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LPG, 작년 11월 100:97~99→올해 11월 100:130~141
가격 앞세워 수요처 공략하던 LPG업계 곤혹…제2라운드 전환점

[이투뉴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 것처럼 속절없이 대용량 수요처인 산업체를 LPG에 뺏기던 도시가스가 새로운 모멘텀을 맞았다. 사실상 큰 폭의 할인을 통해 수요처를 공략하던 LPG가 계속되는 인상요인으로 더 이상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규모 산업체나 요식업소 등을 중심으로 LPG유통업계의 마케팅 활동이 거센 기세를 보이면서 도시가스사 실무진의 속앓이가 깊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누이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말처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LPG의 거세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던 도시가스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도시가스와 LPG의 산업용 가격경쟁력은 지수비교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11월 1일자로 조정된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 조정현황을 보면 동절기(12~3월)가 ㎥당 515.88원, 하절기(6~9월) 484.27원, 기타월이 490.23원이다. 이는 10월에 동절기 576.11원, 하절기 544.50원, 기타월 550.46원에 비해 ㎥당 60.23원 떨어져 10.46% 낮아진 수치다.

이처럼 도시가스 요금이 큰 폭으로 인하된 것은 그동안 원료비연동제 미반영 등으로 5조5000억원에 달했던 미수금 회수가 10월말로 완료됨에 따라 MJ당 1.4122원의 정산단가 해소를 반영해 이뤄졌다.

도시가스 요금 미수금은 2012년 말 기준 5조5000억원에 이르며, 정부는 2013년부터 미수금 회수를 위해 도시가스 요금에 정산단가를 부과해왔다. 정산단가 부과를 통한 누적 미수금 회수가 올해 10월말로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정산단가를 부과할 필요가 없어져 11월부터는 정산단가 해소분 만큼 도시가스 요금이 인하된 것이다.

반면 산업용 LPG는 11월 1일부터 ㎏당 900원대에서 980원대로 크게 뛰었다. 지난 두달 연속 50원선에 이어 또 다시 더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지며 석달 동안 ㎏당 180원 안팎 오른 것이다. 상향세가 계속된 국제LPG가격(CP) 변동에 따른 인상요인을 반영한 조치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 들어 도시가스 요금과 LPG가격이 각각 상이한 그래프를 그리며, 큰 폭의 인하와 인상이 교차되면서 가격경쟁력 전선에 희비가 엇갈렸다

가격경쟁력을 지수로 따져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당 9420㎉의 동일열량으로 환산한 11월 연료별 가격경쟁력지수는 도시가스:BC유(0.3%):LPG가 각각 100:131:133이다. 지역별 차이가 적지 않아 수도권의 경우 100:140:141이며, 충청권은 100:126:130, 경북지역은 100:128:129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 지수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정반대의 흐름이다. 당시에는 도시가스:LPG가 수도권은 100:99, 지방권은 100:97~98을 나타냈다. 여기에 정유사나 LPG수입사의 직공급은 물론이고 소형벌크사업자를 중심으로 ㎏당 70~80원 할인, 물량에 따라 ㎏당 120원까지 할인하는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대용량 수요처의 탈 도시가스 현상에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사 영업진이 수요처를 찾아 고정 거래처로서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하소연했던 배경이다.

◆LPG공급사 대응 마케팅전략 주목

이런 가격경쟁력 열세는 산업용 도시가스 공급량 추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 사업통계에 따르면 산업용 물량은 2010년 3억249만GJ에서 2011년 3억4602만GJ, 2012년 3억9373만GJ, 2013년 4억1439만GJ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4억GJ을 기점으로 2014년 3억7886GJ, 2015년 3억1957GJ, 2016년 3억1548GJ로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용 수요가수도 증가세에서 2013년 1만594개소를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돼 2014년 1만5021개소, 2016년 1만4996개소 등 내림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뒤바뀌었다. 대용량 수요처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한 도시가스와 LPG의 가격경쟁력 지수가 1년 만에 100:97~99에서 100:130~141로 반전되면서 ‘무조건 도시가스보다 10% 싼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식의 무차별 공세는 더 이상 힘들어진 것이다. 오히려 공장도가격 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계약을 맺었던 수요처와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SK가스, E1 등 LPG수입사나 정유사로부터 직공급 받는 곳은 그나마 걱정이 덜하지만, 벌크판매사업자 등 유통단계의 업체를 통해 싸게 LPG를 공급받던 수요처는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빚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산업용 비중이 큰 지방권 도시가스사에는 사용연료를 LPG로 전환했던 대용량 수요처가 다시 도시가스 공급계약을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듀얼방식으로 도시가스와 LP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수요처가 굳이 재공급 계약을 들고 나오는 배경에는 그동안 공급받아왔던 LPG가격대의 협상을 암중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LPG업계 또한 기축수요인 가정·상업용과 수송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산업용 증가세로 지지선을 버티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산업용 수요의 유지·확대를 꾀하려는 LPG공급사의 마케팅전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원유 감산 기간 재연장 논의, 원화 강세, 국제유가 오름세 등으로 국제LPG가격 급락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 측면에서는 셰일가스 등으로 인해 LPG가격 하향세가 전망된다. 여기에 벌크판매사업자 등 LPG유통업계의 공격적 마케팅 활동도 경쟁력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예전 같지 않은 경영환경으로 활로(活路) 찾기에 고심하는 도시가스업계와 수요 지지선 사수에 총력을 펼치는 LPG업계의 대용량 수요처 쟁탈은 가격경쟁력 지수 반전을 전환점으로 이제 2라운드를 맞았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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