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도 개선과 전력부문 보상 강화가 만능열쇠 아냐
강력한 구조조정 통한 사업구조 재편돼야 경쟁력 회복


“한난·GS파워 외에도 인수·합병 통해 강소기업 나와야”

[이투뉴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지역난방부문)은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등 선발주자는 상당한 규모의 이익 실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은 만성적자에 신음하면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는 민간사업자 의견을 수용, 열요금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다. 대책 없이 지역난방요금만 올릴 경우 결국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 보듯 빤하다. 전력부문 보상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형발전소를 보유한 업체는 큰 도움이 되지만, 소규모 업체는 여기서도 소외당할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누구나 다 안다. 집단에너지사업자 간 원가경쟁력 차이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정부가 추진한 민간사업자 진입을 통한 집단에너지 분야 경쟁체제 도입을 한 결과다. 독점구조 해소는 좋았으나 너무나 풀어버렸다는 진단이다. 한 사업자는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사업구조는 코끼리와 개미가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라고 말한다.

물론 이같은 엇박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개선은 필수다. 잘못된 열요금 체계를 뜯어 고치고,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열병합발전에 대한 편익보상도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미 탄생해버린(?) 모든 사업자가 잘 사는 것은 모래성이다. 이뤄질 수도 없거니와 설혹 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들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지만, 철저한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집단에너지 경쟁력 회복과 활성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눈치다. 소규모 신규사업자 중 상당수가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여러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때마다 열요금 조정 등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경쟁 불가…부익부 빈익빈 심화
정부는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가 될 때까지 신규 사업 진출을 못하도록 참여제한 지침을 내렸다. 사실상 한난과 GS파워(한난에서 분할), 서울에너지공사(당시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등 독과점 구조의 집단에너지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새로 나오는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에 신규 업체가 속속 선정된 것은 물론 구역전기사업자(당시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까지 등장하면서 민간사업자 진입 러시가 이어졌다.

이같은 정부 정책으로 2010년 전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사업자들은 지금 하나 같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소위 말하는 빅2(한난, GS파워)와 안산도시개발 정도만 지속적인 흑자구조를 이어가고 있을 뿐 나머지는 하루하루가 버거운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장의 경우 거의 대다수 사업자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꾸려나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한난과 GS파워 등 상위사업자 외에 다른 사업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원가경쟁력 차이가 원인이다. 초창기 사업자인 한난과 GS파워, 서울에너지공사 정도만 공급세대수나 열공급시설(열병합발전소, 소각열 확보 등) 모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을 뿐 후발주자들은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국내 지역난방사업자별 연간 열판매량(열연계 판매량 및 냉방열 포함)을 보면 한난이 60%에 근접한 수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위인 GS파워가 14% 수준으로, 이들 두개 업체가 7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영세사업자가 20곳이 넘는 등 빅3(한난·GS파워·서울에너지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격차가 큰 공급세대수와 함께 원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열병합발전소 규모와 저가열원 확보에서도 차이가 크다. 선발업체는 400MW가 넘는 중대형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경쟁력 있는 발전배열을 생산하는데 반해 소규모 사업자는 100MW 미만으로 연료비부터 밑지고 있다. 소각열과 산업폐열 등 저가열원 역시 기존 사업자가 선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구역전기사업자는 전기는 한전, 열은 한난이라는 두 마리 공룡 사이에 끼여 굶어죽기 일보직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집단에너지사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시장개방에 따른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 사업구조를 무시하고,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 아래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정부가 허용하면서 사업이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단에너지사업이 아닌 LNG발전사업 우회참여나 건설공사 수주, 지역난방 경쟁차단 등 다른 목적을 가진 사업자 진입을 막지 못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결국 집단에너지 경쟁체제 도입 정책은 명백한 실패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계속 독점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정하게 신규사업자를 허가한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양산한 것이  문제다. 또 구체적인 사업검토 없이 집단에너지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인식, 무차별적으로 뛰어든 사업자 책임 역시 없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사업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지원만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지원이 대폭 강화되더라도 사업자의 각성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권 반납 등으로 갈수록 시장 요동
영종하늘도시에 이어 미단시티(옛 운복복합레저단지)까지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나서면서 집단에너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또 사업의 근간인 공급대상지역 지정제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유독 인천지역 집단에너지시장이 이상기류가 많다.

