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단계 이행조치와 상응조치를 골자로 한 북핵 6자회담의 타결로 남ㆍ북한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참가국은 저마다 회담 성과를 결산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고조되던 2차 북핵위기를 해소할 로드맵을 얻게 됐고 북한도 숙원과제였던 에너지난과 금융제재 문제를 해소할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회담 막판 걸림돌이 됐던 에너지 제공 문제에서 한국이 마련한 기초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만 우리가 북측에 중유 5만톤 상당의 선제 지원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한국이 경제ㆍ에너지 협력 워킹그룹의 책임을 지기로 함에 따라 대북지원의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북한=예상보다 수월하게 큰 폭의 핵폐기 조치에 합의한 북한은 이번 회담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될 만 하다. 북한이 수용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따라 비핵화 조치를 서두를 경우 최대 중유 100만톤으로 환산되는 에너지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게 돼 경제적 궁핍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일본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핵폐기에 따른 상응조치인 대북 식량 및 에너지 지원에 동참을 유보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혜택만 누리고 부담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대북 채권 80억달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전력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자국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동북아 평화안정 워킹그룹의 책임국을 맡음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에너지 대국이자 극동에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는 가장 자신있는 무기인 풍부한 석유 및 전력 자원을 북한에 공급함으로써 한반도 안정화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미국=이번 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미국도 이번 협상타결로 한반도 비핵화의 기초를 다시 마련, 세계 안보전략이나 국내 정치적으로도 적잖은 성과를 얻었다.

이라크 전쟁 논쟁 과정에서 군사적 외교에 대한 안팎의 비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은 한편 이란과의 핵 갈등을 비롯한 중동 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ㆍ입지적 여유를 챙겼다.

이와 함께 이번 6자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 북한의 핵동결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의 입지를 줄이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장국이자 북한의 동맹으로 회담 전 과정을 주도하며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도록 지원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위상을 더욱 다지고 책임있는 이해관계자로서 면모를 과시하게 됐다.
북핵위기에 따른 동북아지역의 불안정 문제에 대한 우려를 덜어냄에 따라 중국은 국가적 목표인 ‘지속가능한 안정적 경제성장’에 한층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동북지역을 잇달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은 또 ‘한반도 비핵화 워킹그룹’의 의장국을 맡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실무논의를 주도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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