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절차 무시한 SRF 불가 통보…행정심판 청구·열공급 차질
매몰비용만 1800억원, 경제성 없는데 대체사업자 무슨수로

[이투뉴스] SRF(폐기물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내포그린에너지가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지역주민 반대와 함께 행정기관까지 여기에 휩쓸리면서 우려하던 지역난방 공급차질이 눈앞으로 닥쳤고, 회사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내포그린에너지(대표 이근탁)는 최근 LNG를 연료로 쓰는 지역난방공급시설 건설공사를 중단했다. 또 다음 달부터 임시보일러 공급물량 초과 시 공공기관의 난방-온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지난 9월 1차 열 제한공급(공급온도 100→80℃ 조정)과 2차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한 행정심판 제기에 이은 세 번째 비상조치다.

충남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자인 내포그린에너지는 열공급을 위해 당초 97MW급(SRF 66MW+LNG 31MW) 열병합발전소와  274.4Gcal/h(68.8Gcal×4기) 규모의 열전용보일러(HOB)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유해물질 배출을 이유로 SRF를 연료로 쓰는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면서 3년여를 허송세월로 보낸 채 임시보일러에 의존해야 했다.

입주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내포그린은 어쩔 수 없이 열병합발전소와 HOB 건설공사에 우선 착수했다. SRF 열병합은 기초설비만 진행한 채 LNG를 연료로 쓰는 열원시설 공사에 나서 90% 가량의 공정률로 12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밀린 공사대금 5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롯데건설이 일체의 건설공사를 중단, 열공급 차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최근 공사가 중단된 내포그린에너지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건설현장.

내포그린에너지는 이미 침몰하기 직전의 배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자본금 중 40%를 내기로 한 FI(재무적투자자, 하나금융)가 10월말 투자를 철회하면서 1160억여원의 납입자본금 중 이미 460억원 가량을 빼서 나갔다. 롯데건설에게 갚아야 할 채권(건설대금) 등을 감안할 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한 투자재원 역시 산업부로부터 SRF설비 공사계획 승인 및 인가를 받지 못하면 인출할 수 없도록 조건부 약정이 걸려 있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회사 독자적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하소연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자 내포그린 측은 산업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마지막 시도에 나섰지만, 이러한 법적다툼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부는 어떻게든 설득한다 치더라도 SRF 연료사용 불가를 천명한 충남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 지방선거가 예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의 입장변화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SRF열병합 건설을 둘러싼 상황은 갈수록 다급해지고 있으나, 정작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는 더욱 힘든 여건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의 열공급 차질과 함께 SRF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선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 전체의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부는 한국지역난방공사를 통해 SRF열병합 대신 400MW급 LNG발전소를 지을 경우에 대한 검토에 나섰으나, 공급세대수 부족 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고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역시 30∼50MW급 연료전지발전소로 열원을 변경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부지 확보나 경제성 등에서 합격점을 받기 힘든 상태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버거운 점은 SRF열병합을 포기할 경우 이미 들어간 비용에 대한 처리문제다. 내포그린 측은 발주가 완료돼 제작에 들어간 발전터빈이나 보일러를 포함해 SRF 관련 설비에만 1800억∼2000억원이 들어간 만큼, 포기할 경우 전부 허공에 날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LNG로의 연료변경이나 연료전지로 교체하더라도 매몰비용 해결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충남도가 주장하는 대체사업자 선정 역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대주주인 남부발전이나 지역난방공사가 나서 공적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업무상 배임 등 법적인 책임이 뒤따르는 상황에서 넘어야할 고비가 산더미다. 설혹 정부가 나서 중재하더라도 매몰비용 해결 없이는 이 역시 첩첩산중이 될 공산이 크다.

내포그린에너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절차를 밟아 사업허가를 받았고, 이를 수행하길 원할 뿐이다. 주민수용성을 일방적으로 사업자가 책임져선 안되고 질 수도 없다. 방법이 있다면 다른 길로 가겠다. 하지만 SRF 말고는 풀어나갈 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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