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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100% 안전한 원전? 실상을 모르는 얘기”
원전 설계자서 내부고발자 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우리 원전산업은 기술이 아니라 돈과 갑을관계로 관리되는 구조"
[481호] 2018년 01월 02일 (화) 07:05:57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월성원자력발전단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자력공기업 재직 당시 이들 원전 설계·정비에 직접 참여했다

[이투뉴스] 언제부터인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은 양극단이다. 원전은 안전하거나 매우 불안한 존재이며, 경제적이거나 반대로 값비싼 발전원이다. 관점도 흑백논리가 횡행한다. 찬핵 아니면 반핵(탈핵)뿐이다. 양시양비(兩是兩非)는 끼어들 자리는 없다. 이렇게 된데에는 원전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쟁점화 한 정치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만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사진>는 30여년간 원자력 한 분야에 종사한 엔지니어(기술사)다. 한전KPS‧원자력연구원‧캐나다원자력공사‧한국전력기술 등 공기업과 해외 인증기관을 거쳐 누구보다 내부사정에 밝다. 월성(2~4호기)‧한빛(5,6호기)‧한울(3~6호기)‧신고리(3,4호기) 등 국내 다수 원전을 직접 설계‧정비했다.

이런 그가 현직에서 물러나 전문가NGO 대표가 됐다. 2013년 대덕연구단지 출신 원자력 전문가 30여명과 원자력 안전과 미래를 결성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안전 현안을 독립적으로 조사‧분석‧평가하는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이듬해 원전비리 사건, 그에 대한 당국의 보여주기식 대응이 계기가 됐다. 현장을 누비던 실무진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그와 단체는 내부고발자 같은 존재다.

이날 <이투뉴스>와 만난 이 대표의 첫마디는 “나는 (원자력)진흥도, 반대도 아니다. 안전쪽이다”였다. 지레 특정 진영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취지다. 실제 그는 2시간여의 인터뷰에서 무던히 엔지니어 관점을 견지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원전 논의가 찬‧반 구도로 치달으면 안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향후 논의는 선(先)-안전성, 후(後)-경제성’으로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내용을 제외하고 그의 직설을 그대로 지면에 옮긴다.
▲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 원자력계는 외부서 마피아로 비유할 만큼 결속이 강하고 내부비판이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순탄하지 않은 길을 택한 이유는 뭔가
“공기업을 스스로 나와 2001년 창업을 했고, 9년간 운영하던 기업을 해외 인허가기관에 매각했다. 그러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는데, 우리도 후속대책을 만든다고 하길래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여주기 수준이었다. 그러고 나서 2012년 원전부품 위변조 사건이 터졌다. 나는 곪은 게 터졌다고 봤다. 그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2013년에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원전 구매제도 개선이다. 장관까지 나서 위원회도 만들었다. 원전부품 위변조는 사실 품질문제다. 시스템이 작동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위원회란 곳에 품질이나 입찰제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더라. 원자력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스템에 대한 철학도 있어야 제대로 바꿀텐데 보여주기에 그쳤다. 아직까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주변에 정부가 정신을 못 차린다고 얘기했다. 홍보로 때울 일이 아니라고. 정부에 제대로 얘기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단체를 만든거다. 나는 월성원전 국산화에 참여했지만, 80년대 후반 경수로 국산화에 참여한 분들도 (단체에)많다. 아직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은 꺼리지만 몇몇 분들은 나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자력계 휘슬블로워(Whistle blower. 내부고발자)로서 의미가 있다.”

-2013년부터 한빛원전 안전성 검증에 참여해 무더기로 개선과제를 찾아냈다.
“한빛원전 원자로 헤드관통관 용접부위서 균열이 발견된 사건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해 계속 돌리자고 했고, 주민들은 원자로에 금이 갔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그런데 대북경수로용으로 만들어놓은 대체품을 최대한 빨리 가져와 교체해도 3년이 걸렸다. 그래서 당국이 웨스팅하우스를 데려와 정비할테니 (감독자로)누굴 데려와도 좋다고 했고, 해외검증자로 독일 티유브이노드(TUV-Nord)를 불렀는데 한국형 원자로를 제대로 이해하는 국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참여하게 됐다. 이후 당시 장관(윤상직)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했고, 주민들은 발전소 내부로 들어가 직접 안전성을 확인하고 싶다고 해 받아들여졌다. 그때만 해도 교수를 데려갈 거라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주민들이 나를 찾았다. 그래서 '도와는 드리지만 우린 지역주민 편도 아니고 한수원 편은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독립적으로 공학적 안전성만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700여건 이상의 개선사항을 찾아냈다. 이후로도 월성 원전의 격납용기 압력경계 안전에 설계상 문제가 있다며 강화대책을 요구했으나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그냥 통과시켰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지적할 계획이다.”

