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전기는 문명의 쌀이자 주식(主食)이다. 그런데 비축이 쉽지 않다.(사실은 배터리 값이 아직 비싸다) 필요한 만큼 생산해 실시간 소비해야 한다. 요즘 같은 혹한기 때 한국은 6000만~8500만kW를 쓴다. 

전기는 대부분 물을 끓여 만든다. 증기 압력으로 터빈을 돌리고, 이 회전력으로 발전기가 전기를 생성한다. 우리가 쓰는 전기의 약 95%는 이런식으로 만들어진다. 차이는 물을 어떻게 끓이느냐다. 핵분열 열을 이용하면 원자력, 석탄이나 천연가스 연소열을 이용하면 화력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엔 이런 발전소가 200기쯤 있다. 기(基)당 설비용량이 적게는 수십만kW에서 크게는 140만kW인 대형만 그렇다. 전력당국의 실시간 관제를 받는 중소형까지 합하면 400기에 달한다. 이들 발전소를 동시 가동하면 1억1000만kW는 너끈히 만들 수 있다. 물론 발전소는 때마다 정비를 해야 하고, 종종 고장으로 멈춰선다. 이상기후로 수요가 요동칠 수도 있다. 적당한 예비력을 두는 이유다.

이달 현재 국내 전체 가용 설비용량은 1억1600만kW이다. 여기에 앞으로 준공될 발전소가 1000만kW에 육박한다. 최근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설비를 제외한 값이다. 매년 100만kW 단위로 불어나 수요를 잠식하는 재생에너지도 없는 셈 친 집계다. 전력망 접속만 해소되면 당장 착공할 수 있는 예비 태양광·풍력이 500만~700만kW는 된다는 얘기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수급계획을 놓고 일각에선 공급부족 우려를 제기한다. 대통령과 새 정부가 권한 밖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각을 세운다. 계획원전 6기 철회와 수명만료 원전 폐지방침을 겨냥해서다. 과거 이들 계획이 어떤 절차와 공론화를 거쳤는지 지켜본 입장에선 목불인견이다. 원전 기술인력의 일자리 축소 문제에 공감이 가다가도 원전산업 유지를 위해 매년 1기씩 새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반복된 주장에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좁은 국토에 얼마나 더 원전을 짓자는 것인가, 언제까지 원전을 짓자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자는 것인가. 지금도 송전선로보다 발전소가 많아 멀쩡한 발전기들이 출력을 낮춰 가동하고 있다. 발전소가 대규모로 몰려 있는 일부지역은 오히려 대정전 위험이 커졌다. 그런가하면 일부 원전은 임시저장고 턱밑까지 차오른 사용후핵연료 탓에 수명대로 가동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2차 에너지인 전기의 상대가격이 낮아 전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효율이 후진국 수준이다. 이 부문의 개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데도 정부나 기업 누구도 관심이 없다.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효율만 높여도 에너지자원 수입액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수급계획 때마다 새 발전소 건설계획을 짜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더 발전소만 지을 셈인가. 전기소비자인 국민의 생각이 먼저 달라져야 정부와 국회가 바뀌고, 산업과 시장이 달라진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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