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올해는 기후변화협약(UNFCCC)이 탄생한 지 15년이 되고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발효된 지 2년이 되는 해이다. 더욱이 기후변화협약의 첫 번째 결실인 제1차 공약기간의 시작이 1년도 남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정되어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실천적인 행동이 이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1차 공약기간 이후의 선진국 의무부담 설정에 관한 특별작업(AWG)과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선진ㆍ개도국간 협력체제에 관한 대화채널(Dialogue)이 가동되었다. 올해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에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선진국을 상회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도국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선진국의 시각과 가시적인 효과 및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는 개도국의 주장이 맞서고 있어 결론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초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기후변화가 주요 3대 의제의 하나로 채택되어 논의된 바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지구적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유되었으며 40개의 토의 과제 중 17개 과제가 기후변화에 관한 토의였다는 점은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하는 환경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는 지속가능성이 제고되어야 하고,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협약에 호의적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기후변화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에 상원의 전ㆍ현직 외교위원장들이 기후변화협약 참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정부에 제출한 데 이어 부시대통령은 연례 의회합동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 국내정책의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이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협약 체제에 복귀할 경우 교토의정서와 같은 온실가스 감축방식보다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회원국이지만 교토의정서기간의 온실가스 의무부담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고 배출량 수준 및 경제규모도 크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포스트(post)-2012 의무부담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 가입, 3차에 걸친 기후변화종합대책 수립ㆍ시행, 두 번에 걸친 기후변화협약 국가보고서 제출 등 기후변화협약을 준비해 왔다. 또한 우리 실정에 적합한 온실가스 의무부담방식 설정,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과 비용 효과적인 감축전략 수립도 추진 중이다. 산업계의 참여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8개 업종별 대책반이 최근에는 10개 업종으로 확산됐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준비단계를 벗어나 세계적인 기후변화 방지노력에 참여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의무부담보다는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응전략이다.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은 각국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기 때문에 자발적 감축목표 설정을 공표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이이다.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선순환형의 저탄소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천연가스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의 공급확대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소비측면에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에너지 절약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고 소비절약을 유도할 제도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조립금속산업이나 정보산업과 같이 부가가치 대비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산업구조조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신기술의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신기술 보급이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를 상당 폭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계의 신기술 도입에 대한 우려와 시장실패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필요할 경우 지원 대책과 함께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수립과 정부의 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 구축 전략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영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정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존 에너지 시스템보다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하면서 우리의 지속가능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청정개발제도(CDM)와 탄소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실천하는 기저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보다 큰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다(多) 배출 산업이 기후변화 대응이나 온실가스 감축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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