- 새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로와 운영허가 만료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천명했다.
“월성 조기폐로는 선(先)-안전성, 후(後)-경제성 논리로 가야 한다. 정치적인 조기폐로는 부담이 크다. 최신 기술기준에 따라 계속운전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 재평가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설비는 다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7000억원 가량 들었는데 추가로 7000억원이 들 수 있다. 그럼 한수원은 그걸 토대로 계속운전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그게 맞는 수순이다. 지금의 정치적 조기폐로는 문제가 있다. (논의에)안전이 빠져 있다.”

"원전 부품 비리는 곪은 게 터진 것, 아직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
원전 조기폐로는 선안전성, 후경제성 논리로, 정치적 접근은 문제" 

- 계속운전 원천금지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나
“사실 수명연장이란 개념은 원래 없다. 운영허가기간 변경이다. 왜냐면 원전은 수명관리 통해 항상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30년 이란 운영허가기간은 그 기간동안 원전이란 기계를 관리해 항상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란 뜻이다. 그리고 운영허가기간이 끝났다면, 30년간 체르노빌부터 쓰리마일, 후쿠시마 사고까지 있었으니 그 사이 계속 업그레이드된 최신 국제 안전기준을 적용해 재평가하면 된다. 운영허가 기간이 끝났다고 무조건 노후도 아니고, 허가기간 안에 예상한 가동률보다 더 높여 돌렸다면 수명이 짧아지는 거다. 수명관리와 계속운전을 헛갈리면 안된다.”

-강화된 새 기준을 기존 원전에 적용하면 상당한 비용이 추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수명연장은 어렵지 않겠나.
“월성 1호기의 경우 주로 발전을 위한 설비들 위주로 교체했다. 한마디로 재생원전이다. 최신 안전기술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발전을 위한 원전일 뿐이다. 부합한다면 계속운전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논의가 너무 정치적으로 흐른 것이다.”
▲ 한수원 엔지니어들이 발전기를 정비하고 있다.

- 오늘날 한국의 원자력은 왜 이토록 불신의 대상이 됐나. 어디서부터 꼬였나.
“캐나다에서 경험해보니 그쪽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가 구성돼 있더라. 대기업은 없다. 뭐든지 나눠서 중소기업 단위로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엔지니어링이 하고 있다. 우리만 대기업 중심이다. 대기업한테 패키지를 주고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니 문제가 생기는거다. 설계자가 직접 나눠 발주하면 중소기업에 바로 갈 수 있다. 설계자가 기술로서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게 기술로 관리하는 형태이자 진짜 EPC(설계, 조달, 시공)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설계는 용역회사인 한전기술이 한다. 구매 등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한수원 하청업체로서 설계도를 만들어 결과물로 한수원에 주면, 한수원이 그걸 토대로 발주를 한다. 그런데 원자로나 시공계통은 직접 발주를 못하니 다시 대기업 시공사나 주기기업체에 그걸 맡긴다. 이건 주종관계이자 돈으로 관리하는 구조지 기술로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설계를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이 뭘 알고 발주를 하겠나. 중소기업 가격을 후려쳐도 할 말이 없는 착취구조다. 실제 그런사건이 많다. 게다가 제작업체나 시공업체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설계자가 아니라 결정을 못 내린다. 기술이 아니라 돈과 갑을관계로 관리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원전산업이란 얘기다. 굉장히 취약한 구조다. 우리나라만 이렇다. 이걸 바꿔야 하는데 누구도 쉽게 얘기하지 못한다. 일감이 끊길 수 있으니.”

