럴로 세계 6위다. 미국(1862만1000배럴, 19.1%)이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1417만7000배럴, 14.6%), 러시아(641만8000배럴, 6.6%), 인도(462만배럴, 4.7%), 일본(360만배럴, 3.7%) 순이다.

우리나라 뒤로는 사우디(289만9000배럴, 3.0%), 브라질(228만9000배럴, 2.4%), 독일(202만4000배럴, 2.1%), 이란(198만5000배럴, 2.0%) 등이 있다.

사실 석유 매장량과 정제능력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세계 1위 매장량으로 평가받는 베네수엘라의 정제능력은 130만3000배럴로 국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장량 3위 캐나다도 196만7000배럴, 5위 이라크도 91만9000배럴 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중동 지역 전체에서도 세계 석유제품의 9.7%만을 생산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동에서 석유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정유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원유 정제시설 공장 크기.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현대케미칼 공장 가동으로 정제능력이 하루 39만배럴에서 52만배럴로 수직 상승했다. 이 규모는 세계 11위에 해당한다. (출처 석유협회)

한편 국내 정유사의 정제능력이 뛰어난 것은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고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유공장은 장치산업인 만큼 공장 크기와 수익성이 비례하는 편인데,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정유공장 다섯 곳 중 세 곳이 국내에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정제능력(5위)을 조만간 한국이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정유사 대형화를 위한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 석유 소비 세계 8위
지난해 지구촌은 매일 9655만8000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다. 2013년 9211억4000배럴, 2014년 9302만5000배럴, 2015년 9500만3000배럴 등 해마나 1%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니, 하루에 1억배럴 소비하는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가별 석유 소비 역시 미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브릭스(BRIC) 4개국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하루 1963만1000배럴을 소비하는 미국(20.3%)을 시작으로, 1238만1000배럴 중국(12.8%), 448만9000배럴 인도(4.6%), 403만7000배럴 일본(4.2%), 390만6000배럴 사우디(4.0%), 320만3000배럴 러시아(3.3%), 301만8000배럴 브라질(3.1%)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276만3000배럴을 소비해 브라질 다음 8위를 기록했다. 하루에 323만4000배럴을 정제하고 있으니, 47만배럴 가량이 매일 추가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인당 석유 소비량은 한국이 5위로 올라간다. 국가별 석유 소비량을 인구로 나눠 보면 싱가포르가 1위, 미국 4위, 중국 18위, 인도가 20위를 기록했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인도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이 평균 수준으로만 올라가도 전 세계 석유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별로 소비 비중을 보면 지난해 석유는 국내 에너지 소비에서 43%를 차지했다. 같은 화석연료인 석탄은 29%로 둘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그 밖에 천연가스는 14%, 원자력은 13%, 재생에너지는 2%를 기록했다. 석유와 석탄이 여전히 중요 에너지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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