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한반도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장

▲ 고상모 지질자원연구원 단장.

[이투뉴스] 최근 북핵문제 등으로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임에도 우리 정부는 북과의 협력재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왜 반응도 없는 북한에게 이렇게 구애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한반도 경제통일과 북방경제시대 구축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위한 新경제지도를 구상하고 있다. 3대 경제·평화벨트(환황해 경제권, 환동해 경제권, 접경지역 평화벨트) 조성을 위해 교통-물류-관광-산업-에너지·자원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경제회랑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북한 역시 포함돼 있기에 광물자원 공동개발 계획과 전략적 방안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산업 구조가 광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일부 중국 지역과 유사 지질구조 갖는 북한…이를 토대로 부존 규모 및 특성 이해해야
그렇다면 알려진 대로 북한 광물자원은 남한에 비해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북한에는 129개 광종과 8000여개 광상(특정 광물이 농집돼 있는 장소)이 부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산출지 수치에 불과하기에 광상수와 매장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광물자원 매장량을 평가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광물자원에 대한 수급 통계 자료를 대외비로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사회 통계 자료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최신 자료를 구하기는 현재까지는 어렵다. 그나마 신뢰성 있는 자료라면 북한 과학원 산하 지리학연구소에서 발간한 조선지리전서(1988)가 있다. 이 저서에는 1982년 집계한 매장량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45개 광종, 367개 광상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서술돼 있다.

다만 30여년이 지난 자료이기 때문에 최근 상황과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생산량을 감해서 현재 남은 매장량을 산정해야 한다. 이 계산된 수치는 최소량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1982년 집계 된 이후 새로이 탐사해 확보된 매장량이 결여돼 있다는 것과 북한에서 칭하는 매장량 의미가 남한과 다르다는 것이다. 남한은 부존된 전량을 자원량이라고 하고 그 중에서 채굴가능한 양을 매장량이라고 구분하지만, 북한은 자원량·매장량 구분 없이 확인된 광체 모두를 매장량으로 칭하고 있다.

이 부존량 수치에 근거하면 남과 북 광물자원 규모는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북한에서 부존규모가 큰 주요 광종으로는 마그네사이트, 석회석, 석탄(무연탄), 인상흑연, 철, 금, 은, 연, 아연 등이며, 잠재성이 높은 광종은 동, 몰리브덴, 중석, 인광석 등으로 평가된다. 실제 2012년 호주 지구과학연구소에서 세계 138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광물자원 잠재성 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북한은 5등급 중 3등급(Moderate)을 차지했다. 아시아 32개국 중 1등급(Very large)은 중국과 인도, 2등급(Large)은 카자흐스탄이었으며 이 밖에 3등급 15개국, 4등급(Minor) 12개국, 5등급(No or Limited data) 2개국 등이었다.     

또 북한에는 광산들이 밀집 분포하는 광화대(여러 광상이 모여 있는 특정지역)가 8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주-운산 금·희토류 광화대, 무산 철 광화대, 혜산-검덕-대흥 동·연·아연·마그네사이트 광화대, 만년 중석 광화대, 가무리-재령 철 광화대, 평남북부탄전, 함북북부탄전, 안주탄전 등이다. 8개 광화대에서 부존량, 품위, 생산량, 지질환경 등을 고려해 평가한 결과 정주-운산 금·희토류 광화대, 무산 철 광화대, 혜산-검덕-대흥 동·연·아연·마그네사이트 광화대가 가장 잠재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 작은 한반도에 왜 이리 광물 부존량이 차이가 나는 것일까? 북한 일부 지역은 남한과 달리 중국 일부 지역과 유사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동·연·아연·마그네사이트가 풍부한 관모지구와 마천령지구가 중국 동북지구(요령성-길림성)로 연결된 자오-라오-지 벨트에 속해 두 지구에서는 유사한 광종이 매장돼 있다. 금·은이 풍부한 평안북도 운산 금광화대 지역 역시 중국 산둥반도와 비슷한 구조다. 기타 지역은 남한과 유사하다. 이러한 지질학적 환경은 왜 북한과 남한이 광물자원 부존 특성과 매장량이 다른지를 설명해 준다.  

▲ 북한 금속광물자원 분포도 2017.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 융합연구단 자료)

◆ 탐사·채광·선광·제련·소재화 전 부문 아우르는 통합시스템 구축 필요
북한은 부존량에 비해 연간 생산량 규모는 매우 낮다. R&D 투자 전무로 인한 기술 부족, 장비 노후화, 근대식 설비 부족 및 열악한 인프라 등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10년 이상 광물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제련이나 소재화를 위한 가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의 연, 아연, 철, 동, 은 수출액은 2016년 2억15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금속 가공품 수출액은 770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 광업 현황을 고려할때 우리는 광물자원 공동개발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현재 북한에서 가행되고 있는 또는 가행된 적이 있는 광상들에 대해 잠재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가행하고 있는 광상들에 대해 등급을 매겨 어떤 광물을, 어느 광산지역에, 어떤 자원산업 클러스터를, 어떤 순서로 구성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향후 남한 주도의 자원개발 여건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잠재성 평가 결과는 국가주도형 개발 광산(생산성이 높고 품위가 우수한 중대형 광산), 민영화 대상 광산(입찰), 관리 필요한 광산 등으로 구분해 활용될 수 있다.

둘째로 북한 광물자원의 개발 및 활용을 포함하는 통합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통합기술은 탐사부터 채광, 가공, 소재화까지 전 부문을 아우르는 것으로 부존자원 평가기술, 탐사 성공률 향상기술, 경제적 채광기술, 자원 활용기술, 자원 소재화기술 등을 말한다. 자원에서 소재까지의 '토탈 사이클' 기술을 접목시켜 광물자원 고부가화를 이뤄내야 하고, 이를 통해 북한 자원의 경제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 융합연구단은 북한 3개 광화대(무산 철광화대, 혜산-검덕-대흥 동·연·아연·마그네사이트 광화대, 정주-운산 금·희토류 광화대)를 대상으로 탐사·채광·선광·제련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희토류 자석 및 마그네슘 합금 개발까지 연계된 통합기술 역시 개발하고 있다.     

미래 광업시장은 디지털화, 자동화, 원격화가 하나로 묶인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다.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내는 통합 시스템은 광업을 더욱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통합 시스템을 통한 북한 자원개발이야말로 자원기술 강국이 되는 길이며, 동북아 자원벨트를 구축하는데 있어 중심국이 되는 길이다.

▲ 탐사·채광·선광·제련·소재화 통합시스템 모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 융합연구단 자료)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한반도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장 kohsm@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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