- 결국 이런 구조가 안전을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인가
“기술적으로 관리가 안되니 안전성이 당연히 취약해질 수 있다. 부품 위변조 사건이 왜 터졌나. 결국 품질관리 문제다. 근데 품질을 한수원이 관리한다. 품질검사업체에 발주해 시킨다. 달리 얘기하면 한수원이 편의상이나 또는 공기 준수를 위해 안되면 되게 하란 식으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에 한빛원전 망치사건(증기발생기내 11cm 금속 이물질이 발견됨), 격납건물 공극 은폐 문제 등을 보라. 구조가 이러니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시절이고, 대통령이 준공식에 와서 테잎 커팅식을 한다고 날을 잡아놨는데 공기가 늦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겠나.”

- 정부나 한수원은 나름 꾸준히 구조나 문화를 개선해 왔다고 말한다.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나. 그렇지 않은 듯하다. UAE원전은 누가 수출했나. 한전이 했다. 한전은 전력회사다. 세계 어디서라도 전력회사가 원전을 수출하는 것을 봤나. 돈이 있으니 돈으로 관리하겠다는 거다. 엔지니어링, 시공, 제작이 모두 돈으로 관리되는 구조다. 엔지니어링이 총괄하고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 의미가 완전 퇴색됐다. 낙후성이다.”

-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리‧감독기능은 제대로 동작하고 있나
“원안위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독립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우선 원안위가 소통을 해서 최적의 안전지침이나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불안을 해소할 수준으로 눈높이 조정을 해야한다. 대표적인 게 다수호기 문제다. 나란히 붙어있는 후쿠시마 원전 4기가 모두 터졌는데, 우린 10기까지 몰려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면 반드시 기술기준을 만들어 개수를 제한하든지 (건설을)지연시키든지 했어야 했다. 소통이 안됐다는 거다.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나는 원안위는 특정 안전 현안이 나오면 그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국가기관이 볼 때 이건 어떤 문제로 안전에 문제가 있다든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안한다. 대표적인 예가 겹납용기 공극사건이다. 용기 두께가 1.2m인데 제일 취약한 곡면부위에 공극이 생겨 1.0m가 된거다. 그런데 원안위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평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받아놓고 검토중이라고만 한다. 우리 입장은 이렇다고 얘기하거나 당장 보수하든지 전국 원전을 확인하라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달랑 5쪽자리 보도자료 내고 끝이다. 도대체 원안위는 뭐하는 조직인가.”

- 원안위와 KINS의 관계는 제대로 정립돼 있나
“기술적인 부분은 KINS가 맡되 원안위와 서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원안위가 KINS를 하나의 갑처럼 좌지우지해선 안된다. 그런데 지금은 갑(甲) 행세다. KINS가 어떤 기술적 평가결과를 내놓으면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게 원안위다. 그런데 누구도 안전성 평가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원안위는 지금까지 청와대나 통치권자의 의지가 (판단의)기준이었는데, 정작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았다. 이건 원안위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 국민이 불안해하면 존재의미가 없는 조직이다.”

- 새 정부는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시키겠다고 했었다.
“독립성을 부여하는 건 좋지만 행정부(산업부)가 운영하는 원전을 감시하는 것이니 정부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경우 임명은 대통령이 하지만 보고는 의회에 하고 예산도 직접 받는다.”

- 가동원전 운영기간 동안 안전하게 돌리는 것도 중요한데, 어디부터 챙겨봐야 하나
“산업부가 자발적인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발전설비, 즉 공급측면만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론 안전설비도 원전감독법에 따라서 산업부 장관 직속으로 감시하는 외부 조직이 있어야 한다. 전국 원전 순회하면서 실제적인 감시를 해야한다. KINS는 정해진 법정검사만 한다. 사업자 스스로 원전 감독법에 따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내부고발자를 양성해야 한다. 안전에 문제 있다고 지적하면 포상해야 한다. 또 그런 사례가 많은 발전소를 상주고, 해당자는 승격 시 가점을 줘야 한다. 원전은 워낙 은폐돼 있어 내부고발자 없이는 어렵다. 한빛에만 700건의 문제가 있었겠나, 전 원전이 마찬가지일거다.”

