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린 에너지 패러다임

[이투뉴스] 올 한해 에너지·환경산업 패러다임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 정책, 제도는 물론 업종별로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 파고는 한층 높아졌다.

이투뉴스는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에 따른 업종별 희비, 잇따른 사업권 반납으로 휘청거린 집단에너지사업 등을 올해 에너지·환경분야 10대 뉴스로 뽑았다. 해외자원개발은 여전히 한파에 몸을 움츠렸고, LPG차 규제완화에 대한 요구는 한층 더 목소리가 커졌으며, 뒤늦게 드러난 LNG기지 저장탱크 구조물 균열과 가스누출 은폐도 10대 뉴스에 올랐다.

◆‘에너지전환 첫 단추’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탈원전·탈석탄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에너지정책 대전환 선언, 건설원전 중단여부 공론화, 에너지전환 로드맵 등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첫 단추를 뀄다. 이 계획을 통해 정부는 설계수명 만료 원전 10기 폐지, 신규 계획원전 6기 취소, 노후석탄 4기 LNG연료전환, 기존 신규석탄 2기 연료전환, 양수발전 2GW 확충, 재생에너지 약 47GW 신규 건설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2030년 기준 발전량 비중 전망은 원전 23.9%, 석탄화력 36.1%, 재생에너지 20.0%, LNG 18.8% 순이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2030년까지 11기 수명 끝

1977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40년간 15만5260GWh의 전력을 생산한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587MW)가 지난 6월 18일 자정을 기해 영구정지했다. 이 원전은 2032년까지 향후 15년간 폐로절차를 밟게 된다. 폐쇄와 부지복원까지는 1조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는 한전이 미국과 차관협정을 맺고 자금을 조달해 해외 기술로 건설한 원전이다. 2007년 운영허가 기간 30년이 만료돼 폐로 때까지 10년 수명을 연장 운영했다. 고리 1호기 폐로는 후속 설계수명 만료 원전의 점진적 퇴출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월성 1호기 등 원전 11기가 추가로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신재생 3020 계획, ‘신’은 흔들 ‘재생’은 불안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생산량에서 신재생 발전비중을 20% 달성을 목표로 한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보급여건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태양광은 지자체의 입지규제, 풍력은 계획입지제도 도입 시 기존 발전허가를 받은 사업자와 마찰이 예상된다. 육상풍력의 경우 거의 모든 부지가, 해상풍력도 30여곳이 발전허가를 받은 상태다. 반면 태양광·풍력을 제외한 신에너지는 불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업계는 정부의 주요 친환경에너지계획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신에너지가 차지할 수 있는 룸(ROOM)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권 반납으로 집단에너지사업 휘청

영종하늘도시에 이어 미단시티까지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집단에너지 사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또 검단신도시 등 일부 지역도 사업추진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됐던 일부 사업지구가 해제되면서 잠재적 시장까지 잃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정부가 지나치게 사업지구를 쪼갠 데다 경쟁력 없는 사업자를 양산했다며 사업자 선정과정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사업자의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시급한 것은 물론 구조조정을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NG기지 저장탱크 안전성 파장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27만㎘급 LNG저장탱크를 건설하는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LNG기지 안전성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쏟아졌다. 지난 2월 한국가스공사가 운영하는 LNG기지 저장탱크 일부 구조물에서 수십곳의 균열이 확인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런 사실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으며 질타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인천기지에서 LNG를 하역하는 작업 중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일주일이나 뒤늦게 알려지면서 늑장공개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고의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가스공사는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美태양광 수입규제…정부·업계 총력 대응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월말 미국 국제무역위윈회(USITC)는 한국산 태양광 모듈·셀 수입에 대해 구제조치 판정을 내렸다. 국내 태양광 셀·모듈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에 최대 35%의 관세 부과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셀·모듈제품의 낮은 마진율을 고려할 때 이러한 관세 부과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단 정부와 업계는 자국 산업 위축을 하는 미국 태양광산업협회와 협력해 미국 정부 측에 이러한 수입 규제의 부당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USITC의 상세보고서를 토대로 국제규범 위반 여부를 확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간헐성 전원 확대 전력망도 변화 소용돌이

태양광·풍력 등 출력이 불규칙한 새 전원들이 전력계통에 꾸준히 유입되면서 국내 전력계통도 새로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지금까지는 석탄화력과 LNG발전기 출력 증감을 통해 전력수요변화를 추종해 왔고, 재생에너지 설비가 5.5GW(올해 8월 기준)에 불과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향후 매년 GW단위로 이들 전원이 늘어나면 전체 전력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신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 2020년부터 재생에너지 현재 발전량과 가까운 미래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취득·예측해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LPG차 규제완화 전방위 압박

올해 LPG 다목적형 승용차(RV)가 허용됐으나 LPG차 규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에는 한층 힘이 더해졌다. 일반소비자나 시민환경단체는 물론이고 국회 차원의 입법이나 국정감사 발표에 이어 성명서까지 잇따르며 차 규제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LPG연료 사용제한 규제가 비합리적인데다 LPG차 보급 확대가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최적 대안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세제 개편이라는 변수 속에서 미세먼지 저감, 소비자 선택권, 적정 에너지믹스 등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LPG차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반성 통한 전진...해외자원개발 혁신TF 발족

특별융자(과거 성공불융자) 내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침체된 상황에서 산업부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과거 공기업 중심으로 진행됐던 해외자원개발을 학계‧회계‧법률‧시민단체 등 민간이 직접 진단해 보자는 취지에서 해외자원개발 혁신TF를 발족했다. 첫 착수회의에서 산업부가 그간 해외자원개발의 부실을 인정한 점이 눈에 띤다.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간과했고, MOU를 최종 성과인 것으로 홍보했으며,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비용-고위험 사업에 투자했다' 등 12가지 항목을 들어 실패 요인을 자평했다. 내년 해외자원개발 동력에 다시 힘이 실릴지 기대되는 이유다.

◆집단민원에 SRF발전시설 된서리

원주와 내포, 나주 등 전국 곳곳에서 SRF발전시설 반대민원이 쏟아지면서 자원재활용 및 폐기물 에너지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주거시설과 비교적 가까운 열병합발전소가 된서리를 맞았다.

법과 절차상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주민들의 반대민원이 거세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추진을 겁내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9곳이 넘는 SRF 발전시설 신규허가를 내주는 등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쓰레기 매립과 단순 소각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은 SRF에 대한 근본적 방향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반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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