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KQA CSR센터장

황상규
kqa csr센터장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4년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의 발의에 이어, 최근 김경수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 재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 논의의 핵심이다. 전세계적으로 공유경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지속가능경영과는 어떤 관계인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입법안을 보면, ‘사회적 가치’는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고 있다. 입법안은 우선 이 법의 적용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핵심 운영원리로 삼고, 업무수행 시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논쟁점이 발생한다. 공공부문은 당연히 처음부터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냐는 반론이다. 공공부문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공공의 가치, 사회적 가치 실현이 잘 되고 있지 않으니, 입법부터 하자고 하면 입법편의주의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가치’ 논쟁이 다소 추상적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책임’ 논의는 상당부분 구체화되어 있다. 사회적 책임에는 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성, 이해관계자 참여, 법규준수 등 7가지의 원칙과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7가지의 핵심주제를 담고 있다. 

‘사회적 책임’ 관련 국제논의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중심이 되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거의 5년동안 70여개국의 350여명의 전문가(expert)들이 모여 진행했고, 그 결과 2010.11월, ISO26000(사회책임에 관한 지침) 국제표준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2012.8월, 국내표준(KSA ISO26000)으로 공표한 바 있다. 

다소 복잡해질 수도 있는 국회의 찬반 논란을 거치지 않고, 실효적으로 공공기관들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끌어내고자 한다면, 1단계로 공공기관의 장(長)들에게 ISO26000 및 사회적 가치 실현 자기선언을 하도록 권고하면 된다. ISO26000 자기선언 방식은 스웨덴, 네덜란드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좀 더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를 을 챙기고자 한다면 이행 경과 보고서 등을 요구하면 된다. 2단계로 시민과 전문가 참여를 통한 검증과 인증 절차를 부과하면 굳이 입법이 아니더라도 공공부문에 대한 일상적인 국민(시민) 통제와 검토(review)가 가능하다. SNS 등 인터넷 매체를 적극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도 거의 들이지 않고 추진이 가능하다. 이 결과는 고스란히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역량으로 남을 것이니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그대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ISO26000 내용의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의 보완점을 몇가지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가치 실현의 출발점은 <이해관계자=고객(소비자)=시민=국민> 이라는 점이 항시 확인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각 조직의 책임자는 그 조직의 이해관계자를 규명하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참여하다보니 여러가지 ‘사회적 가치’를 요구받는 것이고, 거기에 대응하다보니 ‘사회책임경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해관계자 니즈(Needs)와 참여를 빼놓고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다름 아니다. 

둘째, 부패방지등 공정운영관행이 사회적 가치에 포함되어야 한다. 공정(fairness) 이라는 가치는 모든 사회부조리 해결에 관통하는 개념이다. 특히, 현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는 오래된 잘못된 관행, 적폐 청산은 부패방지 등 공정운영관행을 뿌리내려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의 의견이 반영된 제대로된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구축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대로된 거버넌스 항목이 사회적 가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 좋은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면 일일이 하나하나 챙겨보지 않아도 시스템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는 수준으로 갈 수 있다. 

넷째, ‘사회적가치위원회’라는 명칭은 억지로 만들어낸 조어(造語)의 느낌이 강하다. 굳이 위원회가 필요하다면 ‘사회책임위원회’가 세계적 흐름과도 부합하고, 국제협력과 교류에서도 한국의 사회책임 확산 의지를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제도화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 노력은 매우 의미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 중에 있는 사회책임 국제표준(ISO26000)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 공공선의 실현이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4년 4월, 종업원 500인 이상의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 관련 사회보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directive)을 제정했는데, 보고 방법론은 ISO26000, UN글로벌콤팩트, 독일지속가능성규정(German Sustainability Code) 등의 방식을 사용하도록 명시한 바 있는데, 우리의 경우도 모처럼 형성된 사회적 가치 담론이 찬반 논란에 휩쓸리지 않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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