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국내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광업마이스터(Meister) 고등학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전교생 11명에 불과한 강원도 영월군 상동고등학교가 요즘 이런 설렘에 들떠있다.

마이스터고란 산업계 수요와 지역 특색을 반영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를 말한다. 전국에 조선·항공·어업·모바일 등 26개 분야 48개 학교가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선취업-후진학 제도에 따라 졸업 후 바로 현장으로 투입된다.

상동고등학교는 49번째 마이스터고를 준비하는 학교다. 22일 교육부에 마이스터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류평가를 시작으로 내달 현장답사가 예정돼 있고, 11월 최종 여부가 발표된다. 2개반 40명 정원에 2019년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에너지·자원 마이스터고'라고 명칭을 정하긴 했지만, 지역 특성상 광업을 핵심 커리큘럼으로 다룰 예정이다. 실제 상동마이스터 추진 이야기도 한국광업협회에서 처음 나왔다. 광업 인력이 너무 부족하니, 관련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산업부에 요청했다.

실탄도 두둑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박응규 상동고등학교 교감은 "일단 설립을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했다. 신호만 떨어지면 발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쯤 되면 육하원칙 중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왜'는 명확해졌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어떻게'가 미흡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이스터고의 필요성은 너무 공감하지만 유지 가능성은 글쎄"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연 해마다 졸업생을 광업 업계로 보낼 수 있겠냐는 현실적인 걱정이다. 

학생 모집도 문제다. 처음 몇 년이야 입학생이 있겠지만 과연 5년 후, 10년 후에도 정원을 모집할 수 있을까. 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에도 수능 점수에 맞춰온 고3 학생들이 즐비한데, 얼마나 많은 중학생이 소신을 갖고 광업계에 도전할 수 있을까.

상동고는 지금 자원 전문인력 양성의 시작점에 서 있다. 박지성 선수의 성공으로 국내 K리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것처럼, 박찬호 선수의 성공으로 후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MLB) 타석에 들어선 것처럼, 물꼬를 트는 사람은 후발주자를 위해 미끄러지면 안 된다.

그래서 상동고의 어깨는 더 무겁다. 정부와 업계가 산파로 나서 광업마이스터고 태동부터 순산까지 돌봐야 할 때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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