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6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에 정유사만 함박웃음
해외자원개발 여전히 잠잠…특별융자 700억원으로 감액

[이투뉴스] 바뀐 것 없는 한 해였다. 신발 끈을 동여매고 분주하게 뛰었지만 여전히 제자리였다. 올해 석유·자원 산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는 얘기다. 뚜렷한 성과도, 변화도 없는 한 해였다는 평가가 많다. 

올초 경유세 인상 논란이 크게 일었다. 미세먼지 원인으로 고등어, 중국, 석탄화력 탓 등이 난무하다가 마침내 경유차에게 화살이 꽂혔다. 정부는 미세먼지 주범을 경유차로 규정하고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현재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에서 90~12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석유업계와 자동차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가졌다. 경유세 인상이 담뱃값처럼 서민증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이 논의는 미세먼지와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그렇다고 불씨가 아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인 만큼 내년 봄에도 이 논란은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올해처럼 직접적인 세수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경유세를 붙잡았더니 이번엔 국내 경유값이 치솟았다. 경유는 7월 저점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20주 연속, 휘발유 가격은 19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는 지난 13일 기준 리터당 1331.57원, 휘발유는 1539.47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올 1월 국제유가는 50달러 선에서 보합세를 보이다가 6월 40달러대로 저점을 찍었다. 그러더니 7월을 기점으로 소리없이 오르기 시작해 현재 60달러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년 유가 예측은 전문가마다 각기 다르지만, 저유가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가 상승과 함께 웃는 이들은 바로 정유사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고, 정유4사는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로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3분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뛰어넘지 않겠냐는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정유4사는 도합 8조원 영업이익 시대를 열었다.

이와 반대로 석유 유통업계 살림살이는 올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주유소업계는 그야말로 업친데 덥친 격. 평균 1%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원래부터 벼랑 끝이었는데, 여기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 인상됐고 LPG차 규제완화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궁지에 몰린 주유소업계는 독기를 품었다.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 카드수수료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세가 전체 휘발유 가격 60%를 차지하는데, 그 부분까지 카드수수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알뜰주유소 역시 힘든 건 매한가지다. 정유사에 치이고 주유소업계에 치인 알뜰주유소는 현재 외톨이 신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토사구팽'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어쨌든 이러한 그림은 몇 해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언제나 정유사만 웃고 주유소는 운다.

해외자원개발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한걸음 퇴보한 느낌이다. 올 초만 해도 해외자원개발은 활기를 찾는 듯했다. 지난해 '0'원이었던 성공불융자 예산은 올해 1000억원으로 부활했고, 명칭 역시 특별융자로 바뀌어 새 출발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자원개발은 동토(凍土)다. 공기업 위주에서 민간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나왔지만 정작 나서는 기업은 전무했다. 이미 적폐라는 프레임을 씌운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이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렇게 새 출발은 흐지부지됐고 결국 내년 예산은 700억원으로 감액됐다. 이에 산업부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지난달 말 산업부는 해외자원개발 부실재발 방지를 위해 혁신TF를 발족했고,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학계·회계·법률·시민단체 등 민간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진솔한 반성이 있어야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고무적이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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