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뢰가 중요…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 계통기술팀 운영기준부장

  <글 실는 순서>
  (上) 준비된 에너지전환 "지금이 신재생 돛을 올릴 적기…선제적 대응 필요"
  (下) 한국형 시스템을 만들자 "상호신뢰가 중요…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이투뉴스/최홍석 부장] 한반도에 부는 바람을 맞자  

▲ 최홍석 전력거래소 부장

최근 급변하는 에너지정세를 접하면서 문득 광화문대로에서 후손들을 매섭게 내려다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1592년 조선군은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왜군을 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다행히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은 지극히 독창적인 철갑선을 준비하고 있었고, 백성들은 물론 수군들과도 소통하며 무지막지한 전란을 종식시켰다.

깨끗하고 안전한 신재생에너지를 왜군에 비유한 것이 적절치 않지만, 예측이 어려운 신재생은 안정적 운영을 우선 고려하는 전력계통에 있어 전력(戰力)과 전술 파악이 힘든 적(敵)으로 비유할 수 있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국민불편과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하고, 상대와 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물론 전력거래소도 역사의 교훈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중장기 정책 및 단기운영, 전력계통과 시장운영 측면에서 각각 대비책을 준비해 가고 있다. 먼저 신재생 고유특성을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려 한다.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부터 바다 위 거대 해상풍력단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전원들이 전국 산하와 바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산재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 첫 단계는 측정이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 신재생 계통운영 관제체계

이를 위해 전력거래소는 계층적 계량과 통합감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배전망에 연결되는 소규모 신재생은 배전망 운영자(한전)에 의해 지역별로 측정되고, 이는 대용량 송전망을 측정하는 전력거래소와 상호 교환될 것이다. 또 이를 상위 통합 관제시스템으로 시각화해 실시간 감시할 예정이다. 

향후 이 정보는 예측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발전량까지 보여줄 것이다. 거래소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계통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주기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문제가 예상되는 곳에 대해 예방제어(Preventive Control)를 취하려 한다. 이같은 프로세스는 미국과 유럽의 신재생 관리방법과 궤를 같이 한다.

▲ 해외 신재생 관제시스템 현황도

계층적 감시와 관제를 구현하려면 통합 감시시스템(H/W) 구축과 예측시스템과 같은 신재생 관리용 특화 솔루션(S/W)이 개발돼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신재생 발전사업자와 정부, 계통운영자간에 관리를 위한 제반 규정개정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전력거래소는 연말까지 나주 본사와 제주에 시범운영단계의 신재생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2년에 걸쳐 육지계통 및 소용량 신재생에너지 예측기술 개발, EMS와 연계된 실시간 평가와 제어기술 기반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산업부가 중심이 되어 국내 산학연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고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한 전원믹스 차원의 장기적 변동성 안정운영 대책과 전력시장을 통한 자발적 유인제도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런 작업들은 과거 이순신 장관 철갑선처럼 미래 에너지전환을 위한 방비책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적응과 협력이 미래를 바꾼다
‘준비된 에너지전환’부터 이번 연재까지 계통운영자 측면에서 신재생 현실과 우리의 위치, 해외 경험사례와 시사점 등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2030년을 13년 앞둔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여기 13년 뒤 수능을 맞이할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나 제자가 있다고 치자. 과연 우리는 이 아이에게 어떤 조언과 지도를 지속적으로 해줄까. 교육과 에너지가 다르지만 공통점은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도전과 실패를 통한 성장이다. 단박에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어렵 듯 단 한 번의 프로젝트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때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정은 우리위상을 신속히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나 반대로 많은 부실과 허실의 낳기도 했다. 전력 분야에서도 제도 개정 시 충분한 공론화가 부족했고 기본이 무시돼 민원과 혼선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편에선 성급한 기술개발 기대로 기초기술도 없는 포장만 잘된 결과물을 양산하기도 했다.

이 모두는 제도와 기술을 무기로 출정해야 하는 현장 계통운영자들에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신재생 출력예측시스템의 경우를 보자. 미국과 유럽 시스템은 이미 20년의 현장 적용경험과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거쳤다. 현재 세계 최고의 6시간 이내 단기 예측의 경우 10%이내 오차율을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2013년 한 벤처 민간기상업체가 기상학, 유체역학, 전력공학 등이 융합된 예측기술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실증용으로 최초 개발 적용한 것이 전부다. 이후로는 국내예측기술에 대한 어떤 투자나 관심은커녕 논의조차 없었다.

사람의 미래를 논하는 점쟁이도 자주 점을 쳐야 신통력이 생기는 법이다. 현재 제주에 설치된 예측시스템의 오차율은 후하게 쳐줄 때 20%이다. 노력대비 당연한 결과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예측기술을 너무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제해 이야기를 한다. 신재생에너지 관리의 모든 기술 출발은 바로 이 예측에서부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국내외 신재생 출력예측 시스템 오차율

한국만의 지리적‧제도적 특성은 외국과 달라 신재생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법이나 보다 많은 자원을 수용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전기의 물리적 법칙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동일하다. 많은 기술적 방법론이 이미 CIGRE(국제대전력망회의)의 워킹그룹 등을 통해 보고서로 제안돼 있다. 선진국과의 소통과 기술교류 채널도 이미 확보돼 있다.

거인의 어깨를 빌릴 수 있는 여건을 활용하고,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생각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조언과 질책은 다르다. 신재생에 대한 관제시스템, 제도개선 및 기술개발은 지금이 적기이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기술로써 세상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꾸고자 하는 공학자와 엔지니어를 믿어야 한다.

▲ cigre 신재생 변동성 대응 워킹그룹 보고서

IT강국, 스마트그리드, IoT(사물인터넷) 기술, 슈퍼그리드, ESS, 수요자원, 전력시장, 4차 산업혁명 요소 기술 등 많은 명예와 수단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제도를 개선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믿음을 실어 주어야 한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와 환경을 원하는 국민과 신재생 발전사업자의 바람을 받아주어야 한다. 유기농이 텃밭에서 농장으로 거듭나고, 우리 주변에서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성숙한 국민을 믿어야 한다. 일관된 정책 깃발 아래 그렇게 한 발짝씩 내딛을 때 우리의 거북철갑선은 완성될 것임을 믿는다.

최홍석  hongseok1@kp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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