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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낙하산인사 따라하기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480호] 2017년 12월 18일 (월) 08:01:54 조성봉 sbcho@ssu.ac.kr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공공기관 채용비리로 대학생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문이 좁은데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이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을 해왔다는 것이 너무도 실망스러운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이들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스승의 한 사람으로 자괴감이 크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에 따르면 크고 작은 잘못이 2234건이나 드러났다. 그 비리의 유형과 사례도 다양하다. 기관장이 인사 청탁을 받고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을 지시한 경우, 면접위원 다수를 응시자와 같은 사적(私的) 모임 회원으로 구성한 경우, 내부 직원들로만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임원 자녀를 채용한 경우, 채용 공고를 일부 기관 홈페이지에만 공개한 뒤 전직 임원이 추천·알선한 사람을 채용한 경우,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2~5배수에서 45배수로 확대해 특정인을 채용한 경우, 경쟁자 경력 점수를 낮추거나 가점을 주지 않고 점수를 조작한 경우, 경력이 없는 무자격자를 채용한 경우, 면접위원 아닌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가 면접 대상자 2명 중 1명에게만 질문을 던져 이에 답한 응시자만 합격시킨 경우 등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채용비리가 종합백화점 같이 망라되어 있다. 

채용비리의 문제는 공공기관 한두 곳이나 세상 어느 곳에서도 확률적으로 가끔은 찾아볼 수 있는 몇몇 개념 없는(?) 인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런 잘못이 2234건이나 된다는 것은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별한 죄의식이나 문제의식 없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갖는 문제의 심각성은 채용비리 그 자체보다도 채용비리가 그저 하나의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인사 담당자들이 이처럼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채용비리를 자연스럽게 저지르게 된 원천은 무엇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는 결국 낙하산인사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낙하산인사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낙하산인사 중에서는 정말로 유능한 인사도 많다. 우리나라 포항제철을 일으킨 박태준 씨도 따지고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임명한 낙하산인사다. 그렇지만 박태준 씨를 잘못된 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위 공무원을 지낸 사람 중에서는 유능한 분들도 많고 해당분야에 전문가라고 할 만한 분들도 많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우리도 차라리 공공기관장을 대통령이 책임지고 임명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낙하산인사를 선정하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장의 인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공기업 임원의 임면)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사실상 위에서 낙점했거나 내정한 인사를 뽑으면서 이 법에 따른 절차를 잘 지키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다 보니 평가점수가 왜곡되고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여러 방법을 다 동원해도 잘 안 되면 적임자가 없다는 핑계로 처음부터 후보를 다시 모집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결국 미리 찍어놓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장 인사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공공기관장 인선과정 자체도 채용비리의 가장 큰 부분이다. 사실상 위에서 내려 보내면서 마치 밑에서 엄정하게 검증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위선적인 과정을 지켜보는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들에게 공정성이란 개념과 도덕적 가치관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낙하산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선정하면서 하늘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지 않고 땅에서 제 힘으로 솟아난 인재로 포장하는 현재와 같은 공공기관장 인선방식 하에서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막을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은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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