- 원전 안전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공학자로서 어떤 수준인가
“대단히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수준이다. 지난번 수능시험 때 지진이 다시 올지 말지 몰라 만반의 대비를 하고 시험을 치렀듯, 거의 그 수준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한 신문 보도를 보니 탈원전이 오기라는 둥, 원전 짓고 수출해야 한다고 마구잡이로 떠들더라. 진흥의 시각에선 절대 안전이 보이지 않는다. 원전수출을 말하는 이들이 100% 원전은 안전하다고 하는데, 마이크 앞에서 얘기해봐야 현장을 전혀 모른다. 실상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뚜껑을 열어봐라.”

"진흥의 시각에선 절대 안전이 보이지 않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 초가집에 탄약을 쌓아놓은 꼴" 
▲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수조에 빼곡히 들어찬 핵연료.

-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도 안전이 취약하다고 했는데
“지금 임시저장조에 핵연료가 가득 쌓여있다. 그런데 이게 40년을 가다보니 임시가 아니고 중간저장조 수준이 됐다. 나는 초가집에 탄약을 잔뜩 쌓아놓은 꼴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보 차원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는데, 임시저장조내 핵연료를 꺼내 안전하게 저장하는 게 안보차원의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원자로 격납용기는 두께가 1.2m인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두께는 40cm에 불과하다. 테러에 무방비다. 독일식으로 두께 1.5m짜리 건물을 지어 건식저장을 하든지 해야 한다. 지금 임시저장조 하나에 들어찬 폐연료가 후쿠시마 1~4호기 원자로 핵연료 숫자와 같다. 임시저장조 하나만 테러당하면 끝난다. 국가안보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원전이 불안하다면서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다. 저장조에서 핵연료를 꺼내 비워두면 계속운전으로 갈거라고 생각하는거다. 영구처분은 공론화 대상이 맞지만 사용후핵연료는 국가차원에서 안보로 접근할 사안이다.”

- 경주지진과 포항 지진 이후 당국의 내진성능 보강대책은 적절한가
“지반가속도를 0.2g에서 0.3g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HCLPF(High Confidence of Low Probability of Failure)를 동원해 확률론적으로 높이겠다는거다. 굉장히 주관적인 평가고, 평가자마다 값이 다르다. 이걸로 국민을 속이는 거다. 평가로만 끝나는 거다. 이걸 원안위가 주도하고 있다. 중간에 보강했다는 건 허접한 설비들이다. 0.2g라 하더라도 충실하게만 현장이 준비돼 있으면 사실 상당한 여유도를 갖는거다. 원전이 깨지지 않고 안전하게 정지할 가능성도 높다. 지진하중 뿐만 아니라 압력과 온도 등의 충격이 일시적으로 온다고 보는 거니까. 그래서 0.2g를 견디면 0.3g도 견딘다는 의미도 된다. 문제는 현장이 제대로 돼 있느냐다. 수치만 올리는 건 탁상공론이다. 현장을 가서 직접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교체하거나 정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너무 찬반구도로 마구잡이로 부딪혔다. 그렇게 되면 안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나는 서로 찬반구도로 대립할 때 입을 닫았다. 안전이 반대를 위한 논리가 되면 본래 뜻이 희석되고, 원전 쪽은 그런 것 필요없다며 애초 관심도 없었다. 공론화 전 부산에서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말이 안통하더라. 철밥통이 깨질까봐 수단방법 안 가리고 얘기하는데, 대화가 될 리가 없다. 그때 앞으로는 그런 자리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요즘은 기고와 자문으로 (NGO를)지원하고 있다.”
▲ 월성 원전 주조정실

-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속도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원자력 진영은 지나치게 급격하다고 , 반대로 시민사회 진영은 너무 느리다고 한다.
“너무 급하게 가서 충격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가능한 한 속도를 내야한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경수로 원전 수출시장보다 100배 이상 크다. 우리 산업이 원전을 수출해야 하겠나, 재생에너지를 수출해야 하겠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제 1% 수준밖에 안됐는데 그렇다면 빨리 세계 트렌드를 따라잡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은 탈원전하면서 세계 태양광 풍력시장을 선점했고 지역 계통문제를 거의 완벽히 구성해 해외서 서로 모델을 배워가려고 하지않나. 그런 경제적 가치가 원전수출보다 훨씬 큰 거다. 우리가 원전 1기 수출하니마니 할 때 세계는 더 큰 시장을 쫓고 있다.”

