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과격 혁명가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광범위한 국유화 등 사회변혁을 추진하면서도 고도의 전략을 갖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영국<로이터>통신이 14일 논평했다.

 

올해 집권 9년차인 차베스 대통령은 공수부대 중령이던 30대 후반 쿠데타를 주도한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자 ‘자본주의와 미 제국주의’를 적으로 공개 규정한 인물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21세기 사회주의’ 국유화 개혁을 위해 전력과 통신 등 국내 주요 산업을 소유한 미국 대기업의 주식지분을 전량 사들이겠다고 14억달러를 제시하는 배포를 내보였다. 이번 협상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식 전격적 기업몰수를 우려했던 국제투자자를 ‘벼랑끝’으로 몰아치면서도 실용주의를 결합한 차베스식 전술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실제로 차베스 정부의 핵심 국유화 대상인 베네수엘라 최대 전화사 <CANTV>를 소유한 미국 통신 대기업 버라이존의 주가는 예상치 않게 이번 주 상승세를 탔다. 이에 대해 미국 포모나 대학의 중남미 전문가 미겔 팅커 살라스 교수는 “차베스를 이해하는 데 전진 공격과 배후 습격을 동시에 수행하지 않는 전략적 군인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의 좌파 정책을 밀어붙이며 중남미 영웅 체 게바라와 같은 이미지를 주조해오면서도 동시에 국제자본시장과 상대적인 평화를 유지해 다른 과격 혁명가들의 오류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의 분신으로 평가되는 급진좌파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달리 대외채무를 삭감하겠다고 위협하지도 않았다.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베네수엘라 진출 에너지 대기업 엑손 모빌과의 즉각적인 충돌을 피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도 차별화된 국유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 원주민 출신의 볼리비아 대통령인 모랄레스의 경우 국유화 강행을 위해 유전지대에 군병력을 파견하기까지 했다.

 

반면 차베스 대통령은 정면 충돌과는 거리를 두면서 이른바 ‘대통령령 입법권’과 중앙은행 통제를 통해 권력을 공고화했고 베네수엘라 선거 지도를 바꾸기 위한 선거구 재획정에 나서는 등 정치적 노련함을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메트로폴리타나 대학 정치학과 움베르토 은하임 교수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으로 1960년대 쿠바와는 다르다는 점을 차베스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4월 ‘반(反)차베스 쿠데타’를 물리쳤고 같은 해 말 두 달에 걸친 석유산업 파업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지금은 단원제 의회가 친차베스 계열 의원들로 채워져 있고 세계 제5대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 ‘850억달러 돈주머니’를 틀어쥐고 있다.

야권은 차베스 1인으로의 권력집중을 비난한다. 하지만 총선에도 불참할 정도로 지지기반이 약한 야권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63%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차베스를 견제할 힘이 없다. 팅커 살라스 교수는 차베스에 대해 “절대 과소평가하거나 허세 부리는 독재자의 전형으로 상정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최대 석유수출 대상국인 미국에 대해 “석유 구매를 원치 않는 국가에겐 석유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등으로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을 늘림으로써 외국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행보에 적극 대처해온 차베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차베스는 이날 개인 소유 슈퍼마켓과 식료품 보관시설을 국유화할 수 있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는 생필품에 대한 정부의 가격통제를 무시하며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요 식료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유통 회사에 대한 경고이자 베네수엘라 민생경제를 안정시켰다는 차베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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