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15년간의 장기 전력정책을 가늠하는 8차 전력수급계획의 정부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번에 나온 8차 계획의 골격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부터 공약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겠다는 것을 명문화한 것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수급계획의 골격에 따르면 신규 원전·석탄 진입을 봉쇄한 상태에서 수명이 만료되는 기존 발전소를 퇴출시키기로 하고 시점까지 못박았다. 특히 부지를 선정하지 않았거나 아직 착공하지 않은 신규 원전 6기는 예고대로 8차 계획에서 삭제했으며 한차례 수명을 연장해 운영 중인 월성 1호기는 내년 상반기에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석탄화력의 경우 재검토 대상에 오른 9기중 2기를 제외하고 모두 살아났다.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강릉안인 1, 2호기(2080MW)와 고성하이 1, 2호기(2080MW)가 일찍이 재개사업으로 분류된 가운데 당진 에코파워(1160MW)는 연료를 LNG로 전환하되 설비용량을 두배로 키워 각각 음성과 울산에 1기씩 건설하는 안이 제시됐으며 사업자간 막후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권 인수비용 매몰을 이유로 연료전환을 꺼리던 삼척화력(2100MW)은 추가 연장기한내 실시계획 승인과 환경영향평가 등 나머지 행정절차를 모두 마친다는 조건을 달아 회생했다.

이처럼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의 감축을 명문화한 것은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의 큰 틀을 바꾸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관성적으로 증가일로에 있었던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은 이제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장기 정책 방향이다. 여기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세부적인 정책은 앞으로 정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큰 틀의 전환은 자연스레 원전과 석탄화력 분야뿐만 아니라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관한 여러 가지 보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완벽에 가까운 뒷받침이 이루어져야만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는 정책방향을 성공시킬 수 있다.

현실을 감안한 세부 정책의 마련이 늦어지거나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정전이나 송전선로의 고장 등이 발생하면 당초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 

또한 새로운 정책들은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에너지 정책들이 대부분 시장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서 오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이라는 막이 이제 오르기 때문에 첫 숟갈에 배부를 수는 없다.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고 석탄화력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요인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다만 이번 전력수급계획이 목표연도의 에너지믹스(에너지源別 비중)를 단순한 시나리오 수준으로 제시하고 근거도 불명확하다는 것은 옥의 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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