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환경부 간 오락가락으로 3년 운영경험 사장 위기
할당량 늘리기에만 올인, 제대로 된 감축활동·투자 실종


탄소배출권 늑장 할당 등 정책방향 여전히 어수선

[이투뉴스] 최근 기획재정부는 기후경제과를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주관 부처가 기재부에서 다시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를 폐지하는 조직개편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6월 배출권거래제 업무가 옮겨오며 소속을 바꿨던 공무원들 역시 친정인 환경부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국내 탄소시장 운영의 핵심 실무를 담당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총리실(국무조정실) 소속에서 다시 환경부로 환원된다.

배출권거래제가 처음 도입된 2015년에는 환경부가 총괄 기능을 수행했다. 가장 중요한 배출권 할당량을 정하는 할당위원회 간사 역시 환경부 차관 몫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어려운 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감축을 요구한다는 산업계 항의가 빗발치자 박근혜 정부는 돌연 총리실과 기재부로 배출권거래제 업무를 옮겼다. 표면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상 경제계 요구에 떠밀린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환경부에 힘이 실리면서 배출권거래제도 되찾게 됐다.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다시 환경부로 업무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배출권거래제는 엉망이 됐다. 지난해 6월 발표했어야 하는 제2기(2018∼2010년) 배출권 할당은 12월에 돼서야 2018년분만 우선 공개됐다. 정부가 만든 법을 정부 스스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假)할당 성격으로 올해 다시 산정해 6월까지 최종 확정해야 한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의 폐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부랴부랴 내년 할당량을 정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기 전체에 대한 감축률 설정 등 배출권거래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할당량 설정이 배출권거래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기업 역시 제대로 된 감축기술 및 설비 도입보다는 무상할당량을 늘리는 데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 부랴부랴 내놓은 할당량마저 주먹구구
정부는 지난해 새해를 불과 열흘 앞두고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5억3846만톤으로 정했다. 당초 3년치를 확정해야 하지만 에너지 전환정책 등 달라진 주변 환경을 이유로 1년치만 겨우 내놨다. 2기 전체의 할당량 및 감축률 등은 올 6월까지 확정하겠다며 또다시 미뤘다. 오일영 기획재정부 기후경제과장은 “발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해 국내 에너지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총량과 업종별 할당량을 확정할 수 있다”고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 2018년도분 업종별 온실가스 할당량

정부가 내놓은 내년 배출권 할당량은 지난 2014년 수립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로드맵의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의 연평균 배출권 할당량을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 3년간 온실가스 배출 실적을 토대로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이 제출한 2018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6억3217만톤)의 85.2% 수준으로 감축률은 14.8%다.

내년 할당량이 비록 임시할당이지만 배출권거래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2기 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한 뒤에도 할당량은 그대로 보장키로 했다. 내년도 최종 할당량이 비록 적게 산정되더라도 이번에 정한 양을 유지하는 대신, 2019∼2020년 할당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내년 할당량이 증가하면 늘어난 할당량을 적용한다.

더불어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유상할당제도나 벤치마크 할당방식 확대도 2019년까지 미루기로 했다. 다만 내년부터 2020년까지 유상할당 대상업종을 정해 배출허용총량의 3%를 유상할당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이 경우 유상할당량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4.5%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동일 업종의 시설 효율성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해 효율이 높은 기업에 유리한 방식인 벤치마크(BM) 할당방식 도입은 2019년 이후로 미뤄진다. 현재의 배출권거래제도는 과거 배출실적을 토대로 할당량을 정하는 그랜드파더링(GF) 방식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초기 2기부터 BM 할당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기업들이 배출권을 내놓지 않아 거래시장이 잘 돌아가지 않자 이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시장안정화 및 활성화 차원에서 당초 거론됐던 ‘여유 배출권의 매도 유도 방안’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제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톤’을 초과해 배출권을 가지고(이월) 있으면 초과보유분만큼 할당량을 줄이는 내용이다.

◆ 환경부 주도권 확보에 우려와 기대 교차
정부는 임시 할당계획에서 정한 사항을 토대로 관계부처(농림·산업·환경·국토부)가 소관 분야 내 개별 기업의 올해분 배출권을 할당할 방침이다. 여기에 2단계 할당 등 배출권 정책방향 설정 역시 산업계 의견 수렴과 논의를 올 초부터 시작해 6월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2기 배출권 할당량 산정과 감축로드맵 작성 등 후속 대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환경부가 주도할 것이 확실시된다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별도 업종으로 분리되고 추가 할당까지 이뤄진 집단에너지(지역난방 및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의 경우 이번 가할당에선 아무런 혜택이 없었던 것도 눈에 띈다. 정부는 일단은 모든 업종에 동일한 감축률이 적용된 만큼 2기 전체의 할당량 설정 과정에서 반영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계속해서 담당 공무원이 바뀌고 있는데다 일각에서 집단에너지에 대한 추가 할당은 특혜라는 인식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유럽을 비롯해 선진국 대다수가 에너지효율이 높은 집단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시설로 인정, 인센티브를 주는 만큼 우리도 충분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와 업계가 함께 연구용역까지 마쳐 열병합발전의 경우 원천적인 온실가스 감축시설이라는 점에 합의했음에도 올해분 가할당에서는 반영이 안됐다”면서 “담당자가 다시 바뀔 경우 처음부터 다시 설명 및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렁이는 배출권 가격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2만8000원까지 치솟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가 개입(배출권 이월제한 및 매각 유도방안)하자 이전 가격인 2만1000원대로 복귀했으나, 거래량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언제든지 시장이 요동칠 개연성이 다분하다.

배출권거래제가 2기에 접어들었지만, 평가에 대해선 여전히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선언 등 세계가 자국 이익을 위해 눈치보는 상황에 왜 우리 정부만 앞서가느냐며 힐난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다시 주도권을 잡은 만큼 반면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배출권거래제가 기재부로 넘어가 있는 동안 후퇴를 거듭했다며, 하루빨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주무부처가 바뀌는 곡절이 있었다지만 1기를 운영하면서 쌓았던 노하우까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올해분 할당량만 보더라도 업종별 특성이나 실적을 깡그리 무시한 채 동일한 평균감축률을 적용했다. 최초 설계단계에서의 실수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3년간 거래제를 운영했던 것치고는 초보티를 여전히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BM 도입 논의부터 시작해 유상할당 비율 및 착수 시기 등 거의 모든 쟁점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초기와 달라진게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방향이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하다보니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배출권 할당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업종 및 기업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오로지 더 많은 할당을 받기 위한 로비와 노력이 배출권거래제의 전부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장기로드맵에 따른 명확한 정책방향이 제시돼야만 기업들 역시 제대로 된 감축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신뢰성을 갖추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배출권거래제를 보면 할당량을 많이 받기 위한 각축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정확한 감축목표 설정을 비롯해 BM 방식으로의 빠른 전환, 적극적인 감축활동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등 올바른 정책방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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