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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르포] 원전도 물린 땅, 석탄火電 껴안나
포스파워 삼척화력 8차 전력계획서 석탄발전行
석회석 폐광 부지로 활용…민심은 찬·반 엇갈려
[481호] 2018년 01월 02일 (화) 07:51:56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옛 동양시멘트 46광구 포스파워 삼척화력 발전소 예정부지.  40여년간 석회석을 채굴한 폐광으로 전체 면적이 225만㎡, 발전소가 들어서는 하부면적만 92만5000㎡이다. 동양파워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한 포스파워는 이 부지에 2022년까지 2100MW규모 석탄화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지역주민간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이투뉴스] 삼척시내에서 동해안을 따라 난 2차선 옛 7번 국도(현 지방도)로 10여분을 남하하던 차량이 갑자기 서쪽 산기슭으로 방향을 틀었다. 좌측으론 6km 길이 맹방해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겨울 강풍이 너울성 파도를 일으켰다. SUV차량은 동해를 등지고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덜컹이며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하고 커브가 잦았다. 산길을 10분 가량 더 올라 능선을 넘어서자 이윽고 나무데크로 만든 간이전망대와 그 아래로 광활한 폐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하부 면적이 28만평(약 92만5000㎡)이고, 사면(斜面)까지 포함한 전체 면적은 68만평(약 225만㎡)입니다. 이 폐광을 활용해 자연을 추가 훼손하는 일 없이 발전소를 짓겠다는 게 우리 계획입니다.” 전국 수은주가 일제히 곤두박질 친 지난달 12일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옛 동양시멘트 46광구. 박월수 포스파워 지역협력팀장이 발전소 예정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축구장 310여개 넓이로 채굴한 뒤 방치한 땅이 황량한 속살을 내보였다.

해발 250m지점에서 내려다 본 폐광은 움푹 파인 형상과 물웅덩이가 거대 휴화산 분화구를 연상케 했다. 40여년을 나이테 모양으로 층층이 파내려간 거대 석산은 이미 해수면 수준으로 낮아졌다. 빗물이 고여 청록색을 띠는 물웅덩이 수심은 30m에 이른다. 전망대 우측 시멘트 공장 너머로 삼척 시가지 일부가 목격됐고, 날씨가 맑아 멀리 태백준령까지 병풍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도심에서 광구까지는 직선거리로 3.7km이다.

박 팀장은 “화력발전소 부지로는 천혜의 조건이다. 200m 높이 연돌(굴뚝)이 세워져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밖에선 꼭대기 20m 정도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주민께서 걱정하는 미세먼지는 5100억원을 별도 투자해 99.963% 제거하고,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환경감시단 감독을 받는 등 엄격한 환경관리로 걱정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40년간 채굴한 석회석 폐광을 석탄화력 부지로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LNG연료전환 검토대상이었던 삼척화력이 기존안대로 건설된다는 소식을 타전한 이튿날 오전, 강원도 최남단 삼척을 찾았다. 서울에서 약 300km, 3시간 반이 족히 걸리는 여정이다. 이미 보도를 접한 주민들의 화젯거리는 단연 삼척화력 건설여부였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마다 “그대로 가는 게 맞냐”, "이랬다, 저랬다 알수가 있어야지", “어떻게 되든 빨리 (정리가)되야지 ”등의 대화가 오갔다. 다년간 지역사회를 흔든 발전소 건설공방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삼척은 앞서 두 차례나 원전이 지나간 땅이다. 정확히는 지역주민 뜻으로 두번이나 원전계획을 물린 곳이다. 정부가 원전부지로 탐낸 근덕면을 1993년 원전 건설반대 총궐기대회로 지켜냈고, 2012년 다시 원전예정구역 고시가 떨어지자 2014년 주민투표로 이를 뿌리쳤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서 신규원전 2기 건설계획(삼척‧영덕 중 1곳)을 철회한 만큼 20년을 넘게 끈 원전간의 악연도 곧 정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전이 지나간 자리를 들어선 또다른 발전소 건설계획은 마음의 짐이다. 쇠락한 지역경제를 생각하면 대규모 발전사업 유치가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다른지역서도 환영하지 않는 석탄화력을 끌어안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다. 석탄 광산과 시멘트산업으로 번성했던 삼척은 한때 인구가 1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부산, 포항, 강릉 등으로 떠나면서 현재는 7만명으로 쪼그라 든 상태다.

2013년 동양그룹이 이 지역서 발전사업을 유치할 당시 주민들에 어필한 부분도 바로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그러나 주민과의 약속은 애초 공수표였다. 십수조원을 투자해 발전소가 포함된 초대형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던 사업자는 사업권을 팔아넘긴 직후 부도를 냈고, 프리미엄을 주고 이 사업을 사들인 새 주인(포스코)은 지자체와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만 3년을 흘려 보냈다.    
▲포스파워 삼척화력 완공 조감도. 동해안에 연료하역 부두를 만들고, 터널 4개를 뚫어 냉각수 통로와 연료이송 및 차량 통행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동양파워, 부도 직전 사업권 획득 매각  
동양시멘트 46광구는 1976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대형 석회석 광산이다. 1990년대만 해도 매년 1000만톤을 캐낼 정도로 성업했다. 하지만 건설산업 호황이 꺼지면서 시멘트 산업도 내리막길을 걸었고, 광산도 바닥을 드러내며 폐광할 처지가 됐다. 위기에 몰린 동양그룹은 2012년 이미 가세가 기운 상태에서 이 광산을 부지로 6차 전력수급계획에 건설의향서를 낸다. 그리고 인근 삼척서 같은 석탄화력으로 경쟁을 벌인 삼성, 포스코, 동부, STX 등을 누르고 사업권을 획득한다.

