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갈등은 올해도 여전하다. 과징금을 둘러싼 신경전이 한 두 번도 아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날카로운 듯 하다.


공정위는 지난주 전원회의를 열러 정유사들의 석유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주 뒤로 연기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ㆍ저밀도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회사들의 주력 제품에 대한 담합 여부도 오는 14일 나올 예정이다. 조사가 장기간 이뤄진 데다 과징금 규모가 크게는 2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하니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만도 하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다한 과징금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회사의 재무안정성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최근 군납유류 담합건과 관련한 배상판결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제재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


담합행위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의 말처럼 ‘제대로 하는 기업’이 아무런 걱정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바로 ‘반칙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과연 적정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02년부터 5년간 기업과의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 전부패소한 사례는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소와 이의신청으로 돌려준 과징금도 1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부과된 전체 과징금의 15% 선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담합 협의는 3년8개월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물증을 잡지 못해 결국 경제분석을 통한 ‘추정담합’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유사들은 또다시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의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반칙하는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공정위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 자의적인 해석은 금물이다. 공정위와 과징금을 따로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과징금의 의미가 옳게 작용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좀 더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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