미단시티는 2006년 4월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2007년 삼부토건+롯데건설+코캣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경기침체 및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내·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집단에너지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영종EP는 산업부에 사업포기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개발이 계속 미뤄지면서 포화공급시기 역시 종잡을 수 없는 등 이대로는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가 미단시티 집단에너지사업을 살리기 위해 대체사업자 선정에 나섰지만, 다른 사업자가 이를 이어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분석이다. 주거시설보다 상업 및 업무시설이 많아 판매량 확보가 쉽지 않는 등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 사업자들 역시 사업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자 선정까지 완료됐으나 집단에너지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영종하늘도시(인천공항에너지), 고덕국제도시(삼천리 컨소시엄)에 이어 미단시티가 세 번째다. 두 곳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있으며, 사업개발 지연 및 부동산 경기침체로 여타지역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한진중공업이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검단신도시 역시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사업자들이 이탈한데다 마땅한 열원을 확보하지 못해 갈수록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 고덕국제도시(경기 평택)는 삼천리가 포기하자 지역난방공사가 사업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집단에너지 공급지정은 물론 사업자 선정까지 이뤄진 지역에서 사업권 반납이 이어지자, 애당초 공급지역 지정 및 사업자 선정과정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집단에너지사업 특성을 무시하고 개발대상지역을 너무 조각으로 나눠 공급지역 지정과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규모도 크고, 투자비 회수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보다 발전소 및 열배관 건설사업 참여에 눈독을 들인 업체 등에 사업허가를 남발한 것도 개선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규모가 작은 개발지구의 경우 인근 집단에너지사업자 공급기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만큼 인접사업자에게 가점을 부여해야 하지만, 너무 작아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자만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치열한 경쟁까지 거침면서 집단에너지사업허가를 따냈다가 경제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을 때 매기는 패널티도 너무 미흡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온다. 현재 사업권을 반납하더라도 신규 사업 참여에 일부 제한만 둘 뿐 별다른 제약이 없다. 결국 제도미비로 시장이 좋을 때는 어떻게든 진입을 시도하다가, 시장이 나빠지자 다시 빠져나가는 사업자의 모럴헤저드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열요금 제도개선, 어디까지 왔나
지난해 사업자들을 뜨거운 아스팔트로 내몰았던 지역난방 열요금 제도개선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결국 해를 넘겼다. 당초 산업부와 지역난방업계는 어려운 민간사업자 경영상황을 고려 ‘지역난방 열요금 산정기준 및 상한 지정’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으고 준비작업을 거쳐 올 1월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원래는 지난해 동절기가 시작되는 11월 시행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국정감사 및 산업부 인사 등이 맞물리면서 뒤로 미뤄졌다.

고시개정안은 우선 열요금 상한을 기존 ‘시장기준요금(50%이상 대다수 세대에 적용되는 열요금, 사실상 한국지역난방공사요금)의 110%’에서 ‘사업자 가중평균 총괄원가’로 바꿔 열원가가 높은 소규모 민간사업자 요구를 수용했다. 기존 한난요금 110%보다 요금상한이 최소 10%이상 추가로 올라가는 구조다.

연료비 정산을 위한 회계분리(열/전기 원가배부) 역시 기존의 ‘10년간 평균 매출액 비율(산업부장관이 인정하면 별도기준 적용 가능)’에서 ‘10년 가중평균 매출액 비율’로 변경하기로 했다. 전력시장가격(SMP) 변동에 따라 열부문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것은 물론 열요금의 과도한 변동을 막기 위해선 최근 실적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려됐다.

이런 내용으로 고시개정 초안이 마련됐으나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순탄치 않으면서 다시 한 번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벌써 한 번 지연된 열요금 제도개선은 올 하반기에야 시행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차 열요금 제도개선이 처음 논의된 시점이 2016년 하반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이 다 돼 가는 셈이다.

지난해 마무리할 예정이던 지역난방 열요금 제도개선이 기재부와의 협의과정에서 발이 묶인 채 꼼짝 못하는 것은 산업부가 제시한 개정안에 대해 기재부가 보완요구 등 사실상의 반대의견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현재 열요금 소비자 보호조항이나 권익향상 없이 열요금만 인상하는 형태의 고시개정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이후 산업부와 업계는 부랴부랴 지역난방 복지요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기재부와 추가 협의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복지요금 확대는 아직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민간사업자도 한난처럼 어려운 사용자(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에게 기본요금 면제 등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가 열요금 인상 및 경영개선 등에 대한 확신 없이 복지요금을 도입해선 또 하나의 지출요인만 늘어난다며 반대하는 등 지역난방 복지요금 확대에 대한 업계 입장이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역시 열요금 제도개선 진행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대안제시 없이 기다려달라는 발언만 이어져 뚜렷한 결론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뒷걸음치는 전력부문 보상체계 개선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는 국가 전체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한다. kWh당 40원이 넘는 분산전원 편익은 물론 에너지효율개선,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 등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집단에너지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 없이 오히려 역차별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집단에너지업계는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정부 광화문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이후 장마와 뙤약볕에도 불구 세종청사로 찾아가 매주 항의집회를 이어갔다. 사업자들은 거리에 나가 열요금 제도개선과 함께 ‘집단에너지사업 성장·발전을 위한 지원정책과 제도개선 마련’을 요구했다.

열요금 제도개선처럼 열병합발전 및 구역전기사업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 역시 들어줄 것처럼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열병합발전 별도계약제를 비롯해 ‘(SMP, 증분비)MIN’ 조항을 ‘(SMP 증분비)MAX’로 개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시행은 감감무소식이다. 기나긴 흑자에도 불구 지난해 정관에너지 사고로 비용증가 요인만 늘고 있는 구역전기업계에 CP(고정비)를 주는 방안도 말잔치에 그쳤다.

