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째 이어지는 저지투쟁에 공권력 불가피론 솔솔
기존 노조와 노선 다른 새 노조 설립이 또 하나의 변수

[이투뉴스] 보름째 신임사장이 출근을 못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노사 양측의 대화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면서 경찰력 동원 등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기존 노동조합과 다른 노선을 강구하는 새로운 노조가 설립 신고를 마쳐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8일 가스공사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전 에너지자원실장은 노조로부터 강제적으로 보름째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다. 일단 본사에서 100미터 떨어진 중앙연수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보고 있으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측은 정 사장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천연가스 직수입 활성화 정책에 앞장서 왔던 인물이라며 선임과정에서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한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가스산업 공공성 강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다며 저지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국회까지 논평을 통해 정승일 신임사장의 정책 의지를 요구하고 나서 불씨를 지피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종훈 의원은 정 사장이 가스산업에 대한 정책전환 의지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며, 노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고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으로, 서로가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조율점을 찾아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겨울철 수급안정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2급 이상 간부 전원이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에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불편한 속내도 내비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노조의 집단시위는 ‘경영진 길들이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언제까지나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하소연이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될 뿐으로, 뾰족한 출구전략이 없는 만큼 진척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대로라면 2008년 9월 주강수 제11대 사장이 선임됐을 때 노조의 강제 출근저지가 이어져 결국 경찰력이 동원돼 노조원 60여명이 연행되는 사태가 또 다시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기존 노조와 다른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마쳐 변수로 떠올랐다. 기존 노조와 노선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조로 설립은 신고한 신 가스노조(위원장 박조현)은 사측에 지난 17일자로 노조 설립신고를 전했다. 노동조합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복수노조 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한 신 노조는 무분별한 정치집회 참여를 반대하고, 조합원만의 권익신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별 노조로서 구습을 지양하고, 1인 미디어를 통해 단결하고 현안을 해결하고 연구하는 노조를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구태의연한 투쟁만 일삼는 노조가 아니라 사전에 문제점을 찾아 노사간 협의하고 대화를 나눠 해결하는 신선한 노사문화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 간 대립각이 여전한데다 국회까지 나선 상황에서 새로운 노조 설립까지 더해지면서 정승일 신임사장의 한국가스공사號가 언제, 어떻게 정상적인 방향타를 작동하게 될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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