당시 사업권 확보전에 뛰어든 기업들에 따르면, 동양은 발전소 운영경험, 자금력, 기술력 등 다른 평가항목이 변별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 96.8%라는 압도적 주민동의율로 승부를 갈랐다. 미끼는 대규모 산업단지조성과 그룹 전 계열사 삼척이전 등의 파격적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미 과도하게 부채율이 높았던 동양이 어떻게 사업자로 선정됐는지, 반경 5km였던 주민동의 범위가 절반으로 축소된 배경은 무엇인지 등은 여전히 베일 속이다. 당시 동양파워 회장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4선의 전 최연희 의원. 동양시멘트 부회장을 겸직했고, 사업수주 전 동양시멘트 고문으로도 일했다.

6차 전력계획은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수립된 대규모 발전소 신설 계획이다. 한편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양은 법정관리 신청 후 처참하게 무너졌다. 사기성 회사채와 2조원대 기업어음을 발행, 수만명의 개인투자자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을 팔아치운 정황이 드러나 경영진 다수가 구속됐다. 이 과정에 채권을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이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동양파워 유치과정서 자금통 역할을 맡았던 계열사 모 사장도 검찰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런 비극이 무색하게 동양파워는 매물로 나오자 몸값이 치솟았다. 당시 2GW석탄화력 사업은 1조5000억원 이상의 연매출과 3000억원대 이익을 보장하는 황금알로 통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대우건설, 대림산업, 한화컨소시엄, 삼탄 등이 앞다퉈 인수에 나섰고, 결국 4311억원을 써낸 포스코가 2014년 8월 새 주인이 됐다. 하지만 항만건설을 위한 지자체 공유수면 점사용허가에만 2년이 추가 소요됐고, 그 사이 두 차례나 정부로부터 공사계획인가 기한연장을 받는 등 진통은 계속됐다.

동양파워 인수전에 관여했던 A사 아무개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삼척화력은 동양파워의 유치과정에서부터 사업자 선정, 각종 인·허가까지 정재계와 법조계, 지자체, 지역 토호, 지역 주요인사까지 이권으로 얽키고 설킨 복마전"이라며 "이 사업에 관여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다.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이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어찌보면 멋모르고 덤빈 포스코도 피해자 아닌 피해자"라고 말했다.

주민여론은 석탄화력 찬·반 갈려…관광자원 쟁점
발전소 예정부지를 벗어나 삼척시내로 돌아가는 지방도로. 삼척화력 건설반대 단체 등이 내건 빛바랜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명사십리 해송십리 맹방해변 삼척관광이 미래", "삼척시민은 내 재산과 건강을 파괴하는 발전소 반대 동참하라!" 등의 문구가 인쇄돼 있다. 반대로 상공인들은 시내 상가마다 "기업유치 없는 삼척시 미래발전 없다", "포스파워 조기착공, 삼척시민 살길이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한 지역주민 여론이 팽팽하게 갈려있다는 뜻이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12일부터 이틀간 삼척시민 11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40.8%는 삼척화력을 '원안대로 건설(석탄화력)'하자고 했으나 나머지 20.9%는 '친환경 전환'(LNG)을 원했고, 또다른 17.3%와 15.9%는 각각 '재검토', '백지화'를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삼척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한 찬성측은 작년에만 14차례의 상경시위를 통해 사업자를 측면 지원했다. 반면 여전히 일부 주민은 대형 석탄화력과 연료하역 부두건설이 천혜의 맹방해변과 '관광 삼척'의 이미지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발전소 설계를 포함한 삼척화력의 종합공정률은 11.5%. 포스파워는 정부 인가와 동시에 2022년까지 4조5000억원을 투입해 1050MW급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 2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분지형태인 부지 특성상 동해를 향해 터널 4개를 뚫어 1개는 연료이송, 2개는 냉각수 인입·배출, 1개는 차량 통로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료하역부두에서 발전소까지는 2.5km이며, 발전용수는 해수담수화로 조달한다. 연간 예상 연료사용량은 650만~700만톤이다.

주요설비는 해발 10m지점인 폐광 하부에 위치하며, 송전선로는 신태백변전소까지 345kV로 35km구간을 연결하게 된다. 석탄회는 부지 인근 삼표시멘트의 시멘트 원료로 전량 처리된다. 박월수 포스파워 팀장은 "발전소 건설 외에 맹방해변 침식을 줄이는 시설에 1100억원, 마리나시설과 해상공원 등 지역 관광시설에도 950억원을 직접 투자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지역사회에 수익을 환원하겠다. 삼척의 새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척=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박월수 포스파워 지역협력팀장이 맹방해변을 가리키며 연안침식 방지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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