- 일부 언론과 원자력계는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수출을 하려면 중소기업 중심으로 제대로 해야 한다. EPC구조도 안되는데 무얼 수출하겠다는 것인가. 그건 대기업 논리다. 엔지니어링이 기술로 관리를 잘 했다면 일부 공급사슬이 무너져도 문제가 안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시장이 다 죽어도 한국에 와서 고리 1~4호기, 영광 1~2호기를 수출했다. 엔지니어링이 기술적으로 관리되니 가능한거다. 국가가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원전기술인데, 수출을 해도 결국 대기업만 배불려주는 구조다. 탈원전과 원전수출은 논리적으로 역행한다. 그래서 에너지전환이 맞다는 거다. 탈원전은 정치적 구호이고 굉장히 이상적이다. 물론 세상은 탈원전을 이야기하는 분들에 의해 변화가 되더라. 그래서 탈원전이란 이상은 매우 소중한 가치다.”

- 에너지전환이든 탈원전이든 원전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해 보이는데
“나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쪽이 엔지니어링일거다. 한전기술은 당장 일감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안전성 검사와 평가쪽을 강화해야 하는데, 설계 인력을 이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원전을 잘 아니까. 가동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규제부문에 투입하면 된다. 또 발전플랜트 엔지니어링 파트는 재생에너지 분야 기획부터 부지개발, 대단지 엔지니어링을 중소기업과 함께 하도록 하면 된다. 대기업들은 국가가 엄청 돈을 들여 키워놨으니 이제 해외 나가서 수주하고, 중소기업과 함께 과실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원자력이 반복해 정치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UAE 논쟁을 봐도 그렇고.
“그건 아마 탈핵으로 첫단추를 꿰서 그럴거다. 아마 차기 대선까지도 그렇게 갈거다. 어차피 원자력은 이미 정치화 돼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참 불행한 일이다. 전문가그룹 안에서 규제와 진흥이 균형을 맞춰 가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모든 기준은 국민이 되어야 하며 청와대나 대통령, 대기업이 되어서도 안된다. 한수원 직원들도 나름대로 건전한 윤리감각을 갖고 있겠지만, 제대로 된 감시가 없으면 100% 부패한다. 그래서 건전한 감시가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거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부정부패한다면 그건 거슬러 올라가 정치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마무리 됐는데, 그렇다보니 아직도 문제가 안 풀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산업을 이해하고,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게 안되니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나온다. 원자력에 관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게 문제다.”

- 컨트롤 타워의 역할과 형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 막는 일이다. 학맥중심으로 똘똘 뭉친 폐쇄적 문화도 깨야한다. 그게 핵심이다. 원자력 연구는 완전 경쟁체제로 가야한다. 지금은 나눠먹기다. 이미 한 연구를 다시 하는 식이고,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한다. 스마트원전이니 파이로프로세싱이니 현실성 없는 연구로 국비를 소진하고 있다. 정해진 원자력진흥기금을 소진하기 바쁘다. 학회다 연구소다 하는데, 막상 보면 특정대학 선후배들뿐이다. 그들끼리 연구소로, KINS로, 정부부처로 가서 또 하나의 폐쇄망을 만든다. 그런 구조를 깨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원자력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걸 모르면 이전 정부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과가 어떻겠나. 과거 원자력계 사람이 다시 의기양양 돌아올 기세다. 그게 제일 우려된다. 가능하다면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에 가칭 원자력비서관 등을 두고 그런 부분을 챙겨야 한다.”

- 기부로 운영되는 재단도 아닌데, 단체는 어떻게 유지하나
“몇몇 검증에 참여한 대가로 여기까지 근근히 왔다.(웃음) 미국 같은 경우는 민간영역 감시단체를 기금으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우린 그런 펀드라든지 기부문화, 세제 혜택 등이 없다. 아마도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갖도록 민간 영역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것 아니겠나. 어쨌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물론 구조적 문제라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 없을거다. 계속 휘슬블로우 역할을 하다가 안되면 트럼펫블로우(Trumpet blower)역할까지 갈 수밖에.”

<대전=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중수로 원전 격납용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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