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즈음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지속가능보고서는 투자자, 지역주민, 환경단체, 소비자, 종업원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에게 기업의 활동, 성과 및 계획 등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보고서이다. 그런데 이 지속가능보고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해당사자 중의 하나는 바로 투자자들이다. 예전부터 연차보고사와 재무제표 등 다양한 IR(Investor Relation) 자료를 통해 기업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들어 왔던 투자자들이 왜 새삼 지속가능보고서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투자자들은 기업의 수익성이나 사업전망과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환경문제, 지역주민과의 관계, 노사관계, 소비자들의 반응 등이 수익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989년 세계 최정상급의 에너지기업인 ExxonMobil사의 유조선 Exxon Valdez호가 알래스카 해안가에 엄청난 원유를 쏟아냈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이 ExxonMobil사의 명성과 가치를 크게 손상시켰다. 이러한 사건 자체가 투자자들에게는 금전적으로도 큰 손실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사건 이래로 투자자들은 기업이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원만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수익성 자료만 갖고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기업들도 요즈음 지속가능보고서를 많이 펴내고 있다. 에너지기업은 특히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장기적인 사업의 성패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모두 긍정적인 추세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에너지기업들이 소비자와 맺고 있는 관계이다. 특히 자연독점적 네트워크산업을 운영하는 에너지기업들이 제시하는 요금구조는 소비자들에게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감을 갖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일례로 한전은 2007년 1월 15일을 기하여 전기요금을 조정하였다. 대략적인 방향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대가족 주택용 고객의 누진율을 완화하고 복지할인 요금을 확대하였으며 산업용, 가로등, 심야전력요금 등을 인상한 것이다. 필자는 아이가 셋이어서 5인 가족이므로 개인적으로 본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은 한전이 아닌 복지부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다른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셈인데 이에 대하여 여러 유형의 소비자들과 어느 정도 교감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의 경영방침과 전략에 대하여 여러 이해당사자들에게 이해를 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우리 에너지기업들의 경우 소비자에게는 얼마나 적용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일은 정부가 대신해주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다른 소비자의 돈으로 인심 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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