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차량번호 등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공개돼
주유소협회 "가짜석유 단속업무 구멍" 힐난

[이투뉴스]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신성철)의 업무용 차량 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경기 화성병)에 따르면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는 업무용 차량의 종류와 연식, 검사장비 탑재 현황, 사업자번호 등이 버젓이 공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식 YF 쏘나타 2.0 현 차량 번호는 28더XXXX, 직전 번호는 40러YYYY'라는 식으로 차량 정보가 상세히 적혀 있어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암행검사를 수행하는 비노출검사차량 관련 정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노출검사차량은 단속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 일반 차량처럼 생겼다. 주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불법 행위 여부를 가려낸다고 해서 '암행차량'으로도 불린다. 

즉 석유관리원은 자신이 암행어사임에도 홈페이지에 자신의 키, 몸무게, 피부색 등을 직접 적어 놓은 셈이다. 

▲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는 124대 업무용 차량의 사업자번호, 차량번호, 직전차량번호, 차명코드, 검사장비 단가 등 민감한 내용 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출처 : 권칠승 의원실)

◆ 정보가 공유·활용되고 있을 가능성 매우 높아
현재 석유관리원은 비노출검사차량으로 전체 28대(정량 검사 용도 15대, 가짜석유 등 품질 검사 관련 차량 13대)를 운영 중이다. 석유관리원은 차량 노출 등을 우려해 분기 1회 이상 또는 필요시 수시로 차량 번호를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권 의원에 의하면 차량 정보가 노출된 이후에도 28대 중 최소 6대는 상당기간 공개된 번호로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이것은 가짜석유업자에게 단속정보를 미리 알려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관리원은 업무용 차량에 대한 보험 입찰 때문에 이 자료를 공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짜석유 제조, 유통업자들에게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제보한 익명의 주유소 사업자 역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짜석유 유통 등 불법 사업자들도 이미 확보하고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실제로 2007년에는 석유관리원이 운행하는 검사 차량 4대의 정보를 확인하고 위치탐지기를 장착해 동선을 파악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차량번호를 변경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업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노출된 사업자번호만을 이용하면 바뀐 차량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보험사는 물론이고 보험모집대리점에서는 사업자번호만으로 해당 기업이 보유한 차량의 정보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주유소업계 "선량한 사업자만 손해 보는 것"
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는 최근 협회 입장을 밝힌 성명서를 발표,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유일한 정부 기관인데 이렇게 차량 정보가 공개됐다는 것은 석유 유통질서 관리 업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문식 회장은 "가짜석유를 비롯해 정량 미달, 거래상황기록부 주간 보고 등 석유관리원 권한이 점차 강화되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는 선량한 대대수 주유소 사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번호판이 공개됐기 때문에 가짜석유 적발이 줄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과거 가짜휘발유가 성행했던 시절보다는 가짜석유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적발건수가 줄은 이유도 분명 있다. 어쨌든 이번 실수를 인정하고 지적을 겸허히 받아드린다. 앞으로 보안 유지에 더욱 각별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 비노출검사차량으로 적발한 가짜석유 및 정량미달 현황. (출처 : 권칠승 의원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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