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탈석탄’ 아닌 ‘기후’가 논의 중심돼야
‘탈핵·탈석탄’ 아닌 ‘기후’가 논의 중심돼야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7.09.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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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급전→지속가능급전 전환, 3차 에기본 통해 에너지전환 완결
열병합발전 등 분산전원 확대 목소리…분산편익 보상이 선결과제
▲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탈원전에 매몰돼 있는 에너지전환 논의를 기후와의 연계는 물론 분산전원 확대 등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투뉴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현재처럼 탈원전, 탈석탄 논의에만 매몰돼서는 부작용이 우려되며, 에너지와 기후 논의를 연계해 정당성과 정합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열병합발전과 같은 고효율 분산전원 확대가 절실하며, 이를 위해선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한덕수)와  에너지시민연대(공동대표 김자혜)가  공동으로 26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新기후체제  대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8차 전력계획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가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전력믹스 구성이 중심이었다면 이날 세미나는 열병합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분선전원 확대 방안이 주로 다뤄졌다.

◆ "신재생-논란 중, 효율-무시, 열병합-퇴출 중"
먼저 ‘새 정부에서의 에너지전환, 기후와의 관계’를 발제한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기후나 환경, 안전 문제에 대해 국민 인식이 바뀌었고, 원자력과 석탄만으로 계속 갈 수 없는 만큼 에너지전환은 무조건 가야할 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제급전’ 원칙에서 탈피해 ‘지속가능성’ 원칙으로 수정하고, 기후논의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잊혀진 주제이나 결국 만나게 될 기후와 (에너지)수급의 연계 논의가 필요하며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동력은 기후규제”라며 “정부의 원전 감축이나 신재생 확대 등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아 석탄과 가스 간의 믹스 조정이나 전력시장의 개선, 분산형 전원 확대 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전과 석탄은 근본적으로는 분산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것이나 현재 ‘신재생’은 논쟁 중이고,  ‘효율화’는 무시되고 있고, ‘열병합발전’은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처럼 탈원전 논의에 매몰돼서는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르며, 에너지와 기후라는 논의를 연계해 정당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은 3차 국기본과 기후 연동의 통해 달성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고효율 분산전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8차 수립과 신고리 공론화 이후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로드맵 간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성, 책임성을 담보하고 이후 실행계획(전력, 가스, 신재생) 및 시장제도 변경, 가격세제조정, 부문별 효율화 등의 후속조치를 통해 에너지 전환이 실천돼야 한다”고 말했다.

◆ 2030년까지 분산전원 100TWh 확대 필요
이창호 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력수급계획에서의 분산전원의 역할과 확대 방안’을 통해 2013년 25TWh에 불과한 분산전원을 100TWh 이상 늘려 2030년까지 133TWh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별로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13.7TWh(2015년)에서 2030년에는 40∼60TWh, 집단에너지는 19.8TWh에서 30TWh 이상으로, 자가용발전은 21.7TWh에서 24TWh 이상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2차 국기본, 7차 전원계획 통해 분산전원 보급 목표를 15% 수준으로 정했는데 이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신재생이라 할지라도 수요지에서 떨어진 대규모 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의 경우 분산전원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보급목표의 일정비율(50%로 예시)만 분산전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고효율 분산전원 확대가 필요하고, 신재생발전 목표(2030년 기준 발전량 기준 20%)에 상응하도록 분산전원 목표 역시 20%(신재생 10%, 열병합발전-자가발전 10%)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놔두면 유틸리티(중대형)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산형 신재생을 별도의무량으로 설정(예시 30%)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고효율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신재생에너지법 테두리 안에서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에 열병합을 대상전원으로 추가하거나 AEPS(대체에너지 공급의무제도)로 대상범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개정해 CERT(고효율에너지 인증서제도) 또는 EERS(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내놨다.

◆ 열병합발전 확대 필요 대다수…일부선 반론도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전문가토론에서도 정부주도인 에너지정책의 분권화와 함께 분산전원 활성화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에 대한 정책지원 주장으로만 의견이 너무 몰리고 있다며, 자가발전과 에너지원별 균형믹스 등의 주장도 제기됐다.

먼저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신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분산전원의 대표적 사례인 열병합발전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급안정성까지 해치고 있다며 분산전원 편익에 대한 보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그는 “많은 집단에너지업체가 적자를 이기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공급안정성까지 헤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 전력시장제도의 빠른(단기적) 개편을 통해 시장안정과 공급안정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8차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 안전까지 고려하기 위해서는 설비 뿐 아니라 발전량 믹스도 공개하고 담을 수 있어야 하며, 집단에너지공급계획 역시 천연가스수급계획처럼 전력수급계획과의 정합성 유지를 위해 2년마다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김대희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에너지계획 대부분이 중앙집중형 및 공급위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분권화와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더불어 심각한 전전화 현상 등 지나치게 전력중심으로 에너지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며 열에너지 등으로 적절하게 분산·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특정 에너지원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앞으로는 에너진원별 적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다양성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수석연구원은 태양광 등 분산형 자원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이 담겨야 함은 물론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제도와 가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발전소 등 에너지 프로슈머가 활성화되면 수십 만 개의 발전소가 계통에 접속하는데 이러한 분산자원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제도와 가격이 받쳐줘야 할 것”이라며 “분산자원은 일자리 창출 능력도 큰 만큼 올바른 정책신호를 통해 시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일 전력거래소 팀장은 7차보다 12GW가 줄어든 것은 합리적인 수요전망이었다는 점과 수요관리 목표 역시 DR 등 신기술은 물론 자가태양광 등 항목별로 정확히 반영했다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을 소개했다. 아울러 분산전원 확대의 경우 7차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오늘 주로 논의 된 집단에너지 뿐 아니라 소외받고 있는 자가발전 등도 배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가기 위해선 시장규칙 개정을 비롯해 이해당사자와 합의, 기존 발전기와의 조화가 필요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통 역시 실시간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계통운영과 예측이 용이하도록 집단에너지 역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에너지정책 논의에서 소비자가 소외됐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참여와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하게 요금 논의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설정단계부터 소통해야만 에너지전환 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질 것이란 주문도 내놨다. 그는 “기후에 대한 믿음과 신재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믿음, 이런 것들을 국민이 이해하고 같이 가기 위해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원전공론화 등만이 아닌 에너지정책 수립단계부터 소비자 참여가 확대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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