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작년 초에 3만5000원 하던 땅값이 10만원 후반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수년간 다수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온 시공업자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남부지방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지난 십수년간 인상은커녕 구매자도 찾기 힘들었던 농지들이 1~ 2년 사이 최소 5배가 뛰었다는 설명이다. 농민들의 마음도 들썩거리는 모양이다. 영농형 태양광, 농가참여 태양광 등을 부각시키는 정부 움직임에 따라 갈대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는 심정이라 한다.

이렇다보니 지역에선 부지와 계통연계 측면의 애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예 부동산 전문채널에서도 태양광 발전사업과 관련해 부지 매입 이슈를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자체 담당자는 한전의 계통연계 확장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시공업자들은 초기 태양광발전사업처럼 여유 자금이 있는 대상만 물색할 필요가 없어졌다. 부지를 가진 지역민들을 찾아내 사업을 종용한다. 낮아진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설명하고, 뼈대만 나온 정부의 농가 참여 태양광 정책방향도 강조한다. 

평당 얼마하지 않던 자투리땅이라며 얼덜결에 팔아버린 부모가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구박받기 딱 좋은 시점인 듯하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얼마 전 고향에서 MW단위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는 사업자를 만났다. 한 번도 고향과 농사를 떠나본 적이 없는 이였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얘기하니 코웃음을 친다. 

일본 사례에선 설비 설치 전·후 이삭수나 길이 등 생육상태나 작물 수확량이 거의 일치했다고 하니 핀잔까지 준다. 수치와 데이터를 거론했으나 믿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평생 땅과 태양만 보고 온 사람이라 했다. 

발전소 주변에 별별 작물을 다 심어봤지만 싹 하나 제대로 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늘이 지면 상품이 될 만한 작물은 죽었다 깨어나도 자랄 수 없다는 게 논지였다. 남들을 ‘책상머리’라고 타박했지 내가 그런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아직 따져봐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일본 사례가 많이 전해지고 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 사업을 겸하는 데 확신을 줄 정도는 아니다. 또 작물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기존 시설보다 보강을 하는 만큼 비용 측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산마늘처럼 음지식물을 키우라는 게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분위기는 너무 앞서가는 면이 없지 않다. 근래 몇몇 태양광 발전 시설을 견학할 일이 있었다. 

시설 주변에 인근 농부들이 심은 늙은 호박이 탐스럽게 익어있었다. 살아있는 열매처럼 태양광이 지역주민에게 정말 자식 같이 어여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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