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저지 16일만에 ‘사회적 협의체’ 구성 합의
公社, 4개 분야 혁신TF 등 비상경영체제 선포

[이투뉴스] 보름 넘게 정승일 신임사장이 출근을 저지당하면서 자칫 공권력까지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전운이 감돌았던 한국가스공사가 정상화의 전환점을 돌았다. 팽팽히 맞섰던 노사가 LNG직수입 등 공공성의 가치를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점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데 합의하면서 출근저지 투쟁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합의는 이대로는 노사 모두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판단으로 서로가 출구전략을 고심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정승일 사장이 가즈프롬, 노바텍 등 러시아측 사업 파트너와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국하는 24일 하루 전인 23일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룬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정 사장이 일주일 동안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정상적인 출근이 이뤄지고, 노조 측은 천연가스 분야 공기업으로서의 지향점을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함으로서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거두게 된 셈이다.

지난 8일 가스공사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전 에너지자원실장은 노조로부터 강제적으로 출근을 저지당해왔다. 신임사장 선임과정에서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펼쳤던 노조는 선임 이후에도 가스산업 공공성 강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다며 저지투쟁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는 과정에서 조율점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 수급안정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언제까지나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었다.

출근저지가 16일이나 이어지면서 경찰력 동원 등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우려가 커졌다. 가스공사의 경우 2008년 9월 주강수 제11대 사장이 선임됐을 때 노조의 강제 출근저지가 이어지면서 결국 경찰력이 동원돼 노조원 60여명이 연행되는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노사 간 첨예한 대립각으로 정승일 신임사장을 선장으로 삼은 한국가스공사號의 정상적 항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도약을 위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파국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가 합의한 ‘사회적 협의체’는 정부와 시민단체를 비롯해 LNG직수입에 나서는 민간기업까지 포함해 구성될 예정이다. 다만 천연가스 분야 공기업으로서 지향점과 함께 국민의 보편적 이익을 우선가치로 삼아 공유하겠다는 목표만 세워놓았을 뿐, 구체적 위원명단이나 운용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조합 측과 대화를 추진해왔으며, 앞으로 공사의 당면현안 해결은 물론이고 조직분위기 쇄신에 있어서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노동조합을 경영 파트너로 인식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한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사 합의와 함께 가스공사는 조속한 내부 안정과 경영 쇄신 차원에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조직·인사·수급·전략 등 4개 분야로 이뤄진 혁신 TF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공사는 4개 혁신 TF를 통해 각 TF별 추진과제를 2월 초까지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조직 TF의 경우 책임경영 구현, 천연가스 도입역량 강화, 기술 중심 성장전략 수립 및 전략경영체계 구축을 위해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인사 TF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확립과 함께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인사 기준을 확립하게 된다.

수급 TF에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천연가스 수급체계 강화를 위해 최적의 중장기 수급 및 도입 전략을 수립한다. 특히 현행 천연가스 직도입 제도와 관련해 가스공급의 공공성과 수급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 측면에서 도입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관련제도 보완방안을 마련해 정부와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략 TF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한 신성장동력 발굴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단기 혁신전략 및 핵심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가스공사는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 부패·비리 척결, 윤리청렴 경영 강화 등을 강력히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의지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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