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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 戰線 재정비, 다음고지는 원전비중
탈원전 정책 토론회서 원전 단계적 감축 8차 수급계획 성토
산업부 "기저전원, 수급안정 및 경제성 재평가해야 할 때"
[479호] 2017년 12월 07일 (목) 03:45:37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대응전략'이란 제목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 및 패널들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 최우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성은 원자력산업살리기협의회 대표, 양성배 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장)

[이투뉴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로 급한 불을 끈 원자력계가 다음 고지를 향해 전선(戰線)을 재정비하고 있다. 목표는 원전비중 수성이며, 타깃은 설계수명만료 원전 폐지와 착공전 원전 백지화 정책을 명문화 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대응전략’ 토론회는 원자력계와 그 후견인을 자처한 야당 측의 이같은 전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리였다는 평가다.  

정부예산안 처리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20여명의 야당의원이 대거 참석해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를 해도 될 정도”(장병완 산업자원위윈회 위원장)로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원자력계를 대변한 교수진 등이 주제발표자와 패널로 참여해 일찍이 원자력대(對) 산업부 구도의 갑론을박을 예고했다. 예상대로 원자력 진영은 새 정부 정책을 ‘졸속’, ‘과속’, ‘무대책’으로 폄하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포문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신고리 5,6호기에 나타난 국민의 선택’이란 주제발표로 열어 제쳤다. 정 교수는 공론화위 권고에 원전건설 재개를 비롯해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의 에너지정책 추진,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의 보완조치까지 담겼다며 “이는 공론화위 권고가 법령과 상식을 넘어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그는 “공론화 전 최초 설문에선 ‘원전축소’ 응답보다 ‘유지 및 확대’가 많았다. 처음부터 민심은 탈원전이 아니었다”면서 “이것이 탈원전 정책 재고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최초 설문조사에서 ‘원전축소’ 응답은 39.2%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원전유지’ 31.1%, ‘잘 모르겠다’ 16.8%’, ‘원전확대’ 12.9% 순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이를 근거로 ‘원전유지’와 ‘원전확대’ 응답합계가 ‘원전축소’보다 많았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국민에게 탈원전 자체를 물었어야 했나. (공론화는)신고리 5,6호기 매몰비용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물론 시민참여단 최종 4차 조사에서 ‘원전축소’는 53.2%까지 늘어났고 ‘원전유지’(35.5%) 비중도 4%P이상 상승했다. 반면 ‘원전확대’ 응답은 9.7%로 줄었다. 원자력계가 전선을 ‘비중 수성’으로 이동시킨 정황은 반복 감지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행사에 앞서 “문제가 많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8차 수급계획으로 분위기가 환기돼야 할 시점이다. 적절한 때 (토론회가)열렸다”고 운을 떼기도 했다. 이에 양성배 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장은 8차계획 중장기 수요전망이 7차 대비 30년 기준 12GW이상 하락할 것이라면서 “(일부 주장처럼)원전을 빼기 위해 의도한 결과가 결코 아니다. 7차와 8차는 동일모형을 적용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지난 7차 계획 GDP성장 전망치( 3.4%)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계획 전망치(2.4%)가 수요를 낮게 하려 의도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동의하면서도 “단 전력수요 GDP탄성치는 점검해야 한다. 8차 탄성치 0.4는 전력다소비 산업 부진과 고부가가치 산업 확대 등 산업구조 변화를 의미하는데, 아직 그러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실장은 원전과 석탄이 신규설비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재생에너지가 계획대로 확대되지 못할 경우 가스발전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지만, 이는 우리 현실에 적합한 전원구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탈원전, 탈석탄을 동시 추진하는 국가는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선 향후 공급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20%로 결정했다면 나머지 80%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의 흔적이 수급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기자재 업계는 신규원전 건설이 지속돼야 관련 산업계 존속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논지를 폈다. 조성은 원전산업계살리기협의회장은 “공론화 때 700여개사가 너무 힘든 나날을 보냈고 기업가치도 많이 하락했다”면서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원전기업을 포함 2000여개사가 사라지고 1만3000여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우리도 전력수급계획을 갖고 준비해 왔다. 원전건설 공백 때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간발전사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란 세계적 추세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속도가 급진적이고 후속대책도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급하게 갔을 때의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고, 민간사 역시 급격한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미세먼지가 문제라면 청정신기술로 무장한 신규석탄으로 노후를 대체하고,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 가교전원 역할을 증대시켜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문제는 앞으로 가스발전 여건이 좋아질 거라 말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거다. 이대로가면 앞으로 2년내 파산하는 회사가 2개사는 나올 것이고, 어떤 이유로든 고효율 발전기가 디폴트 되면 그 부담이 비용으로 전가된다”면서 “원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정착 전까지 역할을 해야 할 가스발전에 대해 지금부터 구체적인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미리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기저전원이 장점으로 내세웠던 수급안정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재평가해 새 전원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수급계획은 안정적 수급과 합리적 전기료, 환경성과 국민 안전 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현행 기저전원인 원전과 석탄은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원전은 평균 4년, 석탄은 평균 1년씩 건설이 지연됐고, 송전선로 부족으로 발전소를 못 돌리는 상황”이라면서 “경제성 측면도 균등화 발전원가로 10년내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따라잡는다고 한다. 여기에 안전비용이나 환경비용, 조세문제 등 기저발전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줄이기 위한 보조서비스(AS)시장도 고민하고 있고, 화력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조절도 숙제다. 고준위 방폐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돈을 들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면서 “우리가 처한 상황과 글로벌 추세를 봤을 때 여유설비 28GW가 있는 지금이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친환경 전원믹스를 이룰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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