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두어 달 전 가수 이승환 씨가 '돈의 신'이란 신곡을 발표했다. 누구 이야기인지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가사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가사는 이렇다. "아 신묘한 꼼수를 부리시어 / 땅을 새로이하고 / 아 자원을 다스리며 물을 가두시니 / 돈의 산성을 악의 장벽을 쌓으셨네 / The dirty money Rules the world / Rules the world Rules the world~"

지난달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수년 전부터 반복된 지적이다 보니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어쨌든 자원외교에 대한 질타가 계속됐다. "그렇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자원외교 성과는 어디 있느냐", "회수율은 왜 이리 처참하냐", "책임지는 사람은 왜 아무도 없느냐" 등이다. 이에 대해 자원공기업 수장들은 "확인한 후 답변드리겠다"며 회피성 대답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어느 공기업 사장은 국감 하루 전날 사퇴해 출석하지도 않았다. 갖은 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다가 왜 국감이 임박해서야 사표를 제출했을까. 그리고 산업부는 왜 하필 국감 바로 전날에 사표를 수리했을까. 한 의원은 이것을 '야반도주'라고 비꼬았다.

의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국감마다 자원비리에 대한 같은 지적을 하지만 정작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책임을 묻지 못했다. 국감 때만 반짝할 뿐, 사건을 매듭 지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얘기만을 반복하다 4~5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자원외교는 곧 적폐다'라는 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국민들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으로 부르며 손가락질을 해댔고, 이런 여론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은 일종의 금기어가 돼버렸다. 업계 사람들조차 입 밖에 꺼내는 것을 하나같이 부담스러워했다. 진지하게 한반도 에너지를 걱정하는 사람들만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이 다시 일어서려면 누군가는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국민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도 무죄, 저기도 무죄. 여기도 사퇴했고, 저기도 사퇴했단다. 이런 상황인데 어느 누가 해외자원개발을 믿어주겠는가. 사실 해외자원개발 자체는 죄가 없다. 책임지는 이가 없을 뿐이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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