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공항 폭설 내린 밤
[기자수첩] 제주공항 폭설 내린 밤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8.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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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제주공항으로 가는 항공기가 결국 뜨지 못했다. 김포공항 근처 숙박업소에서 하루를 묵게 됐다. 뉴스는 폭설로 활주로를 잃어버린 제주공항에 수많은 사람들이 체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제주지역 사찰에서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던 계획이 초장에 빗나가니 입 안이 썼다. 애꿎은 공항과 항공사 직원들을 탓하는 마음이 불쑥 솓아나기도 했다.  

사찰을 찾는 이유는 단순했다. 살면서 개인적으로 바라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안정을 찾길 원했다. 개인적으로 성취를 기원할 목적도 있었다. 이러한 시간을 제주지역 사찰에서 보낼 기회가 주어졌다. 결항이라니.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다행히 아침에 항공기가 무사히 제주에 도착했다. 가시거리가 채 수 미터도 안 될 정도로 눈발이 강했다. 거센 바람에 섞인 눈이 제주 하늘에 빗금을 쳤다. 제주에 사는 지인들도 이렇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눈을 본 건 드물다고 평했다.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상황을 조금 확대해 생각해 본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체감기온 영하 70도 가까운 한파가 미국과 캐나다 동부를 연일 강타했다. 끔찍한 폭풍으로 십수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보스턴 일대에는 100년 만에 높은 파도로 일부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캐나다 퀘벡지역에서도 홍수 피해가 났다.

반면 남반구 호주에서는 80년 만에 거의 5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벌어졌다. 호주 시드니 서부 펜리스는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47.3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40도가 넘는 기온으로 시드니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해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도 취소됐다. 지난해 여름 호주는 여름 기온이 200번이나 최고치가 갈렸다. 강한 열풍과 산불, 전염병이 동반돼 사람들을 위협했다.  

위기는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매년 홍수·돌풍 등 재해를 겪는 미국조차 전 세계적 기후변화대응을 약속한 파리협정을 쉬이 탈퇴하는 등 각국이 중지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 일상을 파괴하는 급변 앞에서 분명히 닥쳐오는 위험을 우리는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본래 제주 사찰에 도착한 후 한라산을 입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폭설과 강한 바람으로 입산이 금지됐다. 산을 오르며 마음의 안정과 기원을 바랄 생각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셨을까. 다음날 대중에게 한 스님의 법문이 마음에 새겨졌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각자 사정에 따라 무언가를 기원하는 마음이 있었겠지. 하지만 결항과 입산금지 등을 보며 드는 사유는 정말 우리가 무엇을 기원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전 지구적 입장에서 말이지”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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