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높이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3020 목표는 진행 중인 8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될 것이며, 앞으로 수립될 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비중 20%는 유럽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도달하지 못한 수준으로 야심찬 목표이다. 현재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실적을 재생에너지만 보면 발전량의 2%가 채 되지 않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규모는 약 10GW, 발전량은 17.5 TWh이며, 이중 태양광이 5.1TWh, 풍력이 1.7TWh를 차지하고 있다. 8차계획 수요전망에 따르면 2030년 발전량은 대략 630TWh로 추정되는바, 126TWh 정도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폐기물과 신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운 여건임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100 TWh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지 만은 않다. 

단순히 설치면적으로만 따지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나 환경, 입지, 토지용도, 인허가, 계통연계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또한 아직도 높은 공급비용의 문제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태양광의 경우 일사량 조건이 우리와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설치비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 시세로 거래되는 모듈가격은 제외하더라도 공사비, 기자재비, 인허가비, 토지비용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풍력발전도 터빈을 비롯하여 제반비용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열악한 지리적 조건, 영세한 기자재 및 시공, 운송비용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사업방식이나 수익모델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비용의 절반정도가 REC라는 인증서를 통해 지원금의 형태로 전기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그리드 패리티’ 즉, 재생에너지 단가가 기존의 발전단가나 소매요금보다 낮아지는 시점은 아직도 예단하기 어렵다. 태양광의 경우 공급단가의 하락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이 또한 비용요인이 개선돼야 가능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이와 더불어 어떻게 보다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하게 보급할 것인가도 같이 짚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10여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보급실태와 성과를 들어다보면 앞으로 나가야할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양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에너지원 구성, 기술, 입지, 비용, 사업구조와 같은 질적인 면도 같이 보면서 재생에너지의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분산형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건물이나 시설 등에 설치하는 분산형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매우 미미하다. 태양광의 경우 설치용량 50KW이하 비중을 보면 일본·독일은 50% 안팎이며, 미국·유럽도 30% 이상이나 우리는 자가용을 포함하더라도 10%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인 분산자원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이나 학교, 스포츠시설, 대형건물, 시설물, 공장 등을 활용하는 루프탑 설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지원과 건물설계, 미관 등 환경친화성 확보 그리고 커뮤니티를 통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붕에 설치하는 비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전기요금이 높은 국가는 이미 경제성이 확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의 가치가 높아지고 에너지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등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둘째, 무엇보다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여건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높은 공급비용이 지속된다면 국제경쟁력 확보는 물론 요금부담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력 있는 입지개발, 시공과 기자재의 표준화, 인허가 간소화, 사업방식 다양화, 조달방식의 개선을 통해 선진국과의 비용격차 간극을 빠른 시일 내에 좁혀나가야 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원금에만 의존에서 기존방식 만으로는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시행하는 유럽국가도 최근 경매방식 도입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전력시장에서 석탄, 가스 등 기존기술과 경쟁을 통해서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실정이다. 단순한 설치비 지원은 투입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시장형성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프로슈머와 같은 자발적 참여의 확대를 통한 보급정책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시행중인 ITC(투자세액공제)나 PTC(생산세액공제)와 같은 전향적인 조세적 접근방식을 통해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업이나 단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과 사업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RE 100과 같은 재생에너지 인증 생산방식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제도가 글로벌시장에서 선진국의 교역규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기업이나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이미지 제고와 사회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 ‘그림파워 파트너십’과 같은 커뮤니티기반의  자발적인 참여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재생에너지 확대가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눈앞의 적은 성과보다는 전력수급 기여, 관련 기업 육성, 자발적 프로그램의 확대를 통해 건전한 에너지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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