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창의·혁신으로 리스타트 할겁니다”

공정인사 원칙…지역주의·초고속승진·성차별·비리자 NO

열린대화 통해 권위주의 타파, 현장중시 조직문화 구축

[이투뉴스] “취임사에서 약속한 사안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22일과 23일 양일 간 전 임원과 부서장이 모여 토론을 벌입니다. ‘청산유수 대토론회’라고 이름지었는데, 말 그대로 청산유수처럼 흐르는 물과 같이 거침없이 토론하자는 의미와 함께 적폐청산이라는 용어처럼 버려야 할 그릇된 문화를 청산하자는 의미가 더해있습니다”

지난 8일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이끌어갈 새 선장으로 선임된 김형근 사장은 하루에 3개 부서의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강행군 속에 취임일성으로 전 임직원의 열린대화를 통한 ‘청산’을 내걸었다. 전임 박기동 사장이 지난 9월 해임된 배경과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아는 만큼 전사적 소통을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의 근원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하나 된 우리, 리스타트(Restart)’라는 타이틀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서 가스안전관리 강화 방안, 반부패 경쟁력 최우수기관 도약, 불평등·불공정 해소 등 사회적 가치 선도, 지역사회공헌 활동 강화에 대한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충실히 실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공사에 대한 첫 인상은 ‘경직’ 입니다. 안전을 관리하고 있는 기관인 만큼 그 특수성이 조직문화에 스며들어 있겠지만, 생각보다 경직 강도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임직원들이 변화에 대응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임원과 직원, 노와 사, 본사와 지역 간 소통을 강화해 기존 조직문화의 경직됨을 풀어나가야겠다고 진단한 그는 자유롭게 열린 대화를 통해 부드러움을 스며들게 하고,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한지 일주일 만에 인재경영처장, 인사부장, 비서실장 등을 우선 인사한 배경에 대해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기존 인사 관련 실무진이 이를 맡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원포인트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신임사장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며, 이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직 직원들의 능력과 평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7월경 적재적소의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충북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서관에 이르기까지 과정 속에서 나름의 인사 원칙이 확고할 듯 했다.

“자리가 비어서 이를 채우는 승진인사는 불가피하지만 전보발령은 소규모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충북도정을 보니까 전보인사가 너무 잦더군요. 평균 재임기간이 1년 좀 넘는데 업무파악조차 제대로 안되는데다 민원인도 아우성입니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한자리에 2년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강조한 그는 ‘능력 우선, 안배 차선’의 인사 원칙을 강조했다. 지역 안배도 고려하고, 기술직과 행정직 간 안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능력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안배의 관점을 더해 인사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공정 인사를 강조하면서 ‘지역주의 NO, 초고속승진 NO, 성차별 NO, 비리자 NO’를 공정 인사의 4개 원칙으로 제시하고, 사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스안전공사를 뒤흔들었던 인사비리 사태의 최근 법정 판결과 관련해 추후 조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비리와 연루된 직원들 징계는 일단 항소 여부를 봐야겠습니다.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만 최종 선고를 지켜보고 즉각적으로 징계조치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미 인사위원회 소집을 준비시켜놨고요. 형이 확정되면 신속히 징계하고,이를 인사에 반영할 것입니다”

일단 판결이 금고형 이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장 큰 징계조치가 해임이라면서도 취임 때부터 인사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듯이 인사위원회에서 그에 부합한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해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김형근 사장은 취임식도 뒤로 하고, 선임되자마자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먼저 찾았다.

“제천 화재는 저희 공사가 있는 충북에서 발생한 사고 중 많은 희생자를 낸 대형 참사입니다.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장으로 임명된 만큼, 그 현장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화재 건물 인근에 LPG저장탱크가 설치돼 있는 만큼, 안전조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이후 관리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현장을 중시하는 자신의 철학이 앞으로 공사를 경영하는데 가장 밑바탕이 될 것이라면서 재난·안전 분야에서 책상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기풍을 진작하고, 이를 포상과 인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기관인 가스안전공사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 예산은 운영 측면에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정부예산은 줄어들고 자체 수입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자체 수입이 늘면 정부예산이 줄어드는 시스템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공사 임직원 모두가 자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신성장동력도 찾고 가스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이런 자구적 노력을 통해 늘어나는 수입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걸맞도록 정부예산도 늘려주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총액을 정해놓고 제로섬처럼 하는 예산배정은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떨어트리는 시스템이라면서 예산 액수의 문제 이전에 정부예산의 틀과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근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가스안전이라는 소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4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공기관에 투명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열린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하는 조직, 안심하는 국민, 하나 되는 우리, 함께하는 미래를 핵심과제로 삼고 ‘공공성 강화에 기반한 안전관리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고의 가스안전책임기관’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김형근 사장은 이를 위해 고위험 가스시설 안전관리를 집중 강화해 가스안전 관리체계를 공고히 하고, 국민 신뢰 회복을 통해 반부패 경쟁력 최우수 기관으로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사람 중심의 상생경영을 기본으로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여성 유리천장을 깨는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스의 위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가스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첨병 역할을 하는 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그 영광만큼 어깨가 무거운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고, 또 가스분야의 일환으로서 가스산업 발전에 어떻게 일조해야 할지 깊게 고민하겠습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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