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평가위원회 정산조정계수 놓고 정부-한전 신경전
조정계수 산정기준 개정 및 원가 향배 놓고도 온도차

▲ 한전과 발전자회사간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및 산정기준 적용을 놓고 당국과 한전 및 발전사간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 가동률 하락, 연료비 원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누가, 얼마나 우선 감당할 지가 쟁점이다. 사진은 신고리 원전 전경이다.

[이투뉴스] 지난해보다 부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전기료 원가 인상분을 누가 떠안을 것인가를 놓고 전력당국과 한전, 발전자회사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원가 상승요인이 새 정부 에너지전환에 따른 결과로 외부에 비쳐질까 조심스러워 하는 반면 당장 곳간이 빌 처지가 된 한전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고난이 재현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력당국과 한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그룹사 및 학계 위원으로 구성된 비용평가위원회는 최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올해 적용 정산조정계수안과 산정기준 적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전은 조정계수와 적용기준 등 당국안에 이견을 제시하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상세검토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일단 원안 의결됐다는 후문이다.

정산조정계수는 6개 한전 발전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동서발전·남부발전)의 생산전력을 모회사인 한전이 어느 수준에서 매입할지 정해놓는 값(1.0=100%)으로, 한전과 자회사간 재무균형 유지에 활용된다. 현재 국내 전력공급량의 약 80%는 이들 발전공기업이 맡고 있고, 나머지를 책임진 민간발전사는 계수 적용대상이 아니다.

당국이 제시한 올해 사별 조정계수는 원자력(한수원) 0.5557, 남동발전 0.5247, 중부발전 0.6094, 서부발전 0.5485, 남부발전 0.6150, 동서발전 0.5256 등이다. 정산계수는 한전수익이 과도할 땐 1.0쪽으로 후하게, 반대일 경우엔 0.5쪽으로 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통상 한전 실적은 전기료 수준 및 기저발전 비중과 비례하고 국제유가‧SMP(전력시장가격)와는 반비례해 왔다.

쟁점은 전력그룹사 간 수익률의 향배다. 한전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보는 입장인 반면 정부 측은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전이 올해 상황을 어둡게 내다보는 주요 근거는 작년부터 본격화 된 원전 평균이용률 하락과 유가 및 유연탄 도입가격 급승, 석탄화력 개별소비세 인상(4월 예정), 노후석탄 일시 가동 중단(봄철) 등 내‧외부 요인이다.

원전의 경우 고장‧정비 증가 등으로 최대 10기가 동시 정지해 지난해 평균가동률이 70%를 밑돌았는데 올해 역시 유사한 흐름이 예상되고 있고, 석탄화력도 작년에만 유연탄 가격이 갑절로 뛴 상황에 노후석탄 일시중단과 개소세 추가로 전력구입비 증가가 명약관화하다는 관측이다. 현재 전기료에서 한전 전력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작년부터 한전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일부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 개정을 요구해 왔다. 기존 조정계수 산정기준은 ▶한전과 자회사 간 적정 투자보수율 차이 유지(한전보다 발전자회사가 클 것) ▶전원간 투자우선순위 유지 (기저발전 우선) ▶발전사 향후 투자재원 조달(기회비용을 반영) ▶발전자회사 당기순손실(적자) 방지 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전원 간 투자 우선순위나 투자재원 반영 등 일부 항목은 현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나 달라진 전력산업 실정과 맞지 않아 기준개정이 시급하다는 게 한전의 일관된 주장이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조정으로 향후 발전자회사 설비 신·증설 계획이 거의 없고, 특정 발전사의 발전기 이용률이 떨어지면 그 부담이 결국 다른 발전사나 한전으로 전가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발전자회사 수익이 악화돼 최소 당기순손실을 보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이 수년만에 다시 적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부분을 한전이 보전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전력구입비가 증가하고 구입비 증가는 전기료 원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들을 계속 설명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당국은 한전이 예상하는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기준 개정 적용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정부도 올해부터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일단 발전사 몫을 좀 줄여 갈 것인지, 당장 새 룰을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한 것이지 한전 의견을 일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국이 예상한 올해 원전·석탄 가동률은 각각 평균 67%, 74% 내외이며, 연료비 상승과 세제개편 등에 따른 연간 연료비 원가 상승률은 원전 6%, 석탄 13%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수준은 1조5000억~2조원으로 추정되는 작년 한해 한전 영업이익을 모두 상쇄하는 수준이다. 다만 2015~2016년 전력그룹사 전체가 큰 호황을 누린 것도 사실이라 올해 예상치만으로 섣불리 인위적인 수익조정에 나서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전기료가 오를 일 없다고 호언한 정부라 어떤 이유든 요금 원가가 인상되는 일은 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고 예민할 것”이라며 “에너지전환도 하면서 요금도 계속 싸게 가져가는 그런 신의 한수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이제라도 정부가 좀 더 솔직해지고, 외부변화에 경직된 이런 전력시장 구조를 계속가져가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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