집단에너지 전력부문 보상시스템 개선이 더딘 것은 전력당국과의 이해관계 충돌 때문이다. 집단에너지를 전력산업의 곁가지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열병합발전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을 특혜로 인식하는 시각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집단에너지 편익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점과 에너지전환에서의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학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CHP의 환경편익, 송전편익 등은 외부경제 측면에서 적절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최적화를 달성할 필요가 있는 데 정부와 전력, 집단에너지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내 집단에너지사업 수익성 악화는 보상현실화가 선행된 이후에야 사업자 자구노력과 시장구조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산전원 활성화 명시…기회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홀대받던 분산전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 중심의 전원구조를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분산전원 활성화만 막연하게 외친 것이 아니라 집단에너지를 명시하고, 지원책을 천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정과제에 ‘집단에너지 인허가, 연료구매, 요금설정 등 전 과정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포함시켰다.

집단에너지업계는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 가장 최적수단으로 평가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단순하게 보급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확대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다. 종전처럼 선언적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보급목표와 연도별 추진계획 등을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물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린 만큼 분산전원 보급목표를 뭉뚱그려 제시하지 말고 원별 세부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용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선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전선로 건설회피를 비롯해 송전손실 및 계통 편익, 환경 및 온실가스 저감 편익 등이 보상시스템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기사업법에 경제성 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급전을 하도록 원칙이 바뀐 만큼 하루 빨리 전력시장운영규칙 등 하위기준 역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전원으로서의 집단에너지 가치와 역할을 강조하는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가 나서 집단에너지가 대표적인 분산전원이라는 정의를 법에 명시한 것이다. 정유섭 의원이 최초 발의한 이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친환경 분산전원인 집단에너지"가 법에 명시됐다. 따라서 향후 집단에너지 역할 강화와 함께 열병합발전의 보상 현실화 등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인지 내년이 기대된다.

다만 분산전원 활성화 및 집단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부방안에 있어서는 일부 견해차이도 보인다.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측면에서 일부에선 급한 대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적극 활용하자고 강조하는 반면 일각에서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지원방안 및 자구책 스스로 마련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 M&A 민간주도 바람직, 한난도 역할 해야
상당수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현재 추진되는 열요금 제도개선 및 전력부문 보상체계 개선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가 업계 요구대로 순탄하게 이뤄지기 쉽지 않을뿐더러 설혹 일부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만능열쇠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물론 집단에너지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우선 열요금 조정이 단기적으로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업계가 지나치게 열요금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열요금 인상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집단에너지 전체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모든 사업자에 대해 열요금 상한을 올려주는 형태가 아닌 지역난방 경쟁력 및 소비자 보호조항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지역난방요금을 한시적(일정기간 경과 후 일몰)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함께 조건부 인상(50% 이상 경영개선 충족 시 원상회복 등) 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선택·차별적 인상(자기자본비율 개선, 흡수·합병 업체, 사업초기에 한정 등) 등을 통해 사업자들의 자구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사업자 자구책에 대해선 자본금 증자 및 리파이낸싱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저가열원 및 신규수요 개발, 인근 사업자와의 협력강화 등 원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제시했다.

제도개선 측면과 더불어 많은 전문가들은 소규모 사업자가 난립한 현재의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 분야의 사업구조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규모가 있는 모기업들이 아직 일말의 희망과 함께 정부 눈치를 보느라 미적거릴 뿐이지, 정부 입장만 명확해지면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일제히 손을 뗄 것이란 진단도 내놓는다. 특히 거대 규모의 공기업과 초미니 민간사업자가 양립하는 현재의 사업구조에서는 사업 전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사업구조 재편을 촉구했다.

사업구조 개편은 결국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40개에 근접하는 사업자가 모두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한난과 GS파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소기업이 등장해야만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선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투-트랙 방안이 합리적이란 평가다. 즉 민간에게 M&A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시장개편을 유도함과 동시에 정부 역시 뒷짐 진 채 물러나 있는 게 아니라 제도 설계와 지원을 통해 구조조정 촉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 간 M&A 성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시너지 효과가 작을 경우에는 한난의 공적역할 확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더욱 극단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주장하기도 한다. 워낙 규모가 작고 주변 사업장과의 연계가 힘든 아일랜드 사업자의 경우 상징적으로 집단에너지 공급을 포기, 도시가스 개별난방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기존 지역난방 공급지역 인근의 경우 공급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계를 통한 추가 공급을 적극 지원하되,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지역의 경우 처음부터 도시가스에게 시장을 넘겨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및 연계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시도별 기준으로 2개 이상의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줘서는 안되는 것이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공급 현실”이라며 “40개 가까운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사업자를 10개 이내로 줄여 사이즈를 키우지 않고서는 경쟁력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민간기업에게 M&A 우선권을 주는 대신, 임자가 나서지 않는 곳은 한난이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며 “정부 역시 방관하는 자세가 아닌 조선·해운 분야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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