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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전력] 설비믹스 전환 물꼬, 관성도 거세
정부 출범 직후 에너지전환 가속페달
원전·석탄 계획 취소조정 불구 역부족
[480호] 2017년 12월 14일 (목) 07:00:33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전력산업은 외부변화에 따라 형태와 구성이 달라지는 생물에 가깝다. 국제유가 등락 등 에너지수급여건 변화는 물론 원전사고나 경주지진 등의 재난·재해, 미세먼지와 각종 대기오염 물질 등 환경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변화, 특정 전원(電源)의 기술진보 등이 종종 변화의 기폭제가 된다. 또 이런 변화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에너지정책으로 투영돼 왔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전력·원자력 부문은 외형적인 격변이 시작된 한 해다. 저유가와 수요정체, 대안으로 떠오른 재생에너지 약진 속에 에너지전환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가 기존 정책에 대한 큰 폭의 궤도수정을 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전히 급진적이란 비판이 있지만 환경과 안전,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원하는 다수국민은 변함없이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모양새다.

탈원전·탈석탄으로 출발해 에너지전환으로 재정립
40년간 전력을 생산한 고리원전 1호기(587MW)가 지난 6월 18일 자정을 기해 영구정지했다. 국내 최초 상업원전의 국내 첫 폐로가 시작된 것. 대선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 부산에서 열리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새 에너지정책을 천명할 ‘D-day’로 정했다. 

실제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해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계획 원전 백지화, 기존 원전 수명연장 금지, 건설 중(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 방침도 이때 재확인 했다. 석탄화력 비중도 점진적으로 줄이고 그 공백을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으로 채워나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신규 석탄화력 건설 전면 재검토, 노후 석탄화력 10기 임기내 폐쇄 등을 거론한 뒤 천연가스 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확언했다. 앞서 5월 15일 서울 모 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3호 업무지시'를 통해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 8기의 한 달 일시 가동정지와 내년 3~6월 정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이같은 탈원전·탈석탄 구상은 8차 전력수급계획 전력믹스의 근간이 됐고 일부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은 원안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용어가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정책 명칭을 에너지전환으로 변경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재개’ 원전비중은 ‘축소’ 지지
건설 원전(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는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다시 공이 시민사회로 넘어갔다. 6월 27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서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 구성이 결정됐고, 7월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3개월간 공사 일시중단을 의결했다.

이어 같은달 25일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공론화 위원회가 발족돼 건설재개를 주장하는 원자력 산업계와 건설중단을 촉구해 온 시민사회 진영의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다. 자료집 제작, 지역순회 토론회, TV토론회 등을 거쳐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이 이뤄졌고, 10월 20일 발표된 최종 설문조사 결과 ‘건설재개(59.5%)’를 지지하는 응답이 ‘건설중단(40.5%)’을 20%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건설원전에 대한 대체적 여론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짓던 것은 그대로 짓자’는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시민참여단은 향후 원전비중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3.2%가 ‘축소해야 한다’(유지 35.5%, 확대 9.7%)고 답함으로써 새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같은달 25일 열린 국무회의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와 기존 운영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로 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했다. 로드맵대로 원전이 건설·폐지되면  2031년 국내 운영원전은 18기 20.4GW로 올해(24기 22.5GW)보다 소폭 감소한다.

물꼬 튼 8차 전력계획 '감(減)원전· 감석탄' 불과 지적도   
대선공약→에너지정책 대전환 선포→건설원전 재개여부 공론화→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순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내 확정을 목표로 수립중인 15년 단위 장기정책계획에 담겨 이행력을 담보하게 된다.

정부는 전력공급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는 원전과 석탄화력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되 그 공백을 저탄소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LNG)으로 메우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을 마련해 곧 공론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 계획에서 당국은 2031년 이전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 11기를 순차 폐지하고 신규원전 6기를 취소키로 했다. 또 원점 재검토 대상에 오른 신규 석탄화력 9기중 2기(당진에코파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고, 폐지예정인 노후석탄 4기도 연료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계통수용성 제고를 위해 양수발전소 2GW를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신규석탄 대부분이 회생했고 이전 수급계획에 기 반영된 대규모 신규 원전과 석탄이 폐지량을 상쇄해 에너지전환이 아닌 감(減)원전· 감석탄 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현행 경제급전 시스템으론 첨두부하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커버할 가스발전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원전 안전을 만족시킬 최적의 발전량믹스를 정해 탄소 제약발전, 한전-발전사간 전력공급계약 등의 과도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복 기자 lsb@e2en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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