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라스콥코, 작년 10월 광산암반굴착 사업 분할·독립
'에피록' 경영 키워드 자동화·디지털화·안전성

▲ 스마트락 티삼오(smartroc t35). 다양한 오토메이션 기능으로 정확한 천공 작업이 가능해 차세대 드릴 제품으로 불린다. 노천 광산, 건축 현장 등에서 쓰인다.

[이투뉴스] 광산업에서 사용되는 천공기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한다. 버튼만 누르면 팔, 다리가 뻗어 나와 로봇으로 변신할 듯 싶다. 그만큼 광산업 중장비는 크고 생각보다 섬세하다. 최첨단 기술이 장착돼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럼에도 대중 인식 속에 광산과 종사자의 이미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자욱한 먼지를 뒤집어 쓴 장면만을 연상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 여건은 반대 경우가 많다. 아트라스콥코(AtlasCopco)는 최첨단 기술로 글로벌 광산암반굴착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광산업계 이미지를 바꿔놓은 주역 중 한 곳이다.

▲ 이저 l(easer l). 광산 갱내 환기를 위한 천공을 한다. 작업자 안전을 강조한 제품.

아트라스콥코는 1873년 스웨덴서 설립돼 현재 90여개국에 4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다국적기업이다. 2016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액은 약 13조원. 광산암반굴착 부문 외에도 압축기, 산업용 공구, 동력 발전, 진공 솔루션 사업 등 5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큰 변화를 시도중이다. 에피록(Epiroc)이라는 회사를 설립, 광산 암반굴착 사업을 분할·독립시켰다. 에피록은 광산 및 기초 건설업에 주력하고, 기존 아트라스콥코는 나머지 사업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1일 에피록 코리아가 설립돼 운영을 시작했다. 지하 암반굴착장비 사업부, 노천 굴착장비 사업부, 천공 자재 사업부, 유압 어태치먼트 사업부, 부품 및 서비스 사업부 등 5개 부서가 꾸려졌다. 본사는 성남 판교, 고객 서비스지원센터는 충북 제천에 자리하고 있다.

▲ 3붐 점보드릴 부머 엑스이쓰리(boomer xe3). 수평 천공작업을 진행한다. 에피록 주력 제품.

◆'젊은 경영' 강조하는 46세 리더

▲ 제임스 울라쏜 사장이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설명하고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12일 제임스 울라쏜 에피록 코리아 신임사장<사진>을 만나기 위해 판교를 방문했다. 사무실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쳤다. 회사 입구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였고, 내부는 아트라스콥코를 상징하는 파란색 벽지로 단장돼 있었다. 에피록 코리아는 아직 분할 단계라 모회사 아트라스콥코 코리아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제임스 울라쏜 신임사장은 비교적 파격적 인사로 사장에 오른 케이스다. 올해 46세로 호주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 아트라스콥코에서 근무했다. 그는 큰 풍채처럼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말투로 회사를 소개했다. 최근 광산‧건설장비 전문 기업으로 독립한 배경은 산업별 고객 특성이 달라 각자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에피록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자동화, 디지털화, 안전성이라고 꼽았다. 단순히 장비만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동시에 그 자료를 토대로 미래까지 예측하는 것이 에피록의 목표라고 했다. 다만 그는 자동화가 곧 무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동화는 위험을 줄이면서 효율성·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최종 의사 결정은 언제나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무인화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힘줘 말했다.

디지털화는 장비 설치부터 사후서비스까지 전체 과정이 디지털로 통합됨을 의미한다. 모든 장비와 공정에 스마트 제품이 연결되고, 분석을 통해 향후 고장이나 불량, 부품 수리기간 등을 예측해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그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능력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안전성은 업계 특성상 항상 강조되는 부분이다. 울라쏜 사장은 "현장 작업자의 안전이 언제나 최우선이며 GPS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도입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달 1일 에피록 코리아 출범을 축하하는 킥오프 파티가 열렸다. 아트라스콥코를 상징하는 색이 파란색이라면 에피록의 아이덴티티 컬러는 노란색이다.  

그는 '젊은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를 정해주고 방향을 따르게 하는 것은 옛날 리더십이라고 했다.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최고의 결정이 나오고, 이것이 최선의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포부를 묻자 "아트라스콥코는 경쟁력 있는 현지 법인과 전문화된 인력, 훌륭한 제품과 우수한 서비스를 이미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에피록을 비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 제임스 울라쏜 사장이 자사 모형을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트라스콥코는...]
1873년 철도 시스템과 산업 장비를 제공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아트라스. 1892년 압축기 시장에 진입해 압축 공구를 대량 생산했고, 1911년 철도차량사업을 접었다. 1917년 디젤엔진 사업을 시작했으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 1948년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아트라스는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1956년 벨기에 압축기 회사 아픽 엔지니어링, 1984년 미국 자동차 공구 회사 뉴매틱, 1990년 프랑스 산업공구 및 조립부품 회사 데소터를 인수했다. 2011년 압축기, 광산암반굴착, 건설도로장비, 산업용 공구 등 4개 사업부문으로 회사를 분류, 오늘날 형태가 됐다. '지속 가능한 생산성(Sustainable Productivity) 향상'을 제1의 가치로 현재 180여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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